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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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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의 NIE] (59)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

  • 기사입력 : 2007-06-20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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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혁의 원천은 무엇일까?


    얼마 전 세계적인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가 우리나라를 다녀갔어요. 저서인 ‘청소년을 위한 부의 미래’를 홍보할 겸 왔다가 우리나라 청소년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의 가능성이 바로 청소년 여러분들의 독서에 있다고 강조를 한 바 있지요. 어느 시대든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 특히 엘빈 토플러가 말하는 미래에는 지식이 세상을 변화시킬 가장 중요한 원천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과거 조선을 건국한 신진사대부들도 엘빈 토플러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들이 내세운 국가 정체성은 바로 ‘권력은 지식에서 나온다’ 였거든요. 신진사대부들은 고려 말 무신집권기였던 최씨 정권 때부터 과거를 통해 중앙에 진출하게 되었어요. 무신 정권이 안정되면서 최씨 정권은 학식이 있고. 행정 실무에 밝은 문신을 필요로 했으며 이에 맞는 사람들이 문벌귀족이 아닌 바로 지방의 향리들이었지요. 바로 이들이 신진사대부라 불리는 사람들이랍니다.

    이들은 음서제도를 통해 세습되던 문벌 귀족과는 달리 과거제도를 거쳐 중앙에 진출하였어요. 당시 과거시험은 주로 유교경전으로. 지금 대학 논술에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논어'. `대학`, `중용', `맹자' 등이었어요. 즉 사대부란 책을 읽는 사(士)와 행정을 맡아 일하는 대부(大夫)를 합친 말로 즉 학문하는 관리라는 뜻이지요.


    처음에는 기존 문벌귀족 세력들 때문에 높은 관직으로 나아가지 못했지만 충선왕의 개혁정책으로 한꺼번에 중앙 정계 요직에 중용되었고. 그때 설립한 한림원은 개혁세력인 사대부들이 힘을 기르는 근거지가 되었어요. 하지만 원나라와 문벌귀족의 방해로 사대부들의 성장도 주춤했으나 곧이어 공민왕과 신돈의 개혁으로 다시 활기를 찾으면서 이미 넘볼 수 없는 막강한 힘을 가진 세력으로 성장하게 된답니다.

    그러던 중에 원나라가 멸하고 명나라가 세워져 문벌귀족세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었고. 중국 대륙의 변화로 인해 한반도 주변은 소규모 전쟁으로 어지러워졌어요. 특히 홍건적과 왜구의 침략으로 몸살을 앓던 고려 백성들은 이들을 물리쳐 주는 신진 무인 세력들을 지지해 주면서 중앙정부에서 이들의 발언권은 커질 수밖에 없었겠지요. 신진 무인세력들 역시 권문세족이 아니라 변방의 향리 집안 출신이었고. 앞선 시대의 무신들과는 달리 문무를 고루 갖춘 사람들이라 사대부들과 가까운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이 중 대표적인 인물이 이성계라는 거 다 알지요?

    충선왕은 원나라의 간섭으로 실패하였다고 해도 공민왕 때에는 원나라의 힘이 약해져 충분히 개혁에 성공할 수 있었음에도 실패한 것을 보면 고려 사회가 이미 위로부터의 개혁이 불가능한 사회였다고 볼 수 있어요. 그렇다고 민중들에 의한 아래로부터의 개혁도 힘든 상황이었고요. 그러므로 왕이나 권문세족이 아닌 다른 세력이 필요했는데 바로 이러한 구실을 사대부들이 맡게 된 것이랍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사대부들은 학문을 사랑하고 숭상했어요. 이들은 권력의 정당성이 학문에서 나오며. 그러므로 왕도 학문하는 자세로 세상을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경연제도 등을 두어 끊임없는 학문 토론의 장을 만들어 나갔어요.


    하지만 이들이 오로지 학문에만 관심을 두고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었던 것은 아니에요. 바로 이들은 행정실무를 제대로 아는. 지금으로 보면 전문경영인(CEO)에 해당하는 능력을 갖춘 자들이었어요. 이들이 조선을 건국하고 가장 먼저 개혁한 것은 바로 토지제도였어요. 권문세족의 농장 확대로 몰락하는 양인층이 늘어나고 국가의 공전이 줄어드는 당시 상황을 개혁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현실인식을 하고 있었던 셈이지요.

    하지만 토지개혁은 곧 자신들의 이해관계와도 밀접한 부분이 있었어요. 사대부들은 바로 중소지방의 지주들이었기 때문이지요. 이들이 시행한 토지개혁이 바로 과전법입니다. 과전법은 문무 관리들을 18등급으로 나누어 관직에 따라 차등 지급하였고. 권문세족들의 토지를 몰수하여 공전이 크게 확대되어 새로운 왕조 성립의 기반이 마련되었어요.

    우리의 역사를 살펴볼 때 역사의 고비마다 많은 개혁 세력이 등장하였어요. 그러나 대부분의 개혁세력은 개혁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는데 그치거나 개혁을 추진하다 수구 세력의 공격을 받아 중도에서 포기하고 말아요. 그러나 고려 말기의 신진사대부들은 개혁 지향성이 뚜렷하면서도 현실에서 개혁을 추진하여 성공한 드문 경우의 하나예요.

    이들을 통해 개혁 세력이 갖추어야 할 조건을 살펴볼까요?


    사대부들은 무엇보다도 개혁 지향성이 확고했어요. 당시 개혁 대상인 토지제도 문제를 정확하게 꿰뚫어 보았을 뿐만 아니라 개혁의지도 확고했어요. 더불어 그들은 그것을 추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능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고요. 정치적 기반. 행정실무에 능하고. 학문에 능하여 이론도 겸비한 그런 개혁세력이었다고 할 수 있어요.

    최근 신문을 보면 연일 대선주자들에 대한 보도가 끊이질 않고 있네요. 후보 검증론까지 불거지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기도 하지요. 대선주자들은 하나같이 미래의 새로운 주역으로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공약을 내걸고 있어요. 지금이 과거 고려 말의 상황과 같다고 볼 수는 없지만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해 많은 개혁을 외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현 시점에서 한 사회의 개혁을 담당해야 할 세력이 갖추어야 할 조건은 과연 무엇일까요? 과거 신진사대부들이 갖추었던 능력을 지금의 개혁세력들은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 나만의 후보 검증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1. 신문에 나오는 대선후보 주자들과 관련된 기사를 스크랩하여 각각의 후보들이 내세우는 미래사회를 위한 구상을 찾아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2. 각 후보들이 내세우는 개혁의 대상을 찾아 그들의 주장을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공약의 허와 실을 찾아 비판해 보세요. 매니페스토운동과 연관하여)
    3. 내가 만약 개혁세력이라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개혁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신문에서 3가지만 찾아보고 그러한 이유를 제시하여 친구들과 토론해 보세요.
    4. 나의 생각과 후보들의 생각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정리해 보고 나와 다른 생각과 관점을 자세히 조사하여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개혁지향성에 대한 관점 비교)
    5. 과거 우리 역사에서 개혁하고자 했으나 실패했던 사례를 조사하여 역사를 거울삼아 오늘날 이런 실패가 거듭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토론해 보세요.
    6. 한 사회의 개혁을 담당해야 할 세력이 갖추어야 할 조건에 대해서 1600자 내외의 논술을 써 보세요.

    필자 유혜경
    약력 ▶ 한국NIE협회 부산·경남 책임강사 / 신문방송학 석사 / 동아대·신라대 사회교육원 출강 /한국신문협회 ‘NIE 커뮤니티’(http://pressnie.or.kr) 부산·경남 지역커뮤니티 관리자 ◇부산 경남 NIE 연구회 홈페이지= http://www.yni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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