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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쇠고기 파동 속 조류인플루엔자가 퍼진다-목진숙 논설고문

  • 기사입력 : 2008-05-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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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1일, 전북 김제에서 첫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돼 가고 있어 참으로 걱정된다. 예년 같으면 주로 겨울에 발생해 극성을 부리다가 초봄이면 거의 소멸됐었다. 그런데 올해는 왜 지난 4월에 생겨나 25도를 상회하는 고온임에도 이달 들어 전국 각 지역으로 산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2월이면 떠나가던 겨울철새들이 올해의 경우 4월까지 최초 발생지 부근에 남아있었던 점으로 미루어 볼 때 AI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던 철새가 뒤늦게 퍼뜨렸을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전국으로 확산된 것은 닭과 오리를 차에 싣고 국내 각 지역으로 떠돌아 다니면서 팔고 있는 판매상들에 의해서라고 하지만 이 말을 그대로 믿을 만한 확실한 근거는 없다.

    그런데 서울 광진구청 동물사육장에서 키우던 관상용 가금·조류 중에서 지난달 28일 갑자기 죽은 닭·꿩·칠면조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검사한 결과 사람에게도 전염될 수 있다고 하는 고(高)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확인됐다. 당국은 광진구청 인근의 공원에서 기르는 조류 가운데 전염 가능성이 있는 일부를 살(殺)처분하고 긴급 방역에 나섰지만 서울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음이 사실이다.

    이번에 전국에서 AI 감염 우려 때문에 살(殺)처분된 닭과 오리 등은 650만 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이것은 4년과 5년 전의 520만 마리를 추월한 수치이다. 앞으로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커 그 정확한 수치를 예측하기 힘들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AI가 예년의 북방계(중국 칭하이 계통) 바이러스와 다른 남방계(동남아계열) 바이러스가 섞인 변종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고온의 날씨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그렇다는 것이다.

    사실이 이렇다면 보통 문제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지난 2003년에 베트남과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 14개국에서 AI에 감염돼 239명이 사망한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과거 슈퍼 독감으로 변한 AI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염돼 세계 수백만명이 목숨을 잃은 전례가 있다.

    우리 보건 당국도 몇 년 전 AI가 사람에게 번지면 순식간에 100만명 이상이 감염돼 입원치료를 받게 될 수 있으며 이들 가운데 3만명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각심을 일깨운 바가 있다.

    이러한 가정적 예상이 현실화되는 끔찍한 일이 절대로 생겨나서는 안된다. 그러려면 감염되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주지하듯이 AI는 공기를 통해서가 아니라 감염원과의 접촉을 통해서만이 전염되는 것으로 밝혀져 있으므로 발생지역을 피하는 것이 좋다.

    감염된 조류의 배설물이 신체에 닿을 경우 전염될 수 있으므로 철새 도래지를 탐방할 적에는 이 점에 특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닭과 오리 등 가금류를 기르는 사람들은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작업을 해야 하며, 일을 끝낸 다음에는 필히 몸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AI 감염지역을 출입했을 때에는 옷과 신발은 말할 것도 없고 장비와 차량 등 감염 위험에 노출된 일체의 것들을 철저히 소독해야 하는 것이다. 일반 가정에서는 닭과 오리의 육고기와 알을 절대로 날것으로 먹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75도 이상의 온도에서 조리하면 AI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다고 하니 익혀 먹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지금 전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광우병 우려 문제로 들끓고 있다.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국내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이 문제로 여야 정치권이 큰 싸움판에 휩싸여 민생정치는 어디에 숨어 있는지 모를 지경이다.

    이런 와중에, 미국산 쇠고기에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조류인플루엔자는 어느새 전국 각 지역으로 번져 나가고 있다. 따지고 보면 광우병보다도 더 무서운 존재가 AI일 수 있음에도 국민의 관심은 온통 광우병에 쏠려 있다. 조류인플루엔자가 국토를 통째로 삼키기 전에 정신을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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