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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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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동진노인복지센터 도시락 봉사 동행취재

  • 기사입력 : 2007-05-08 09: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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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식의 情' 대신 전합니다


    “돌보는 가족 없이 쓸쓸하게 지내는 독거노인들을 만나면서 내 자신 부모님 살아계실 때 못다한 일들이 후회가 됩니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박성진(47·가명)씨는 도시락배달 봉사를 위해 창원 동진노인복지센터를 찾았다.

    개인택시 영업을 하는 박씨는 사흘에 한 번 쉬는 날마다 빠짐없이 도시락배달을 돕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께 박씨와 가가호호 배달을 맡은 서점순(42·여)씨와 한 조가 돼 창원 소답동과 동읍지역 배달을 시작한다.

    오늘 배달해야 할 도시락은 모두 22개. 센터를 나선 박씨의 차는 소답동 골목길을 구석구석 훑었고. 금세 10여곳에 들러 도시락을 기다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에 따뜻한 도시락을 안긴다.

    박씨가 배달을 하는 20여곳을 포함해 복지센터가 도시락을 배달하는 90여곳은 모두 독거노인. 자식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자식이 있어도 돌보지 않는 경우가 많단다.

    도시락을 기다린 것인지 도시락을 들고 오는 이들을 반기는 것인지 홀로 사는 어르신들은 골목 밖까지 나와 도시락배달차를 맞기도 하고. 마당 한편에 말려둔 나물을 한 움큼 집어주며 한사코 거절해도 억지로 안기기도 한다.

    도시락만큼이나 따뜻한 마음을 실은 배달차는 소답동 배달을 마치고 동읍으로 향한다.

    30여년 전 물난리로 자식들과 남편을 모두 잃고 혼자 살아온 김윤석(78) 할머니에게 도시락배달은 곧 자식들의 고향 방문과도 같다.

    거동이 불편한데도 손수 대문을 열고 이들을 맞은 김 할머니는 “주말 빼고는 하루도 잊지 않고 찾아주니 고마운 마음이야 말로 다할 수 있냐”며 “친자식이라도 이네들처럼 할까? 나한테는 자식이나 다름없다”며 환하게 웃는다.

    서씨는 준비한 도시락을 열어 할머니의 식사 수발을 도왔고. 박씨도 집안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살갑게 안부를 묻는다.

    아직도 서너 집이 남아 있어 바쁜데도 이들은 쉽사리 발걸음을 돌리지 못한다.

    “내일 또 옵니다. 들어가서 식사 마저 하세요. 내일은 어버이날 행사하니까 꼭 오세요. 모시러 올테니까 준비하시구요.”

    박씨의 도시락차는 또 다른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다시 길을 재촉한다. 차상호기자 cha83@knnews.co.kr

    [사진설명]  7일 오후 창원동진노인복지센터 노인요양보호사 교육생인 서점순(42·여)씨가 김윤석 할머니의 식사를 도와주고 있다. /전강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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