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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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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BBK 후폭풍 극심, 국민이 정신차려야

목진숙(논설주간)

  • 기사입력 : 2007-12-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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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제 검찰이 BBK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에 대해서는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반면 김경준씨는 주가조작 및 횡령혐의로 구속기소한 것이다. 이렇게 되자 이명박 후보 진영에서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며 크게 반기면서 대선에 더욱 주력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에 반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무소속 이회창, 창조한국당 문국현, 민주노동당 권영길, 민주당 이인제 등 나머지 대선후보 모두가 ‘대한민국 검찰이 이명박 검찰이 됐다’고 강하게 비난하고 상호 연대투쟁할 것임을 표명하면서 특검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가려내겠다며 벼르고 있다.

    그런데 온 국민의 시선이 쏠린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이 왜곡 수사를 하여 이명박 후보에게 면죄부를 안겨주었다고 믿기 어렵다. 따라서 검찰을 지나치게 비난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그렇지만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이 그제 서울 광화문에 모여 ‘수사무효’란 피켓과 촛불을 들고 검찰을 규탄하는 집회를 여는 등 후폭풍이 극심하게 일고 있어 걱정된다. 수사결과 발표 하루 전, 검찰이 김경준씨에게 이후보에 대한 유리한 진술을 하도록 회유했다는 의혹을 갖도록 하는 “한국 검찰청이 이명박을 많이 무서워하고 있어요”, “이명박 이름을 빼주면 구형량을 3년으로 맞춰 주겠대요"란 내용이 적힌 김씨의 메모가 보도돼 후폭풍의 기름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도곡동 땅 실 소유주는 누구인지 밝히지 못했으며, 이명박 후보가 BBK 회장 명함을 일부 인사에게 준 경위에 대한 조사도 없었다. 이것은 검찰이 명백히 밝혀야 할 부분이다.

    온 나라가 ‘BBK’로 한달간 요동친 데 이어 이제는 검찰의 ‘무혐의 결정’에 불복하는 비 한나라당 후보들의 수사 불신과 검찰을 비난하는 목소리들이 대선판을 뒤덮고 있다. 유권자인 국민들로서는 후보들의 면면과 그들이 제시하는 정책 방향을 검증하고 비교분석하여 누구에게 표를 줄 것인지를 심사숙고해야 할 때임에도 이것을 제대로 평가하기 힘들다. 정책과 비전의 목소리는 실종되고 흑색 선전·선동과 비난의 먹구름이 대선판의 햇살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안된다. 대선을 12일 남겨둔 시점이다. 나라의 명운이 걸린 대선이 아닌가. 뒷걸음질 친 거리를 좁히고 앞으로 나아가려면 밤낮으로 달려가도 시간이 모자랄 판이다.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을 견인해 나갈 지도자를 제대로 뽑아야만 할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중차대한 순간임에도 이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흑속에 내던져질지도 모른다.

    죽기살기식으로 싸움을 벌이는 대선후보들을 탓하고만 있을 시간이 없다. 이제는 우리 국민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들이 무슨 말을 하든 진실성이 없는 말에는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마음 자세를 굳건히 다져서 정신 바짝 차리고 올바른 선택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최선의 길이 없으면 차선을 모색해야 한다. 대선과 관련해 송부돼 온 각 후보들의 유인물들을 꼼꼼히 챙겨서 실천 가능한 공약과 그렇지 못한 것들을 가려내는 일이 중요하다.

    아무리 뒤죽박죽된 진흙밭의 대선판이라고 하더라도 찬찬히 살펴보면 뻘밭에서 진주를 얻듯이 금싸라기를 발견할 수도 있다. 완벽한 인격체란 존재할 수가 없지만 상대적으로 정직한 인성의 소유자를 찾는 일은 가능할 것이다. 이 나라를 이끌어 나갈 지도자라면 적어도 국민들이 생각하는 보편적 인격과 윤리성을 갖춘 자라야만 하지 않겠는가. 개인적 역량과 지도력은 그 다음의 덕목이라 할 것이다. 덜 때묻고 덜 부정직한 사람을 고르는 것은 그렇게 힘들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대선판에서 관심을 끊고 시선을 거두어 버리면 차선의 선택도 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귀와 눈을 떼지 말고 집중해야만 한다. 자신만의 채점표를 마련해 두고 누가 거짓말을 적게 하는지, 누가 상대후보를 덜 비방하는지, 누가 국민의 아픈 마음을 더 깊이 헤아리는지 등등을 가려내 이들 가운데 가장 높은 긍정적 점수를 받은 자에게 소중한 한 표를 안겨주어야 할 것이다. 무관심이 화를 불러 최악의 후보가 뽑히게 되면 이것이야 말로 국가적 재앙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할 일이다. 비록 BBK 후폭풍이 선거판을 강타하더라도 유권자들이 정신만 바짝 차린다면 최선의 선택을 할 수가 있다.

    목 진 숙(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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