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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3·15아트센터· 한마미래관, 그리고 문화 - 조용호 (논설실장)

  • 기사입력 : 2008-05-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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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년 5월 20일 마산에 두 개의 문화공간이 문을 열었다. 3·15아트센터와 경남대학교의 한마미래관이다. 사전에 서로 ‘소통’했는지 ‘한 날’ 나란히 개관했다. 한때 전국 8대 도시로 명성을 떨쳤던 마산이 쇠락한 이후 경제적 침체는 말할 것도 없고 문화공간마저 변변찮았다. 시민들은 늘 아쉬워했다. 그런데 화창한 봄날, 두 개의 번듯한 문화 예술, 학술 역사의 공간이 마련됐다. 마산시민들에겐 다행스럽고 기쁜 일이다.

    3·15가 무엇인가. 바로 민주이다. 조국의 민주화를 가져온 그 기폭제이다. 48년 전인 1960년, 자유당 독재와 불의에 항거한 마산시민의 의거가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의 민주화는 없었거나 미뤄졌을 것이다. 그 3·15를 기념하여 서성동에 기념탑과 회관이 건립됐다. 세월이 흘러 회관은 녹슬었다. 다시 잘 짓자고 하여 시민들의 여망을 모았다. 3·15의 혼과 정신, 그리고 문화예술을 갈망하는 시민정서가 함께 했다. 추산동, 삼각지공원, 서항매립지 등 후보지를 두고 오랫동안 갈등하다 2001년에야 비로소 양덕동으로 정해졌다. 2005년 공사에 들어가 지난 3월 완공하고, 대개관을 한 것이다. 들어간 돈이 무려 640억원이다. 이제 3·15아트센터는 시민의 문화 향유 실현을 위한 다목적 공간으로서 그 소임을 다할 과제가 남았다. 3·15기념사업회도 센터내에 입주하여 문화의 숨결속에 3·15 민주정신도 함께 있다.

    그리고 월영동 경남대 교내에는 한마미래관이 있다. 대학과 주민을 위한 문화 예술, 그리고 학술 역사의 공간이다. 대학과 지역에서 출토된 각종 유물은 물론, 데라우치 문고가 전시되어 있다. 일제 초대 조선총독인 데라우치 마사다케(寺內正毅)가 가져간 우리나라 유물로, 추사 김정희의 친필로 기록된 ‘완당법첩조눌인병서’, 순조의 아들인 왕세자가 시강원에 입학하는 장면인 ‘정축입학도첩’(丁丑入學圖帖), 조선중기 궁중화가 이경윤의 그림첩인 ‘낙파필희’(駱坡筆戱) 등 신라부터 조선 후기에 이르는 문화재 98종 135점이 전시되어 있다. 박재규 총장의 노력으로 95년 경남대가 국내 처음으로 일본 야마구치 대학으로부터 반환받았다. 지방에서 국보급 문화재를 관람할 기회가 쉽지 않은데, 시민·학생 모두에게 좋은 학습의 장이 될 것이다. 2년 전 개교 60주년을 기념하여 착공한 이 건물은 지난 14년간 지역주민과 동문, 각계의 정성으로 모은 기금을 포함한 155억원으로 지어져, ‘지역주민 모두의 것’이라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마산이라는 지명은 조선시대 신증 동국여지승람 창원군조(昌原郡條)에 합포(合浦)와 마산포(馬山浦)라는 이름이 나와 있다. 만기요람에는 조선후기 조창(漕倉: 강·바다로 운송할 곡식을 쌓아두었던 곳)으로 창원의 마산창이라는 지명이 나오고 있다. ‘마산’이라는 이름의 유래를 조선중기 이후로 보는 것이다. 그로부터 21세기로 이어지는 유구한 역사속에 맑은 물과 공기, 따뜻한 기온, 문화예술로 찬연하다. 선구자의 작곡가 조두남, 가고파를 노래한 이은상,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 ‘귀천’의 시인 천상병, KAPF 시인 권환, 영화감독 강제규 등 숱한 문화예술가를 배출했다. 전국 유일하게 산호공원에는 <시(詩)의 거리 designtimesp=14003>가 있으며, 이곳에는 이원수, 이은상, 김수돈, 김용호, 박래호, 정진업, 권환, 천상병, 이일래, 이광석, 김태홍 시인 등 11명이 쓴 주옥 같은 시가 빗돌에 새겨져 있다. 시의 도시로도 선포됐다.

    이제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2개의 문화공간 개관으로 마산의 문화적 입지가 고양될 것이다. 3·15아트센터와 한마미래관, 그리고 이은상, 조두남, 문신 기념관, <시의 거리 designtimesp=14005>를 차례로 찾으면, 그것이 곧 마산의 문화 예술·역사의 탐방로가 될 것이다. 문화벨트이다. 3.15아트센터 개관 당일 축하공연에서 곡목을 두고 이념논쟁이 있었다 한다. 그러나 건물의 이름대로 ‘아트’(Art)는 예술이다. 예술을 가리면 예술이 아니다. 마산시민들이 두 개의 문화공간을 축으로 하여, 보다 많은 문화와 예술, 학술과 역사의 향기를 느꼈으면 한다.

    조용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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