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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우리 아이는 우리가 품어야 한다 - 목진숙 (논설주간)

  • 기사입력 : 2007-05-18 09: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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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의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기 시작한 1958년 이래로 아직도 해외 입양 아동수가 크게 줄어들지 않아 `고아 수출국'이란 오명을 언제까지 들어야 할지 부끄럽기만 하다. 소중한 인격체인 아이들을 위에서처럼 마치 상품 취급하는 듯한 모욕적인 말을 비판적 시각을 지닌 외국인들로부터 들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한마디 변명도 못한 우리들이었다.


    지난해 말까지 입양된 총 아동수는 22만7천983명이며, 이 중 70%에 달하는 15만944명이 해외에 입양됐다고 한다. 물론 그 나머지는 국내에 입양됐다. 입양 반세기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조금씩 해외 입양 아동 수가 줄어들기는 했다. 그렇지만 이렇다 할 만큼 큰 변화가 없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작년 한해의 해외 입양 아동은 1천899명이라고 한다. 이 숫자는 전체 입양 수의 58%를 상회하는 것이다. 이것은 여전히 해외입양률이 국내입양률을 앞서는 것을 말해주는 것으로서 우리의 낯 뜨거운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국내 입양률이 낮은 것은 우리 국민들 사이에 `순수혈통주의'가 뿌리 깊이 박혀있기 때문이라고 믿어진다. 즉, 가문의 대는 자신의 핏줄로 이어가야만 한다는 인식이 너무도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만약 친자녀가 없을 경우 형제의 자녀 가운데 한 사람인 친조카를 양자로 들여와 대를 잇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이러한 의식은 유교적 전통인 혈통중심주의가 지나치게 강조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나친 혈통중심주의는 국제화시대의 조류에 역행하는 것으로서 자칫 배타적 이기주의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청산돼야 할 폐습이라고 본다. 굳이 인류애, 인본주의, 세계동포주의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우리가 뿌린 씨앗은 스스로 거두어 품어야 하는 것이 의무다. 그럼에도 지난 수십년동안 우리는 이러한 기본적인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 한국을 일러 예절이 바로 선 나라라고 칭송한다지만 이러한 찬사가 입양과 관련하여 생각하면 과분하다. 왜냐하면 혈통을 지나치게 따지는 우리들의 이중적 모습을 자성(自省)해 볼 때 과찬임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군의 후예라고 자랑한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가 한 핏줄임을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만 보호시설에는 아동들이 넘쳐나고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모국의 품을 떠나 외국인 가정으로 입양되고 있다. 이 기막힌 현실이 계속되고 있는 한 우리는 국제사회에 떳떳하게 나설 수 있는 자격을 갖추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명색이 선진국 대열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한국이 아닌가. 국력도 세계 10위권에 들어선 나라에서 계속하여 자국 아동들을 해외로 입양시키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 세계인들이 고운 시선을 보낼 까닭이 없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혈통주의를 고집하고 있는 우리의 의식을 확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세계인들의 손가락질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부끄러운 일을 더 이상 자행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단 한 명도 외국으로 입양되는 일이 없도록 보호자 없는 아이들을 우리들 가정의 소중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낳은 정'보다도 더 진한 것이 `기른 정'이라고 하지 않던가. 한솥밥을 먹으면서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함께 하면 모두가 한 가족이 된다. 굳이 핏줄을 따질 까닭이 없다.


    그러잖아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는 우리가 아닌가. 이대로 가다가는 인구감소로 인해 국력 신장의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따라서 해외로 입양되는 아이들 모두를 우리 가정의 따뜻한 정으로 품어 소중한 가족의 일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장차 이 아이들이 미래의 한국을 이끌어 나갈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은 전적으로 우리 자신들의 의지에 달린 일이다. 이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부모 잃은 아이들을 국내 가정에 적극 입양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해외 입양된 우리 아이들이 훌륭하게 성장해 모국을 방문하여 친부모와 형제들을 만나 기쁨을 함께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의 눈물을 흘렸으리라고 본다. 이들 외에도 자신의 정체성 문제로 고민하다가 올바르게 성장하지 못하고 외국 현지 사회의 주변을 떠도는 수많은 입양아 출신들이 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지난 11일은 `제2회 입양의 날'이었다. 정부가 올해부터 `국내 입양 우선추진제'를 도입한 것은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입양 가정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 있기를 기대한다. 

    목진숙(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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