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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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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태 사주이야기 나쁜사주

  • 기사입력 : 2007-12-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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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어느 고등학교 여선생님이 찾아왔다. 밝은 얼굴에 성격도 활달해 보이는 것이 누구나 호감을 가지겠다 싶은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앉자마자 “선생님 제 사주가 얼마나 나쁜지 한번 봐 주세요” 한다.

    40대 초반의 이 여선생님은 지금까지 자신의 사주를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관심도 없었단다. 그런데 남편을 여의고 6년을 딸애 하나를 키우면서 씩씩하게 잘살았는데 얼마 전부터 괜찮아 보이는 사람이 나타나 진지하게 사귀게 되었다는 것이다. 서로에게 호감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결혼 얘기도 나오고 하여 사귀던 남자가 생년월일을 물어봐서 알려 줬더니 그 후로는 연락이 없더라고 했다. 이는 필시 자신의 사주를 보고 사귀던 사람이 연락을 끊은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자신의 사주를 한번 알고 싶다고 했다. 도대체 내 사주가 얼마나 나쁘기에 사주를 보자마자 연락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내 사주에 어떤 나쁜 것이 들어 있단 말인가? 그것이 궁금하다고 했다.

    사주는 태어날 때 정해지는 인체 운명의 명세서다. 출생신고를 하면서 주민등록번호가 정해지듯 태어나면서 정해지는 바코드와 같은 것이다. 거기에는 음양오행의 질량과 성분을 담고 있다. 그래서 사주를 보면 성격, 기질, 체질 등을 알 수도 있고 운명도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주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성장과정의 환경적인 요인이 인격 형성에 많은 영향을 주며 본인의 의지와 노력 여하에 따라 많은 변화 요인이 생긴다. 그러므로 사주를 보고 단정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 역학자들은 사주를 보고 이 같은 바코드를 읽고 해석해 내는 사람이다.

    지난 과거에 어떠한 일이 발생되었는가에 너무 연연해 할 필요 없다. 중요한 것은 현재 처해진 상황이고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대비다. 물론 과거를 보고 미래를 짐작해 볼 수도 있을 것이나 짐작으로 남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주를 알기 때문에 좀 더 유리한 위치에서 카운슬링할 수 있을 뿐이다.

    배필이란 인연이 있는 것이고, 인연 따라 만났으면 설령 조금 좋지 않은 것이 보이더라도 극복하고 잘살 수 있는 방법을 일러줘야지, 이 사람은 이래서 안 되고 저 사람은 저래서 안 된다고 한다면 결혼할 생각을 처음부터 하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 결혼을 시키기 위해서 택일하러 온 부모를 붙잡고 사위 또는 며느리 될 사람이 좋지 않다고 나쁜 말을 해서 겁을 주면 부모 된 입장에서는 결혼을 시키면서도 찜찜하다.

    이날 여선생님 사주를 면밀하게 관찰해 보니 타고난 사주는 조금 나빠 보였다. 그래서 남편도 일찍 여의고 마음고생을 했을 것 같은 운명으로 보였지만 다행히 성격이 활달해서 티 나지 않게 산 것 같았다. 그렇지만 운(運)이 바뀌어 내년부터 아주 좋은 운으로 오고 있었다.

    만약 사귀던 사람이 사주를 보고 좋지 않게 생각하여 연락을 끊었다면 오판을 하고 천생연분을 놓쳐버린 안타까운 사람이다. 설령 사주가 조금 나빠도 마음먹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극복할 수도 있다. 그래서 좋은 사주, 나쁜 사주로 단정 짓지 말고 함께 손잡고 나아갈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하다. 사랑의 힘은 대단히 크다. 노력도 해 보지 않고 포기해 버리는 바보를 사랑할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그 여선생님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다. “내년부터 좋은 운이 오는데 그걸 모르고 스스로 떠나가 버린 것을 보니 그 남자는 분명 나쁜 운(運)인 것 같습니다. 더 좋은 인연을 만날 테니 다행으로 생각하세요”라고.

    정연태 四柱이야기

    역학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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