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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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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태 사주이야기]한여름의 술(酒)

  • 기사입력 : 2007-08-16 09: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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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약합편(方藥合編-韓醫書) 약성가(藥性歌)를 보면 ‘酒通血脈上行性 少飮壯神過損命(주통혈맥상행성 소음장신과손명)’이라고 술에 대한 구절이 나온다. ‘술의 맛은 달고. 쓰고. 맵다. 성질은 따뜻하면서 독(毒)이 있으며 간(肝). 폐(肺). 심장(心腸). 위(胃)에 들어가 작용한다. 혈맥(血脈)을 통하게 하고 위로 올라가는 성질이 있으며 조금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지만 과음하면 수명이 단축된다’는 뜻이다. 이렇듯 술은 조금 마시면 약(藥)이 되지만 많이 마시면 수명이 단축될 만큼 위험한 것이다.

    술에 취하는 정도는 개인차가 상당하여 약간의 술로도 취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량의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쉽게 취하지 않고 많이 마시는 사람은 알코올을 산화하여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시켜 버리는 기능이 왕성하므로 혈액 중에 남아있는 것이 작기 때문이며 적게 마셔도 빨리 취해 버리는 사람은 이 기능이 약해서 일어나는 현상이므로 술을 마실 때는 자기 주량을 알고 적당히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다.

    명심보감에도 醉後添盃不如無(취후첨배불여무)라고 하여 ‘술 취한 후에 잔을 더하는 것은 안 먹는 것만 같지 못하다’고 했다.
    얼마 전 회사의 이름(社名)을 작명(作名)하러 40대 후반의 여성이 연구실로 찾아왔다. 한눈에 봐도 좋아 보이는 옷을 입고 얼굴이나 자태가 품격이 있음을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었다. 한데 그 좋은 얼굴에 기색(氣色)이 없고 얼굴 근육 또한 아래로 처져 있는 것이 ‘내가 요즘 고민이 아주 많습니다.’라고 써져 있는 것 같았다.

    얼굴(觀相)을 보면 그 사람이 가진 고민이 오래되었는지 아니면 최근 것인지를 알 수도 있다. 그래서 웃으면서 “근래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걱정이 그리도 많습니까?” 하니 한숨부터 쉰다. 작년 이맘때 사업을 하는 남편이 술이 거나하게 취해서 들어와서는 잠을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이 세상 사람이 아니더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모든 것은 남편이 알아서 해주어 부족함 없이 잘 살았는데 갑자기 남편이 세상을 떠나버리니 가정생활은 물론이고 회사까지 맡아서 운영하는 것이 많이 힘들다는 것이다.
    1년여 동안 회사 규모를 대폭 줄이고 새로 출발하려니 회사명을 바꿀 필요를 느껴 찾아온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사용해온 사명(社名)을 보니 소리오행이 서로 극(剋)하는 원리로만 이루어져있어 상생(相生)하는 이름으로 회사의 이름을 바꾸어 주었다.

    서로 극하고 있으면 회사도 힘들 뿐더러 사주(社主)도 극을 받아 몸이 아프거나 예기치 않은 일들이 일어난다. 소리의 파동이 미치는 영향은 크기 때문이다.
    사주(四柱)에 관(官)이 많은 사람은 감투 쓰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무슨 모임이나 단체의 회장을 몇 개씩 맡아 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오행(五行)에서 관은 자신을 극(剋)한다.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경우 그 관으로 인해 관재(官災)를 당한다. 이 사람의 남편 경우에도 몇 개의 회장 직함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걸 감당할 힘이 부족하여 자신이 극을 받은 경우라 할 수 있다.

    감투를 쓰면 술자리가 많아진다. 사람을 좋아하고 또 모임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술은 사람을 죽게도 한다. 사인(死因)은 심장마비였지만 술이 영향을 미친것만은 틀림없다. 방약합편에서도 술은 심장에 들어가 작용하는 것으로 나와 있지 않은가? 술은 따뜻한 성질을 지니고 있어 여름철에 과음을 하면 그 열을 견디기가 힘이 든다.
    이 여성은 지금도 남편이 남겨둔 일 처리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가족들과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보내고 싶다면 특히 여름에 술은 줄여야 하겠다. dusxo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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