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4일 (수)
전체메뉴

[금요칼럼] 지금 진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 조용호

  • 기사입력 : 2008-02-01 00:00:00
  •   
  • 지금 진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남일보(사장 황인태)와 진주시(시장 정영석) 간의 장기 대립을 어떻게 봐야 할까. 경남일보는 진주시를 연일 비판하고, 진주시와 진주시 민주공무원노조(민공노)에서는 이에 반발하며 구독중단과 법적대응 등으로 맞서고 있다. 쌍방 고소 고발 등 형사사건으로까지 비화된 문제, 이제는 진주 사회의 ‘주요 뉴스’가 되어 버렸다.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자치단체에 대한 지역언론의 비판과 자치단체의 거센 반발, 황 사장-정 시장 두 사람의 공수 대립이다.

    주공과 토공의 통폐합 논의가 인수위에서 거론되는데 정영석 진주시장은 ‘강 건너 불 구경하고 있다’는 경남일보 보도가 나온 게 1월 10일이다. 이에 대해 진주시 국장단이 신문사를 방문하여, “도지사도 있는데 진주시장만 부각시킨 것은 너무 지나치다”고 했다. 양자 다 맞다. 보도할 수 있고, 항의할 수 있다. 경남일보는 ‘잘하라’는 것이지 ‘흠집내기’가 아니라 했다.

    그러나 단편적 사안을 두고 정 시장과 김재경 의원은 못하고, 최구식 의원은 잘한다는 식의 후속보도에는 당사자들이 수긍 못할 것이다. 객관성 결여와 세 사람의 친소관계가 지적될 수 있다. 사실 그때 혁신도시는 진주보다 전주가 더 급했다. 전주로 이전하는 토공이 주공보다 규모가 적어 진주로 흡수될까 걱정했고, 폐지되는 농촌진흥청이 전주여서 그랬다.

    며칠 후 ‘정 시장이 한나라당 이방호 사무총장에게 ‘최구식 의원에게는 공천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정 시장은 부인하고, 이방호 사무총장 또한 부인했다. 여기에다 ‘정 시장은 자신의 수족들을 신문사로 보내…영혼이 없는 공무원들이 시장의 지시 없이 언론사로 왔겠는가’라는 황 사장의 칼럼 등에 반발한 진주시 민공노가 황 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진주시와 민공노는 신문 71부의 구독을 중단해 버렸고, 경남일보는 ‘민주질서 파괴 폭거, 언론탄압’이라고 맞섰다. 이외 파생되는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 시장이 최 의원에 대해 공천 운운했다면 단체장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 시장과 최 의원은 2006년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정 시장의 한나라당 공천문제로 불협화음을 겪다 2007년 1월 화해까지 했는데, 그 같은 발언이 사실이라면 시장직을 걸어야 한다. 또한 그런 의혹을 살 만한 언행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 매사 신중해야 한다. 경남일보도 ‘정 시장이 그렇게 말했다’라는 이방호 총장의 한마디만 받아내면 그로써 ‘상황 끝’이다. 아니면 함께 들었다는 다른 국회의원의 입을 빌려 ‘꼼짝 못할 증거’를 제시하면 된다. 그렇지 않고 연일 여타 기사로 물량공세를 편다면 감정만 사게 된다. 신문은 ‘융단폭격’을 하는데 성과가 없다면 모양이 우습게 된다. 인신공격으로 비치면 언론의 신뢰마저 잃고 만다. 연일 기사를 생산해 내야 하는 기자들도 피곤하다. 민감한 기사라면 ‘성동격서’(聲東擊西)의 유연성도 필요하다.

    신문 구독과 절독은 거의 ‘사촌’ 간이니 ‘종전’(終戰)되면 복원되는 것이 플레이의 수순이다. 그러나 부시장까지 나서 ‘편파 왜곡 보도’라며 기자회견을 한 것을 미뤄보면 공무원들의 생각이 선뜻 바뀔지는 미지수이다. 공무원 그들이 독자이기 때문이다. 15일자 사설 중 ‘진주시 고위직 간부들의 행동은 노무현 정부 하수인들보다 더하다’, ‘언론폭압을 자행하면서 뒤에서 즐기는 정영석이 과연 진주시장인가’ 대목은 매우 위험하다. 신문의 용어 선택은 품위와 명예훼손과 직결된다. 진주시 민공노를 ‘시장 친위대’로 빗댄 것도 같은 선상이다.

    언론이 언론을 말하긴 어렵고 조심스럽다. 그래서 ‘언론은 스스로의 역할에 냉정하고 충실해야 한다’고 말할 뿐이다. 기자는 기자로서의 역할이다. 기사의 주인공은 기자이다. 사장이 아니다. 진주는 역사와 전통의 교육도시이다. 보수색이 강한 조용한 지역이다. 그런 고장이 지금 쌍방의 고소 고발, 손배청구 등으로 주목받고 있다. 감정이 격화된 진주, 지금으로서는 향후 예측이 쉽지 않다. 남강이 유유히 흐른다.

    조 용 호 / 논설위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조용호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