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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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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마산의 지역현안과 시민정신 - 박동철(논설고문)

  • 기사입력 : 2008-05-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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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의 종가(宗家)도시 마산을 두고 요즘 회자되는 말이 많다. 도시는 날로 침체하는데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도시가 마산이란다. 현안은 산적한데 말만 많고 되는 일이 없다는 말이다. 전통도시로서 원로는 많으나 어른이 없고 민주도시로서 시민운동은 있으나 시민정신은 간 데 없단다. 부끄러운 비아냥 소리가 마산지역의 밖에서 들리고 있다. 사실 마산은 한국 민주화를 이룬 도시요, 산업화의 요람이었음을 누가 부인하겠는가. 3·15정신을 누가 감히 폄하하겠으며, 부마민주항쟁을 낮출 수 있는가. 그래서 마산시민은 누구나 마산을 민주주의 도시임을 자랑한다.

    이뿐인가. 마산은 70년대부터 한국의 산업화를 이끈 메카로서 아련한 추억들이 살아 있다. 한일합섬과 자유수출지역은 70·80년대 출퇴근길 풍요의 용어 ‘러시아워’를 만들어냈다. 마산은 일자리가 풍성했고, 시골 학생들이 독학하며 청운의 꿈을 꿀 수 있었던 곳이었다. 그래서 지금의 7080세대는 저마다 마산지역의 민주화와 산업화에 대한 애환과 추억을 품고 있다.

    이런 마산이 지난 90년 이후 급격히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한일합섬이 문을 닫고, 수출자유지역 외국기업이 줄줄이 떠나면서 도시 연관 발전이 후퇴하고 있다. 새로운 산업이 재디자인되어 성장동력을 이끌지 못하기 때문이다. 불야성을 이루던 창동 오동동 도심의 밤풍경은 마치 폭격 맞은 도시처럼 공동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소위 불경기의 최악이라고 한다. 풍요로웠던 마산이 도시 재생의 허물을 벗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도시 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지 못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요즘 현안을 두고 진통을 겪고 있는 마산시민들이 먼저 이러한 문제를 깊이 진단하고 진정성 있게 접근해서 풀어야 한다고 본다. 마산지역 주변의 지방자치단체들이 기적적 성공사례를 만들어 내면서 축제의 장을 벌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말이다.

    최근 발등의 불이 되어 뜨거워져 있는 ‘수정만 STX’ 문제를 한번 살펴보자. 기업사랑의 시민정신으로 STX를 유치해서 마산을 한번 살려보자는 슬로건은 거창했다. 황철곤 시장은 이번에는 행정력을 총동원해서 성사시키겠다고 사생결단의 각오로 뛰었다. 지도층 시민들이 시민협의회를 만들고 상공인들이 더 이상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고 소리만 높이고 있다. STX는 순수하게 지역 발전을 위해 거액을 내놓겠다고 했다. 행정이나 지도층 인사들의 대주민 설득에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간과할 수 없다. 이런 사태가 오기 전에 행정은 진작에 주민의 합의를 받았어야 했다. 한편 반대주민들은 법정투쟁까지 갈 것 같아 시민 합의의 유치 성공은 물 건너 가는 듯하다.

    모든 것을 접어두고 마산의 STX 유치에 대해 찬성의 명분은 뚜렷하다. 지금 마산경제를 살리는 일이 절체절명이고 기업 유치가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기업유치 프로젝트가 시급하다는 단순 논리가 설득력이 있다. 마산은 STX 유치와 함께 2010년 ‘드림베이마산’을 꿈꾸고 있다. 10조원 규모가 투입되는 로봇랜드, 창포 난포 임해조선산업단지, 이순신대교, 회성동 복합행정도시 등도 마산을 좀 잘살게 해 보자는 여망이다. 이 또한 시민들의 합의를 바탕으로 잘 진행되기를 바란다. 행정과 시민 모두가 걱정해야 한다.

    문제는 마산을 살릴 수 있는 ‘꿈 같은 그림’ 앞에서 마산시민은 진정한 통합의 시민정신을 찾지 못하고 투쟁의 이기주의, 일방적 설득의 갈등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요즘의 마산 정서가 안타까울 뿐이다. 지난날 민주화와 산업화를 함께 이룬 도시민다운 성숙된 시민정신을 찾는 일이 시급하다는 말이다. 어렵게 유치한 구산면 로봇랜드가 7월경 확정하는 절차를 두고 있다. 마산이 시끄러우면 인천의 단수지역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민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드림베이 꿈에 젖어 있던 42만 마산 시민이 함께 우울증에 걸릴까 걱정이 된다.

    금요칼럼

    박동철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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