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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한반도의 운명과 중국의 영향력

민병기(창원대 교수)

  • 기사입력 : 2008-01-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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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년부터 중국이 북한에 본격 진출한 이후 양국의 교역량이 점점 늘어나 2006년도 그 증가율이 56.7%에 달했다. 현재 북한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은 주로 중국산으로 단연 압도적인 분량이다. 작년 말부터 북경발 평양행 중국항공기가 매주 3회 운행됨에 따라 양국 간의 교역은 더욱 긴밀해질 전망이다. 이런 현상이 중국 정부의 의도에 따른 결과이든 아니든, 북ㆍ중관계의 미래를 예측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경제적 고도성장을 계속 추구하는 중국은 자원 개발을 위해 북한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중국이 무산광산을 비롯한 북한의 광물 채굴권 확보에 매우 적극적이다. 지하뿐만 아니라 해양 진출확대에도 중국은 관심이 많다. 동북지역 같은 내륙 도시가 많은 중국은 북한의 동해항을 활용하고 싶어 한다. 따라서 북한땅은 중국에게 유혹의 대상이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개혁ㆍ개방에 따른 자유 경쟁의 시장 원리를 외면한 채 폐쇄정책을 고수하며, 오로지 핵폭탄 개발에만 의존하는 군국주의 일변도의 강경책으로 체제를 유지하는 모험을 계속하여, 급기야 국제적 위기사항을 초래했다. 그것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는 중국은 북한에게 개혁·개방을 하도록 계속 압박했다. 이를 끝내 거부한다면, 중국은 북한의 정권 교체를 은밀하게 유도할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김정일 사망 이후 혼란을 틈타, 중국은 사회질서 안정이란 명분을 국제적으로 내세워 북한에 친중국정권 즉 중국위성국가를 세울 가능성이 크다.

    대북 투자의 증대와 경제교류의 증대를 통한 양국의 밀착과정 속에 숨겨진 중국의 의도를 북한 정부가 모를 리가 없다. 북한측도 중국의 영향력 증대에 대한 깊은 우려를 느끼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북한 지도층도 대부분 흡수통일이나 민중붕괴보다 친중정권을 선호한다. 이유는 이 두 사건보다 중국의 위성국으로 남는 것이 인권침해 죄로 집권층이 감옥에 갈 가능성도 적고,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도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북한을 위성국가로 만들려는 중국의 의도를 억제할 외부 세력은 현재 거의 없다. 남한은 역부족이고, 미국도 관망하는 태도이다. 미국은 중국을 위험한 경쟁 국가로 보지만 냉전시대처럼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만약 북한이 중국의 위성국이 된다면 한반도의 미래를 우리가 예측하기 힘들다. 분명한 것은 독일과 같은 흡수 통일의 길은 더욱 멀어진다는 점이다. 또 친소 정권을 싫어한 동유럽 국민들처럼 북한국민들이 중국에 저항하여 그 체제를 전복하고 자주적 독립국을 이룩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결국 한반도의 분단은 영구화된다.

    분단이나 6.25 전쟁 같은 한반도의 불행이 미·소 냉전시대의 비극적 산물이었다는 역사적 교훈을 우리는 지금 결코 잊어선 안된다. 앞으로 한반도의 운명이 미국이나 러시아보다 중국의 영향을 더 많이 받게 된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들은 분명히 인식하고 대비해야 한다.

    지금도 미ㆍ중ㆍ러ㆍ일 강대국들이 한반도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서로 견제하고 있다. 미군 주둔국인 남한이 북한을 흡수통일 하는 것을 그 경쟁국인 중국은 가장 반대한다. 한중 관계는 역사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어느 국가보다 가장 밀착되어 있지만 자국의 이해관계가 생기면 냉정하다.

    우리 동포들이야 통일을 갈망하지만, 국제정세는 그것을 방해한다. 동아시아의 복잡한 세력 각축장인 한반도에서 다자안보체제를 유지하면서, 특정한 외세를 배제하고 우리 민족이 단합된 자력으로 통일을 이룩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북한에서 확대되는 중국의 영향력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중국과 때로는 협조하고 때로는 견제하며, 남한이 북한의 개방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정부가 민간 차원의 남북한 교류확대와 경제협력이 이루어지도록 은밀하게 유도하여 북한에 시장경제가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남한도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 그것을 북한 지원 조건으로 삼아야 한다. 인권이 신장되어야 시장경제가 도입되기 때문이다.

    민 병 기

    창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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