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금요칼럼] 대통령 선택, 백락(伯樂)처럼/우무석(시인)

  • 기사입력 : 2007-12-14 00:00:00
  •   
  • 요즘 길거리에 나가면 목 좋은 교차로에는 어김없이 같은 색 옷을 차려입은 선거운동원들이 줄지어 서서 ‘누구를 찍어달라’며 로고송에 맞춰 어설픈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조금 떨어진 차가운 가두에는 제 홀로 꿋꿋하게 서서 ‘누구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핏대 올려 연설하고 있지만 아무도 듣는 이가 없으니 우연히 눈길 준 사람만 민망해진다.

    바야흐로 5일만 남긴 채 막바지로 치닫는 대선 국면의 삽화 같은 한 풍경이지만 내게는 후보 홍보의 엇비슷한 율동도 인상적이지 않았고 스피커 소리 요란한 연설도 소음에 다름 아니었다. 이런 느낌은 지난 16대 대통령선거 때와는 자못 다른 선거 분위기 때문으로 개인적 무관심 탓일 것이다.

    각 정당 간 후보경선 때부터 다분히 서로 간의 흠집내기와 자신들의 붕당적 정략에 따라 이합집산하면서 최소한의 정치윤리를 지키지 못한 정치인의 수준에 그 당시 쓴웃음을 지었지만, 아직까지도 BBK사건에만 매달려 자신들의 정치적 존재 근거 중 하나인 검찰이라는 국가공권력의 발표마저 부정하는 행태는 그냥 막가보자는 어거지로밖에 여겨지지 않아 이번 대선 자체를 진절머리나게 한다. 한시적으로 잠깐 덮어두어도 될 그 사건을 대선 이후의 자신들의 생존전략적 정치일정에 짜맞추어 정략적 소재로 삼으려는 꼼수도 엿보이는 것 같아 씁쓰레한 기분이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코앞에 닥친 이번 대통령선거는 어느 정파가 정권을 잡는가에 따라 우리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 전체의 미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현 정권과 궤를 함께하는 측에서는 수구적 보수세력이 집권하게 되면 자유무역주의 세계화를 내세워 대결과 경쟁만을 추구할 것이고, 한민족 내부에서 평화공생의 원칙으로 공들인 통일의 불씨를 끌 가능성이 높아질 거라며 은근히 ‘전쟁발언’도 끼워넣는다. 그 반대 측에서는 민주정부 10년간을 아예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하고 민주화 정권들이 우리 사회 전체를 도탄에 빠뜨린 주범으로 ‘무능한 좌파’라 낙인찍는 이념논쟁에 앞장서면서 오직 자신들의 ‘정권탈환’만이 이 나라에 평화공영의 미래를 보장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정치적 주장의 거리 재기가 너무 극단적이니 유권자의 입장은 혼란스럽다. 거기에다 사상 초유라는 11명의 대선후보들이라니!

    실제 민주주의 제도는 결코 좋은 것이거나 아주 나쁜 것도 아니다. 민주적 정치제도란 여러 집단들 간의 이해충돌 관계도 불확실한 채로 두고, 그 다원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절충과 타협 또는 조정을 가능케 하는 절차만 유지하고 보장하는 체제일 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민주적 절차란 기실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도화해 놓은 것”이라는 견해는 타당하다고 여겨진다. 그 말은 우리가 민주주의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좋은 것이 되기도 하고 나쁜 것도 될 수 있다는 터. 사회적 수준이 제도를 만든다고 봐야 하겠지만 그 수준이 제도에 정당성을 부여한다고도 하겠다. 그렇다고 정당성이 반드시 정의이거나 불의가 되지 않는다. 단지 사회구성원들의 합의일 뿐이다. 우리가 간접선거를 통해 독재가 불의함도 알았지만 독재를 용인해 왔듯이 정당성이란 대중적 기대와 절망 사이에 존재하는 암묵적인 기호인 것이다.

    지금 우리의 정치체제가 해방과 동시에 ‘외부로부터 주어진’ 자유민주주의를 진화시켜온 과정이라는데 동의한다면 ‘좋은 대통령’을 잘 뽑는 게 최대의 화두가 된다. 한 국가 중심의 최고 권력에 대통령의 자리가 놓이며, 그 자리는 조금 무능해도 전지전능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전방위적으로 건강한 균형을 가질 수 있는 사회체제로 만들기 위해 이번 대선의 ‘한 표의 행사’는 새로운 국가 만들기의 또 다른 맥락이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선호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