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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 민병기

  • 기사입력 : 2007-06-08 09: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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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복 직후부터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시행한 교육제도는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학제와 교육과정이 미국의 그것과 거의 일치한다. 초등 6년 중등 6년 대학 4년유치원 포함 합계 18년으로 양국의 학제 연수는 일치한다. 단지 미국의 중학은 2년이고 고교는 4년인데 비해 한국의 중·고교는 각각 3년인 점이 다르지만 중등과정이 모두 6년인 점은 같다.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법학대학원'이나 `대학원 중심 대학'의 발상도 미국제도에서 비롯되었다.
     
    두 나라의 교과과정도 유사한 점이 많다. 특히 한국 대학의 교양과정은 미국의 일반교육과정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국내 대학에서 운영되는 핵심교양 과정도 1970년대 하버드대에 등장한 `core education'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양국의 학제나 교육과정은 아주 유사하지만 교과운영과 학습 실태는 많이 다르다.
     
    미국의 의무교육 12년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이 모국어의 읽기와 쓰기 교육이다. 그 실기 능력을 배양·증진시키기 위하여 단계적인 교육 목표가 설정되어 있다. 또 의무교육의 성과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고등학교 졸업생들의 읽기와 쓰기 능력의 측정치이다. 그만큼 미국의 의무교육 전반에서 모국어 중심의 독서·작문 교육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의 초등학교에서 읽기 교육은 어휘력 증진에 중점을 두고 이루어진다. 기초 어휘부터 시작하여 학년이 높아질수록 어휘 수를 확대·심화시켜 의무교육 12년간 약 2만5000 단어의 습득을 목표로 삼고 있다. 타임지 같은 대중지 독해를 위해 필요한 어휘력은 7학년중학 1년 정도의 수준이다. 의무교육을 마치는 고교 졸업생에 대한 학력 평가에서 어휘력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측정치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 예로 미국 대입수학능력시험인 SAT.I의 어휘력 평가를 들 수 있다.
     
    미국의 의무교육 과정에서 읽기교육에 속하는 문학과목의 목표는 작품에 대한 이해와 감상을 바탕으로 한 독해력과 사고력의 증진에 있다. 저학년에서 동화 읽기로 시작하여 학년이 높아 갈수록 높은 수준의 문학작품 읽기로 학습이 진행·발전된다. 의무교육 과정에서 미국뿐만 아니라 영·독·불 국어시간에 학생들이 자국의 국민적 작가인 셰익스피어·괴테·위고의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읽는 학습이 이루어지고 있다.
     
    단순히 읽기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수업시간 중에 그 내용을 자기화하도록 토론하고 글로 정리하는 실기학습이 이루어진다. 독서 내용을 자신의 지적 자양분으로 흡수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독후감 토론과 쓰기이다. 동류 집단 속에서 독후감을 말로 발표하고 글로 쓰는 경쟁적 훈련을 하면서 학생들의 사고력·상상력·비판력 등이 자연스럽게 신장된다.
     
    초등교육 과정에서 쓰기 교육은 철자법 지도로 시작되어 초보적인 간단한 문장쓰기로 이어진다. 그 교육이 저학년 때엔 적절한 단어를 선택하여 문법에 맞는 단문 쓰기 훈련에서 학년이 높아질수록 점차 복잡한 내용을 논리적으로 구사하는 고차원적인 쓰기 실기 훈련으로 진행·발전된다. 영작 교육에서 특히 문법·문단의식을 가지고 논리적인 글을 쓰는 훈련이 많이 이루어진다.
     
    한미 양국의 교육제도는 유사하지만 그 내용은 판이하게 다르다. 미국 학생들은 능력 계발을 위한 실기 경쟁을 하는데 우리 학생들은 입시에 대비한 문제풀기 경쟁에 너무 치우쳐 있다. 자신의 발전을 위해 학생들은 경쟁을 피할 수 없다. 문제는 경쟁의 발전적 가치이다. 개인의 잠재력을 계발하는 유익한 경쟁이 아니라 오직 승리하기 위한 무의미한 경쟁이란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공교육 개혁을 위해 우선 교사의 역할이 변해야 된다. 학생들의 실기능력 향상을 위한 바람직한 경쟁을 하도록 인도하는 일이다. 그들의 수준과 관심에 알맞은 적절한 과제를 교사는 분명하게 제시하여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된다. 그 과정에서 독서 안내가 제일 중요하다. 교사는 단지 목록 제시에 그치지 않고 그 책의 가치를 학생들이 충분히 이해하도록 안내·설득해야 된다. 또 토론 학습의 활성화를 위하여 논쟁의 쟁점이 되는 적절한 문제를 교사가 늘 독창적으로 제시해야 된다.

    민병기 창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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