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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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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58) 논술의 미래는?

  • 기사입력 : 2008-01-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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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8)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글짱: 대학입시제도가 또 바뀐다고 하니 걱정이네요.

    글샘: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입제도가 수술대에 올랐어. 어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올해부터 수능등급제를 사실상 폐지하는 내용 등 ‘3단계 자율화 방안’을 발표했지. 수능의 변별력이 확보되기 때문에 논술의 영향력은 줄어들 것 같아. 그렇게 되면 논술도 수시전형에서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정시에선 일부 대학만 논술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단다.

    글짱: 이제 논술은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건가요?

    글샘: 대부분 대학이 정원의 절반가량을 뽑는 수시전형 때 논술은 폐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어떤 식이든 보완을 한다면 영어 제시문이 포함된 논술형 문제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어. 하지만 이런저런 얘기에 흔들리지 말고 논술 준비는 평소 꾸준히 하는 게 좋을 거야. 난 말이야, 논술시험이 없어진다고 해도 학교에서는 논술을 계속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입시를 떠나 자기 생각이나 주장을 제대로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은 논술이 최고거든.

    글짱: 무슨 뜻인지 알겠네요. 그런데 얼마 전에 끝난 각 대학의 정시모집 논술 출제 경향은 어땠나요?

    글샘: 큰 틀에서 보면 여러 제시문의 의미 설명과 함께 사회적인 관점으로 확대해서 자기 생각을 논술하는 문제가 주를 이뤘다고 할 수 있어. 그러면 오늘은 수도권 일부 대학의 공통논술이나 인문계 논술시험에 나온 주요 제시문을 토대로 논술 준비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아보자.

    ☞ 성균관대: 성차별 문제와 ‘알파걸’현상 등

    글샘: ‘알파걸(Alpha Girls)’은 남성의 능력을 압도하는 엘리트 여성을 말하는 새로운 용어란다. 신문을 꼼꼼히 읽어 온 학생이라면 우리 사회의 성문제(젠더) 구도가 어떤 흐름으로 재편하고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있겠지.

    남녀간 임금격차가 구조적이고 제도화된 차별에 의한 것인지, 생산성을 반영한 정상적인 것인지 분석하도록 요구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어.

    어쩌면 알파걸의 부각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고용불안에 따른 위기극복의 이데올로기로 작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도 논술 방법의 하나겠지.

    ☞ 고려대: 신뢰의 유형 및 발전 경향, 불신사회의 문제점

    글샘: 주어진 논제에 충실하면서 최근 태안 기름오염 이후 그 지역의 마을공동체가 보상과 관련해 구성원 간의 내부 갈등 조짐이 있다는 기사도 부분적으로 글감으로 써먹을 수 있을 거야. 구성원 간의 신뢰가 무너지면 사회자본의 손실이 우려된다는 논지로 전개할 수도 있겠지. 덧붙여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간의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중앙정부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글도 논지에 맞춰 쓸 수 있을 거야.

    ☞ 연세대: 민족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요인과 기준을 찾고 정치적 이념과 계급적 이해관계가 민족의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분석

    글샘: 수험생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밝혀야 하는 문제였어. 근원주의 같은 용어가 생소하겠지만, 민족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여러 요인을 제시한 후 그중 하나인 혈통보다는 이념 같은 데 근거해 설명하면 무난하게 논술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나 싶어. 물론 주어진 논제에 따라 서술하는 게 쉬운 건 아니지만 논술을 준비한 수험생이라면 ‘다문화 사회’까지 접목해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 한양대: 수도권 집중화 문제 해결방안을 비판, 사회 구성원들의 갈등 극복 방안 등

    글샘: 이런 논제는 어쩌면 지방 출신 학생들이 수도권 학생들보다 쉽게 쓸 수 있을 것 같구나. 경남신문만 하더라도 수도권 집중화 문제의 폐해를 다룬 기사를 많이 보도했거든. 그래서 지역신문을 읽으면 지방 쪽의 반론을 잘 알 수 있기 때문에 한층더 독창적인 논술을 쓰는 데 도움이 되지. 사회 구성원 간의 갈등문제는 앞서 언급한 고려대 논술문제와 조금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서술 방식은 출제 측의 요구 조건에 따라 달라지므로 판단을 잘해야 한단다.

    ☞ 경희대: 비혈연 중심의 가족 이해와 미래 한국사회에서 바람직한 가족의 의미에 대한 견해 서술

    글샘: 우리나라 가족제도의 변화를 주제로 한 논술이야. 이 정도 문제는 신문 칼럼을 꾸준히 읽은 학생들은 아주 부담 없이 받아들였을 거야.

    입양을 스스럼없이 밝히고 살아가는 이들이 늘면서 사회인식을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이러한 풍토가 정착된다는 전제하에 호주제 폐지 등 가족관계법의 개정에 따른 우리 사회의 변화 양상을 자기 견해와 함께 서술하면 깔끔한 글이 되지 않을까.

    ☞ 숙명여대: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따른 사회 현상을 진단하고 미래 전망을 서술

    글샘: 시사적인 이슈를 논술시험으로 출제했어. 여러 방향의 글이 나올 수도 있지만, ‘메세나’라는 용어가 먼저 떠오르는 건 글샘이 기자이기 때문일까.

    지금이라도 이런 주제로 논술을 쓰고 싶은 학생은 경남신문 홈페이지에 들러 검색어로 ‘메세나’를 입력해 보렴. 메세나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 중 한 부분이겠지만, 이런 유형의 논제가 나올 땐 꼭 필요한 글감이란다. 참고로 서울대 어느 학부 면접에선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해 물었다고 하더구나. 그 밖에도 각 대학에서 다양한 주제의 논술 제시문이 등장했지만 오늘은 간략하게 언급하고, 다음 논술탐험 때 주제별로 깊이 접근해 보자꾸나.

    2009학년도 논술시험에서는 제시문이 지금보다 훨씬 더 까다롭게 출제되고, 수학 개념을 접목한 문제가 많이 등장하리라 예상된단다. 이번 2008학년도 정시모집 서울대 논술과 면접에서 그런 현상이 엿보였거든. 인문계열 논술에서 국민 만족도 지수를 로그나 평균 등 수학적 개념으로 풀게 했고, 경영대 면접에서는 함수 관련 문제가 나왔다고 하잖아.

    글짱: 어휴~. 대학으로 가는 길은 정말 멀고도 험하네요.

    글샘: 어쨌거나 대학입시에서 논술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 같단다. 다소 논란이 있지만 대학 측에선 논술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본고사 수준으로 출제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까지 들려. 늘 하는 얘기지만 논술은 단기간에 준비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시간이 모자란다고 투정하지 말고 세상을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신문부터 꾸준히 읽으면 좋겠어.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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