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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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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암논술 주제별 논술 강좌] (16) 사고의 한계이자 출발점, 언어

■ 2002학년도 고려대 수시2학기 학교장추천전형 논술고사

  • 기사입력 : 2007-12-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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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 아래의 세 요소를 유기적으로 구성하여 논술하시오.

     - 제시문 [가]과 [나]에 제시된 언어의 특성

     - 제시문 [다] [라] [마]에 나타난 현상의 해석 

       - 미래사회에서 언어와 인간의 관계 <분량은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600자 안팎>
     (※제시문 원문은 맨 뒤쪽에 있음)
     

     # 출제 의도
     이 논제의 주제는 '언어와 인간'이다. 현대에는 사회적 변화로 언어의 변형이 급격하게 이뤄진다. 고려대는 수험생들이 최근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평가하려 했다고 밝혔다. 가령 인터넷의 이용이 급속히 증대됨에 따라 사람들의 의사소통 양식이 변화하고 전달매체인 언어의 변용이 빠른 속도로 나타났다. 인터넷언어는 언어의 기능성만을 강조해 축약되거나, 문법에 맞지 않는 형태로 변형되기도 하고, 감정의 표현을 위해 이모티콘 같은 새로운 형태의 기호를 창출하기도 한다. 이러한 언어의 변화현상을 인식해 언어와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검토해 보도록 하자.


     
     # 논제 분석

     논제에는 세 가지 요구사항이 있다. 이는 각각 이 논술문의 작성 방향을 예시하는 것이다. 각각의 요구사항은 다음과 같다.

     1) 제시문 [가]와 [나]를 통해 언어의 일반적 특성과 그에 따른 쟁점을 마련할 것. 2) 쟁점의 제기를 통해 [다] [라] [마]의 현상에 대한 분석을 시도할 것. 3) 분석의 결과에 따라 제기된 쟁점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미래사회에서 언어와 인간과의 관계'에 맞춰 논술할 것.


     
     # 제시문 분석

     ◆제시문 [가] [나] : 언어의 특성= 언어는 한편으로는 인간의 사고를 형성하는 것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의사소통의 단순한 도구로 이해될 수 있다. 제시문 [가]는 전자의 관점에서, 제시문 [나]는 후자의 관점에서 기술됐다.

     제시문 [가]에 따르면 인간의 사고는 언어가 제시한 틀 안에서 이뤄진다. 언어를 주어진 목적과 기능에 맞춰 자유롭게 선택해 사용한다고 생각했던 학생은 제시문 [가]의 입장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내가 친구들과 만나려는데 집을 나서기 전 어떤 옷을 차려입을지 고민한다고 하자. 어떤 옷을 입을지는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다. 하지만 그 선택의 자유는 미리 주어진 기본 요소인 '상의' '하의' '양말' 따위 안에서, 즉 인간이 속한 문화적인 토대 위에서 이뤄진다. 언어도 마찬가지다. 언어는 분명 인간이 만든 것이지만, 그 언어 체계 안에서만 우리는 사고하고 선택할 수 있다. 우리가 표현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그 언어체계를 받아들이고 그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언어의 체계 안으로 들어간 후에야 비로소 다른 사람과 사고를 공유할 수 있다.

     제시문 [나]에 따르면 언어는 감정을 표현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다. 우리는 흔히 언어를 인간의 의사소통 도구로서, 자신이 의도한 감정을 표현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그것이 가장 기초적인 언어의 기능이다. 제시문 [나]에서는 언어의 생산자이자 사용자인 인간의 주체적인 지위와 언어의 '도구성'이라는 전제가 내포되고, 그것은 제시문 [가]의 내용과 대비된다.

     제시문 [가]와 [나] 관점의 차이는 이후 언어 현상을 분석할 때 입장의 차이로 드러난다. 제시문 [가]의 관점에 서면 언어는 사고를 결정짓고, 따라서 언어에 대한 태도는 진지하고 경건해진다. 반면 제시문 [나]의 관점에 서면 언어는 감정표현과 의사소통의 도구이므로 그 범위 안에서 이뤄지는 언어의 변형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제시문 [다] [라] [마] : 언어 현상의 해석= 제시문 [다]에 따르면 언어는 그 언어공동체의 삶의 조건이 반영되며,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의 차이는 언어가 규정한다. 제시문 [가]의 관점으로 이 제시문을 접근한다면, '언어공동체는 나름의 언어를 체계화해 세계를 만들어 낸다'라고 읽을 수 있다.

      이누이트의 언어로 표현된 '눈'과 '흰색'에 대한 다양한 용어는 그만큼 개념이 다양하게 분류됐기 때문에 생겼다. 그러한 구분 체계를 갖지 않은 사람에게는 눈과 흰색의 미세한 차이는 무의미하다. 결국 언어는 '우리가 무엇을 볼 수 있는지'를 정해 준다. 제시문 [나]의 관점에서 이 제시문을 접근하면 삶에서 요구한 '표현과 소통의 동기'가 곧 '언어의 차이'로 드러난 것으로 읽을 수 있다.

     제시문 [라]는 언어를 기능적으로 접근하는 태도에 대해 비판하며, 사고를 규정하는 언어의 가치를 강조한다. 제시문 [라]에 인용된 조지 오웰의 '1984' 속 사회는 언어를 철저히 효율성과 기능성의 관점에서만 본다. 전체주의사회의 최종 단계로서 사고의 통제를 완벽하게 실현하기 위해 언어를 정비한다는 방침은 언어가 사고를 규정한다는 제시문 [가]의 관점을 정확히 설명한다.

     제시문 [마]에 따르면 인터넷 언어변형현상은 효율성 추구의 경향과 네트워크에서 관계의 친밀성과 차별성을 드러내는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인터넷 언어변형현상은 입력시간의 제약이라는 초기의 통신환경에서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다른 기능까지 수행한다. '통신 분위기를 재미있고 편하게 만들어 친밀감을 나누려는 표현적 동기'가 그것이다. 즉 인터넷언어는 언어로서의 기본적 기능인 표현기능을 수행한다.

     제시문 [가]의 언어의 기본적 기능인 표현과 소통의 관점에서 인터넷언어는 언어로서 전혀 부족함이 없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조건은 환경에 걸맞은 새로운 언어의 출현을 요구한다는 측면에서 인터넷언어는 제시문 [다]처럼 일정한 삶의 반영이다. 한편으로 사고의 모태인 언어의 측면으로 바라보면 제시문 [나]의 관점에서처럼 인터넷언어의 언어변형은 일정한 사고의 변화를 초래한다.

     미래사회의 언어에 관련된 요구조건은 제시문 [마]에 관련된 논의에서 확장시킬 수 있다. 인터넷언어의 변형현상은 미래사회에서 언어와 인간의 관계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로서 작용한다. 이런 언어변형현상이 의미하는 바를 제시문 [가]와 [나]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미래사회에서 언어와 인간의 관계에 대한 전망을 모색해 보는 것을 글의 전체적인 방향으로 잡아 논술하면 된다.
     

     # 논술문 작성 방향

     현대 인터넷 언어변형현상(제시문 마)을 어떤 입장에서 볼 것인가에 따라 서로 다른 논술문이 작성될 것이다.
     언어변형현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입장은 제시문 [나]에서 기본적인 전제를 끌어 올 수 있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인터넷의 언어변형현상 역시 표현과 소통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 하나의 일반 언어로 받아들인다.

       제시문 [다]처럼 인터넷언어는 온라인이라는 소통 공간의 특이성을 반영하는 언어의 변화라는 점에서 역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런 입장에서는 종이에 인쇄된 텍스트 환경에서 컴퓨터를 중심으로 하는 유연한 상호소통의 텍스트 환경으로 전환하는 시점에서 언어도 함께 변하는 것이 당연하다. 기존의 표준 문법체계를 고집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미래사회의 언어는 하나의 표준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상황과 조건에 맞게 언어의 유연성이 강조되며 다양성과 복수성의 가치가 존중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다.

     반면 인터넷의 언어변형현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입장은 제시문 [가]의 관점을 빌려 올 수 있다. 언어는 사고를 규정하기 때문에 언어변형에 진지하고 신중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인터넷 언어변형현상에 대해 단순한 비판을 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인터넷 언어변형현상을 비판하려면 그 현상을 낳는 내부의 부정적 요인을 비판적으로 검토해 보자. 왜 온라인 공간에서 쓰이는 언어가 변형되는가? 그런 변형이 사회적으로 어떤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며, 언어를 제한된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검토해야 한다.

      인터넷언어는 표현과 소통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완전한 언어일 수도 있지만, 기능성만 발휘되는 언어는 동일한 사고를 생산할 가능성이 크다. 언어를 양산하는 사회의 속의 지배적인 경향을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생각의 집'이라는 언어의 그와 다른 측면을 균형 있게 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남초암아카데미 제공>

     
     <제시문 원문>

     [가] 인간은 오로지 언어가 대상의 표상을 그에게 제시하는 대로 사는 수밖에 없다. 인간 스스로가 언어를 조직해 내는 바로 그 행위를 통해 인간은 자기 자신을 언어 속에 짜 맞추어 넣는다. 그리고 모든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에게 하나의 영역을 지정한다. 이 영역을 벗어나는 것은 오직 다른 하나의 영역 안으로 들어갈 때에만 가능하다. 따라서 새로운 언어를 습득할 때는 지금까지의 세계관과는 다른 관점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러한 일이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  … 그러나 다소의 차이는 있지마는 항상 고유한 세계관과 언어관을 지닌 채로 우리가 새로운 언어 안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이 성과는 순수하고 완전한 것으로 지각될 수는 없다.  - 빌헬름 폰 훔볼트 '카비말 연구 서설'
     
     [나] 언어는 표현과 의사소통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형식으로서 언어는 다른 행동형식과 거의 다르지 않다. 인간은 한숨을 쉬거나 '세상에' '오! 슬프도다'라고 말하면서 슬픔을 표현할 수 있다. 가리키거나 '봐!'라고 하면서 의사소통을 할 수도 있다. 표현과 의사소통이 반드시 분리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당신이 유령을 보았기 때문에 '저 봐'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공포를 표현하는 음조로 말할 것이다. 이것은 단지 언어의 기초요소에만 해당하지는 않는다. 시나 특히 노래에서는 감정과 정보는 같은 수단에 의해 전달된다. 음악은 감정이 정보와는 분리된 언어형태라고 간주될 수도 있다. 반면 전화번호부는 감정 없는 정보만을 전달한다. 그러나 보통의 말에서는 두 가지 요소가 같이 존재한다.  - 버틀런드 러셀 '인간의 지식'
     
     [다] 추운 지역에서 눈과 함께 생활하는 날이 많은 에스키모인의 말에는 눈에 관한 단어가 '가루 눈, 젖은 눈, 큰 눈' 등을 구별할 수 있게 발달되어 있으며, '희다'에 해당하는 말만도 열 개 이상이나 된다고 한다. 또, 바다로 둘러싸인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의 말에는 모래에 관한 단어가 많이 발달되어 있다고 한다. …
     우리말의 경우 따비, 괭이, 쇠스랑, 삽, 종가래, 가래, 헹가래, 호미, 낫, 도끼, 고무래, 두레박, 용두레, 무자위, 장군, 도리깨, 쟁기, 멍에, 보습, 써레, 길마, 옹구, 망구, 발채, 꼴, 꼴망태 등과 같은 농사 용어들이 매우 발달되었는데, 이는 우리 사회가 과거에 농경 중심의 사회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한다. - 고등학교 문법
     
     [라] 언어의 파괴란 멋있는 일이다. 동사와 형용사에는 엄청난 낭비가 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제거될 수 있는 수백 개의 명사가 있다. 동의어들뿐만 아니라 반의어들도 그렇다. 단순히 다른 단어의 반대를 의미하는 단어가 있을 이유가 무엇인가? 단어엔 본질적으로 반대말이 포함되어 있다. '좋다'라는 말을 예로 들어보자. 만약 당신이 '좋다(good)'는 말을 쓴다면 '나쁘다(bad)'는 말은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좋지않다(ungood)'로 충분하며, 오히려 더 나을 것이다. 왜냐면 '나쁘다'보다 더 정확한 반대말이기 때문이다. 또 예를 들어 만약 당신이 '좋다'보다 더 강한 용어를 원한다고 '훌륭해(excellent)'나 '멋져(splendid)' 같은 일련의 모호하고 쓸모없는 단어를 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더 강한 뭔가를 원한다면 '더 좋다(plusgood)' 혹은 '더욱더좋다(doubleplusgood)'라고 하면 족할 뿐이다. 이제 '新語(사회공식어)'의 목적이 생각의 범위를 좁히는 것이라는 것을 알겠는가? 결국 글자 그대로 사상범은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필요했던 모든 개념이 엄격히 제한되고 부수적인 의미는 제거되거나 잊혀지면서 정확히 한 단어로 표현될 것이다. 벌써 '신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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