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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손 대표, 경남에 출마하시오! - 이선호 (수석논설위원)

  • 기사입력 : 2008-03-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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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에서 통합민주당의 꼴이 말이 아니다. 한나라당의 푸른 깃발이 도내 전역에 펄럭이고 있지만 통합민주당은 깃발은커녕 명함조차 보기 힘들다. 도내 17개 선거구에 1차 총선 공천 신청자가 고작 3명뿐이었다. 14개 선거구엔 통합민주당 간판을 내걸고 출마하겠다는 희망자가 없다는 얘기다. 인물이 넘쳐나 잘 나가는 사람도 잘라야 하는 한나라당과는 비교가 안된다. 당 밖에선 한심하다는 관전평이고, 당내 분위기는 침통 그 자체다. 애시당초 한나라당 텃밭이라곤 하나, 썩은 무라도 뽑을 기운이 없단 말인가.

    그런데도 당 내부에선 갈라지고, 한편에선 찢어지고 있다는 소리만 들린다. 그나마 출마가 유력했던 386 친노세력마저 중앙당이 ‘친노색깔벗기’를 하면서 홀대하자 담합해 공천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통합한 게 지난달 중순이다. 한 달도 채 안돼 ‘大’자 빠지고 ‘新’자는 온데간데없이 ‘도로 민주당’이 되겠다는 것인가.

    손학규 대표는 통합하던 날 “50년 정통 민주세력이 다시 하나로 결집해 집권여당의 독주를 견제하고, 당의 토양을 건전하게 바꾸는 쇄신공천으로 전국적으로 지지를 받는 강력한 야당이 되겠다”고 했다. 그러나 경남은 김해 등을 제외하곤 짧은 총을 찬 중대장급이라도 있어야 싸우는 시늉이라도 해볼 게 아닌가. 호남쪽에선 공천 후폭풍이니 살생부니 시끄럽지만 경남은 무풍지대나 다름없고 관객들의 흥미를 돋워줄 죽이고 살리는 드라마틱한 장면은 눈을 닦고 찾아 봐도 없다.

    그저께 본지가 창간 62주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도민들은 이번 총선의 국회의원 선택 기준으로 57.1%가 ‘안정적 국정운영론’을, 19.8%가 ‘여당견제론’을 택했다. 오늘 장황하게 ‘민주당 타령’을 하는 것은 민주당이 예뻐서가 아니라, 못 본 척 넘어갈 수도 있지만 20%에 가까운 도민여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론 약자 편을 드는 것이 언론의 한 역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어떤 게 있을까. 우선 전략공천을 들 수 있다. 당 지지도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지역에서 후보 자체가 없을 경우 전략공천은 중앙당이 내는 시의적절한 처방전이 된다. 경남에 연고를 둔 유능한 미래세력들은 적지 않다. 당에서 마음먹고 삼고초려(三顧草廬)한다면 전국에서 인재를 구할 수 있다. 냉정한 현실로 인해 천거된 인물들이 장렬히 산화할 수도 있겠으나 민주당으로선 척박한 땅에서 당의 불씨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또 비례대표를 대거 할당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경남엔 지난 대선 때 고군분투한 사람들이 많다. 물론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총 27석을 얻었으나 이번에는 기대 이하일 수도 있다. 여당의 인기도와 대선 때 정동영 후보가 26.1%의 득표율을 얻은 것 등을 감안해 볼 때 15석 안팎이 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당의 입장에선 이리저리 갈라붙일 데가 많겠지만 경남에 충분히 배려한다면 호남당의 이미지를 씻을 수 있다.

    여기에다 손학규 대표가 경남의 지역구를 택한다면 획기적이다. 손 대표 본인으로선 시베리아 찬바람보다 더한 고난의 여정일 수 있겠으나 한국의 정치사에 큰 획을 그을 수 있다. 당의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도급 인사들에 대고 “당원들은 쇄신의 대상이 되는데 자기는 편하게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면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 솔선수범하라”고 했다. 사실상 수도권 출마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경남지역 출마가 훨씬 상징적이다. 손 대표가 표방해온 전국 정당화에도 걸맞다.

    손 대표는 과거 경남과 인연도 있다. 부마항쟁 때 진상조사를 위해 마산에 왔다가 김해보안대에 끌려가 갖은 고초를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손 대표가 지난 14대 보선에서 당선된 경기도 광명시와 규모면에서 고만고만한 지역구가 경남엔 여럿 있다. 적당한 시기에 경남을 찾아 ‘폭탄선언’을 하면 어떤가. 괜히 해 본 소리가 아니다.

    이선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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