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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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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암논술 주제별 강좌] (12) 소통의 조건은?

  • 기사입력 : 2007-08-08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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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대 2006학년도 수시 1차 언어논술]  네 개의 제시문을 연관시킬 수 있는 하나의 주제를 찾아내어 제시문들 사이의 관계를 밝히고. 그 주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1600자 안팎으로 논술하시오.(제시문 원문은 뒤쪽에 수록)

    # 출제의도

    인간끼리의 만남은 의사소통을 전제로 한다. 의사소통을 통해 인간은 서로의 뜻을 나누며. 사회를 이룬다. 이상적인 의사소통을 통해야만 이상적 사회실현에 대한 소망도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의 의사소통은 권력. 자본. 성. 국제적 힘의 관계 같은 여러 요소들에 의해 단절되거나 왜곡된다. 이번 고려대 논술고사는 그처럼 현실에서 벌어지는 의사소통의 단절과 왜곡의 사례를 통해 바람직한 의사소통의 조건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요구한다.

    [사진설명]  고려대 2007학년도 수시 1학기 논술고사를 치르고 있는 수험생들. /연합뉴스/


    # 논제 분석

    논제의 요구 사항은 다음과 같다.
    (1)네 개의 제시문을 연관시킬 수 있는 하나의 주제를 도출할 것. (2)제시문들 사이의 관계를 파악할 것. (3) 자신의 견해를 논술할 것.
    물론 이러한 논제의 요구 사항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각 제시문 내용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 제시문 분석

    제시문 [가]는 의사소통의 장으로서의 ‘커피하우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각각의 공론장마다 구성원의 범위와 성격. 주요 관심사와 토론 주제는 다르지만 그 기능은 같다. 사람들은 그러한 모임을 통해 자신이 속한 집단의 문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고 조정했다. 또 그 의사소통은 개인적인 차원의 생각이 사회적 차원의 사고과정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제시문 [나]는 간언과 그것의 수용이 갖는 중요성을 제시한다. 왕과 대간의 소통단절은 선비들을 침묵하게 한다. 이는 결국 풍속의 문란과 백성의 곤궁을 부르며 외세의 침략에 대한 방비도 어려워진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의사소통의 필요성이나 중요성을 읽어 낼 수 있다. 왕이 통치를 하는 데 대간들의 간언은 눈이나 귀와 같다. 대간들의 간언을 수용하지 않는 임금의 태도는 정치적 혼란을 부른다는 것을 보여 준다.


    제시문 [다]는 이상적인 의사소통 상황을 만들어 가는 방법과 의사소통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목표를 제시한다. 개인은 언어를 통해 담론 형성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참여의 권한을 이룬다. 이 과정에서 개인은 합의의 정당성을 높이는 논의훈련을 거친다. 이러한 소통조건이 마련되면 사회는 좀 더 합리적으로 진보하며 개인에게 주어진 억압적인 조건을 해결할 수 있는 공준(公準)을 마련할 수 있다.


    의사소통의 의미를 제시하고 있는 이 제시문을 읽으면서 학생들은 근대적 의미의 ‘정의(正義)’는 특정 집단이나 권력 등에 의해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 개개인의 합의에 의해 도출된다는 점을 읽을 수 있다. 즉 개인의 소통과 합의의 과정을 통해서만 사회정의가 만들어진다. 또 소통과정은 사회 속에서만 훈련될 수 있다는 것도 읽을 수 있다.


    제시문 [라]는 ‘테러리즘’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는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요즘 테러리즘이라는 용어는 ‘미국에 반하는 모든 공격’을 의미하는 말로 변했다. 이렇듯 정의(定義)나 합의되지 않은 채 사용되는 테러리즘이라는 용어는 정치적인 목적에 봉사한다. 이런 일방적인 소통방식은 당연히 국가 간에 존재하는 권력에 의한 것이다. 테러가 갖는 폭력성만큼이나 ‘테러리즘’의 합의되지 않은 정의는 폭력적이다.

    실제로 오늘날 외교적인 용어로 사용되는 테러리즘은 미국이나 서방국가의 자국중심주의 속에서 상호적인 공준화·공론화 과정 없이 일방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안과 밖. 중심성과 주변성의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상호 의사소통 과정이 필요하듯 ‘테러리즘’의 의미 역시 충분히 상호적인 이해와 소통 속에서 합의돼야 한다.


    # 논술문 작성 방향

    제시문 [가]와 [다]는 의사소통의 장이 열렸을 때 생겨날 수 있는 긍정적 의미로. 제시문 [나]와 [라]는 의사소통의 과정이 단절되거나 일방적 전달이나 규정만 존재할 때 생겨나는 위험성을 보여 주는 것으로 읽어 낼 수 있다.


    혹은 제시문 [다]를 의사소통의 형성과정과 의미에 대해 원론적인 내용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가]는 그것이 형성됐던 구체적인 사례로. 제시문 [나]와 [라]는 [다]의 조건들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생겨나는 부정적 현상을 보여 주는 사례들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또 제시문 [나]와 [라]가 모두 권력관계에 의해 소통이 단절된 상황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다른 방법으로 제시문 [가]를 공론장의 형성과정에 대한 사례. 제시문 [나]는 의사소통의 단절이 가져오는 결과를 통해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피력한 글. 제시문 [다]는 이상적인 의사소통 상황을 통해 개인의 자유와 권한을 살펴보고 의사소통 과정. 즉 공론화가 갖는 궁극적 목적과 의미를 보여 주는 것. 제시문 [라]는 ‘테러리즘’이라는 용어가 갖는 일방적 의미를 통해 의사소통을 매개하지 않은 사실에 대한 비판사례로 읽을 수도 있다.


    이때 제시문 [가]와 [라]의 사례를 통해 담론이란 특정집단의 목적을 위해 형성되며 외부집단을 배제하거나 외부에 대해 폭력적 구조일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읽어 낼 수도 있다.
    제시문 간 관계를 파악하고 공통주제를 도출했다면 다음으로 남아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도출하는 것이다. 단순하게 제시문을 분석한 후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는 당위적인 주장만 남발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의사소통의 의미와 소통의 과정. 그리고 제대로 된 소통 과정을 방해하는 여러 장애요소에 대한 분석과 극복 과정들이 논리적으로 기술돼야 한다.


    예를 들어 현대의 여론민주주의의 특성을 주목하면서 오늘날 민주적 주체인 시민들이 자신의 견해를 도출하고 토론하며 수렴하는 공간이 어디인지 살펴보자.


    현재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세계적 네트워크는 여론민주주의가 더욱 자유롭게 열리는 기반이라는 내용을 쓸 수 있다. 18세기 초에 커피하우스가 있었다면 21세기에는 인터넷게시판이나 일인미디어인 블로그. 전자신문을 통해 더욱 활발한 공론장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기술하고. 의사소통의 의미를 지금 살아가는 현대적 맥락과 연결시켜 표현하면 된다.


    나아가 이러한 소통은 민주적 의사결정이라는 전제 속에서만 성립되며 참여와 검증을 확보하는 민주적 관계 속에서만 결정의 타당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과정을 논증해야 한다. 공론장이 갖는 여러 가지 스펙트럼을 지나치게 단순화해 각각의 제시문에 나타난 양상의 차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다수결주의’에 ‘올인’해 버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공론장이란 공론화가 이루어지는 공간이지만 중요한 것은 도출된 ‘결과’가 아니라 그러한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이해하자.


    특별히 공론장의 변화와 관련해 매체나 미디어가 갖는 특성에 주목할 필요도 있다. 매체가 갖는 특성이 그 매체와 접하고 활용하는 개인들에게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언론사의 소유권과 관련해 특정 언론사가 갖는 정치적 편향성과 인터넷에서 시작돼 거리로 이어진 촛불집회가 갖는 의미처럼 매체는 공론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이다. <경남초암아카데미 제공>


    <2006학년도 고려대 수시 1차 언어논술 문제 제시문 원문>

    [가] 18세기 초 런던에는 3천 개가 넘는 커피하우스(coffee house)가 생겼으며 점포마다 고정적으로 출입하는 고객들이 있었다. 법률가들은 웨스트민스트 사원 근처의 커피하우스 ‘난도’나 ‘그리시언’에 모여 법이나 문학에 관해 토론하고 새로운 연극을 비평하였으며. 또한 웨스트민스트 홀에서 흘러나온 최신의 뉴스를 서로 전하기도 하였다. 사제들은 성 바울 교회묘지에 있는 커피하우스 ‘트러비’나 ‘차일드’에서 대학의 화제와 강의에 대한 견해를 나누었으며. 군인들은 채링크로스가의 커피하우스 ‘영맨’이나 ‘올드맨’에서 그들의 불만을 털어 놓기도 하였다. ‘게러웨이’나 ‘조나단’은 일반 시민들이 주로 드나드는 커피하우스였다. 그곳에서는 주식의 등락이나 보험료율과 관련된 정보들이 교환되었다. 그레이트러셀가의 커피하우스에서는 연극이 끝난 후 한밤중까지 문인재사(文人才士)들의 자유롭고 열띤 논쟁이 지속되었다. 이처럼 1680년과 1730년 사이에 번창했던 커피하우스는 처음에는 문예비평의 장이었으나 점차 정치에 관한 비판의 장으로 확대되었다. 커피하우스는 물론 살롱이나. 지식인 만찬회. 학회. 협회 등도 활성화되었다. 모임마다 구성원의 범위와 성격. 주요 관심사와 토론의 주제는 서로 달랐지만 그 모임들은 모두 사적 개인들 간에 형성된 의사소통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나] 왕께서 언로(言路)를 통하게 하였다고 할 수 있으나 과연 위아래의 의견이 어긋남 없이 통하도록 했다 할 수 있겠습니까? 사방의 사정에 두루 막힘이 없다 하겠습니까? 혹시 헤아려 살펴 미치지 못하는 바가 있고 마음 씀씀이에 미덥지 못한 바가 있다면 그 다스림에 대해 신하로서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근래에 들어 왕께서는 아뢰는 이들의 말을 듣기 싫어하시어 걸핏하면 열흘이나 한 달을 끌다가 신하들을 만나 한 가지 일을 겨우 들어주실 따름입니다. 더욱이 신하들이 아뢰는 바가 지나치더라도 스스로 반성하고 뉘우쳐 깨달아야 마땅한데 그러하다는 말을 듣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으레 모든 것을 글로만 답하고 신하들과 마음을 터놓고 뜻을 나누기를 즐겨하지 않으십니다. 하여 이 땅의 선비들은 침묵을 버릇 삼고 있습니다. 나라에 그른 일들이 드러나고 있거늘 그들 중 누구 하나 쓴 약 같은 곧은 소리를 올리려고 나서지 않습니다. 왕께서는 나라가 이미 잘 다스려져 태평하므로 짚어서 문제 삼을 일이 한 가지도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신(臣)이 보건대 바른 정치가 펼쳐지지 않아서 기강이 서지 않고 풍속이 어지러우며 백성들은 곤궁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국경 너머에는 오랑캐들이 이 땅을 넘보고 있어 나라의 앞날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때에. 들어서 살피고 따져서 풀어야 할 나랏일이 참으로 많다고 여겨집니다. 신은 이미 대간(臺諫)으로서 왕께 곧은 의논을 펼치고 바른말을 아뢰어 결점을 메우고 막힌 데를 통하도록 하는 일을 벼슬로 삼았으나 오히려 왕께서는 신의 말을 들어 주지 않고 하찮게 여기시니 하물며 다른 신하에게야 어찌 바랄 바가 있겠습니까?

    [다] (영어 제시문 번역) 의사소통행위는 이해에 도달하기 위한 매개물로서의 언어사용을 전제로 하는데 참여자들의 소통행위과정에서 세계와의 관련을 통해서 받아들여질 수 있거나 논쟁될 수 있는 주장들의 정당성을 상호적으로 높인다. 이상적인 소통상황 속에서 개인들은 담론에 자유롭게 참여하는 권리를 훈련하며 주장에 대한 접근과 의문의 제기 그리고 태도와 욕망과 요구들을 표현하기 위한 연습을 한다. 이러한 판단(light) 속에서 모든 개인은 안과 밖의 강제에 반대함으로써 그 자신으로부터 비롯되는 힘과 논쟁을 통한 의사소통에 공정하게 관여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허락받는다. 따라서 이상적인 의사소통 상황의 궁극적인 목표는 합리적인 사회에 도달하는 것이며 개인들 사이의 비억압적인 관계에 대한 기준들을 제공하는 것이다.

    [라] (영어 제시문 번역) 마치 미국에 대한 모든 외국의 공격은 테러리스트의 소행이라는 듯이 ‘테러리즘’이라는 말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쓰이는 듯하다. 실제로. 오클라호마시 폭탄테러나 1993년과 2001년의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공격은 모두 공통된 하나의 요소를 갖고 있다. 즉. 어떤 신뢰성 있는 주장이 형성되기도 이전에 이 행위들은 테러리스트의 소행이라고 공공연히 비난받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무엇이 테러리즘이고 무엇이 테러리즘이 아닌지 명백한 기준을 수립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 준다. 만약 테러리즘이 전쟁범죄가 아니라면 이를 제거하기 위한 목적으로 군대가 개입해서는 안 되며 테러리스트들 역시 모든 합법적인 권리와 특권을 받아서는 안 된다. 반면. 만약 테러리즘이 전쟁범죄라면 이를 제거하기 위해 경찰이 개입해서는 안 되며 테러리스트들은 다른 전쟁범죄나 전쟁범죄자과 유사한 방식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몇몇 정부들은 이 두 가지를 모두 행하려고 고집한다. ‘테러리즘’이라는 말이 사용되는 방식은 국제외교와 군사적 균형에 영향을 미친다. 그 말은 또한 합법적인 정부와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중인 사회들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며. 그 말을 규정하는 자들의 정치적인 목적과 연관되어 잠재적인 분쟁의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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