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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성산아트홀’에 걸맞은 새 이름을 붙이자 - 목진숙(논설주간)

  • 기사입력 : 2008-04-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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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 ‘성산아트홀’이 문을 연 지 9년째를 맞았다. 그런데 개관 당시부터 줄곧 따라다니는 것이 문화예술회관으로서의 명칭에 걸맞지 않다는 여론이다. 왜냐하면, ‘성산(城山)’이 창원을 대표할 만한 상징성을 가진다고 보기 힘들며, ‘아트홀’이란 호칭 또한 대형 예술회관을 지칭하는 이름으로는 그 격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아트홀이란 일반적으로 대형 건물 내에 부속돼 있으면서 예술행위를 할 수 있는 하나의 공간을 말할 때 주로 사용되는 이름이다. 이렇게 볼 때, 공연예술과 전시예술을 아우르는 두 개의 대형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 ‘성산아트홀’이란 이름은 축소지향적이며 규모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일반 시민들이면 누구나 다 쉬 느끼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대체로 종합 문화예술행위가 이루어지는 대형 건물은, ‘도문화예술회관’ ‘울산문화예술회관’ ‘김해문화의전당’ ‘예술의전당’ 등의 예에서 보듯이 ‘관’ 또는 ‘전당’이란 이름이 제격이다. 따라서 ‘성산아트홀’도 이러한 예에 따라 적절한 이름으로 바꾸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본다. 어떤 이름이 좋을지는 공모를 하거나 공청회를 거치는 등 시민들의 의사를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어느 특정 인사들이 밀실에서 ‘이렇게 하자’는 식으로 제안하거나 시민 의견을 묻는 절차 없이 시청 관계자들이 독단적으로 개명하게 되면 또 다른 잘못을 부를 공산이 크다.

    말이 나온 김에 공개적으로 제안한다면 ‘문창(文昌)문화의 전당’이 어떨까 싶다. 예부터 창원을 ‘문창(文昌)의 고을’이라고 불렀다. 문물(文物), 즉 예술·학문·종교 등이 번창한 곳이란 의미이다. 지금의 말로는 ‘문화의 본거지’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다시 말하자면 문창(文昌)은 창원의 별칭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창원(昌原)’이란 이름 속에는 ‘문화가 번창하는 들’이란 의미를 품고 있는 만큼 창원이 경남의 수부(首府)로서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필연적인 역사의 전통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것은 하나의 제안에 불과하며 반드시 이렇게 하자는 뜻이 아니다. 시민들에게 새 명칭을 공모한다면 창원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좋은 이름이 반드시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명칭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것이 상징하는 바와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성산아트홀’ 전 책임자가 서울에서 전국의 문화예술 관계자들과 명함을 주고 받았을 때 소규모 예술관장 취급을 받았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규모에 걸맞지 않게 명명된 명칭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혹자는 ‘이미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굳어져 온 이름인데 굳이 바꿀 필요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리 간단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성산아트홀’이란 이름을 완전히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대형 무대를 갖춘 공연장 건물을 ‘성산아트홀’이라고 부르면 된다. 그리고 전시공간을 갖춘 건물에도 그곳에 알맞은 이름을 붙이자. 그런 다음 두 건물과 외부 조경시설을 포함한 문화시설 모두를 총칭하는 이름으로 예를 들어 ‘창원문화의 전당’이나 ‘문창문화의 전당’처럼 합당한 명칭으로 새롭게 이름을 짓자는 뜻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작고한 통영 출신 시인 김춘수의 시 ‘꽃’이다. ‘성산아트홀’에도 이제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이름을 붙여줄 때가 됐다.

    창원시는 이 문제와 관련해 침묵해서는 안된다. 다수의 시민이 원하는 일이라면 발벗고 나서야 한다. 널리 알려진 이름이라서 바꾸기 어렵다며 뒷걸음질 친다면 그것은 위민(爲民)행정이라고 할 수 없다. ‘성산아트홀’이 다수의 창원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이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박완수 시장과 김철곤 시의회의장이 앞장서 주기 바란다.

    목 진 숙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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