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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암 논술 주제별 강좌] (8) 근대 이성 비판

  • 기사입력 : 2007-05-02 09: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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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 [다]는 현대사회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합리성이 잘 드러난 예이다. [가]와 [나]를 참조하여 [다]에 나타난 합리성이 갖는 특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현대사회의 합리성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논술하시오. <고려대 2002학년도 정시 논술 논제>

    ※제시문 원문은 맨 뒤에 수록



    # 출제 의도 및 논제 분석

    현대사회는 주어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최소의 비용과 최대의 효과를 추구하는 효율성의 사회이다. 현대 관료제의 특성에서 나타나는 표준화. 관리화. 계층화. 통제화. 계량화 같은 효율성은 현대사회 발전의 원동력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근본 가치나 목적의식을 상실할 때 심각한 사회적 비효율을 초래한다.

    이 논술문제는 현대사회의 효율성이 가지는 부정적 측면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제됐다. 현대사회의 효율성은 언제나 바람직한가? 효율성의 추구는 어떤 합리성의 기준에 의해 이뤄지는가? 즉. 현대사회에 나타난 도구적 합리성에 대한 비판적 논의를 다루고자 한 문제이다.

     

    [사진설명]  속도를 높이기 위한 모든 것을 갖춘 맥도날드의 효율적인 시스템, 즉 제한된 메뉴, 철저히 계산된 동선, 고객들이 직접 음식을 받고 쓰레기를 치우는 셀프서비스 등은 사회적 합리성이 극대화된 모습이다.

     

    제시문은 막스 베버와 위르겐 하버마스가 설명한 도구적 합리성에 대한 개념과 현대사회를 상징하는 맥도날드의 햄버거 생산과 소비시스템에 대한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논제는 도구적 합리성이라는 개념으로 맥도날드 햄버거의 생산시스템의 효용성과 한계를 분석하고. 이와 유사한 현대사회의 특성을 비판적으로 분석할 것을 요구한다. 즉. 논제를 분석해 보면 다음 세 부분을 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제시문 [가]. [나]의 글에서 합리성의 특징을 찾는다.
    둘째. 위에서 찾은 합리성의 특성이 [다]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드러나는지 설명한다.
    셋째. 현대사회의 합리성에 대해 비판적으로 서술한다.

    학생들은 특히 맥도날드화되는 현대사회의 특성이 우리에게 어떤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고민해야 한다. 익숙한 생활양식에 대한 비판적 사고와 개념적 추상화를 통한 체계적 판단능력을 확인하는 것이 출제의 의도이다.


    # 제시문 분석

    [가]는 합리화의 과정을 두 가지 차원. 즉 문화적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으로 나눠 설명한다. 문화적 합리성은 미신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이성적인 사고가 확대됨을 의미하는데. 이 개념은 다양한 생활영역에서 여러 종류의 방향으로 사회문화적 발전이 전개되는 현상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이 자신의 내적이고 외적인 자연을 인위적으로 가공해 시공간적으로 다양한 문화로 가꾸고 다듬어 가는 복잡다단한 과정을 나타낸다.


    사회적 합리성은 주어진 목적에 가장 적합한 수단을 선택하는 경향이 확대됨을 의미한다. 이는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감정. 전통. 종교 같은 계산 불가능한 것을 추방하고. 오로지 명확하고. 체계적이고. 계산이 가능한 규칙과 절차가 들어서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합리화는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진행되지만. 특히 베버가 주목한 것은 행정 분야였다. 행정 분야는 관료제라는 틀을 통해 정밀성. 효율성. 예측·계산 가능성 같은 척도를 제일의 목표로 추구해 직책의 전문화. 권위의 위계화. 세분화된 법규와 규정. 직장 동료 간의 비인격적 관계 등을 양산했다. 이러한 관료화는 자본주의가 놀라운 발전을 거듭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가]의 관점에서 보면 [나]의 내용은 사회적 합리성에 대한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이미 확정된 목표 아래에서 관건이 되는 것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수단을 선택하고 대안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이다. 여기서 ‘사회적 합리성’은 곧 ‘도구적 합리성’과 상통한다.


    [나]를 읽을 때 특히 주의할 점이 있다. 하버마스가 현대사회의 도구적 합리성을 비판한 학자라는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는 학생은 [나] 제시문이 하버마스의 글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를 비판하는 근거로 삼고자 억지로 노력할지도 모른다. 식자우환(識字憂患)이라는 말이 있다. 제시문은 철저히 제시문 자체에 근거해 읽어야지 자신의 고정관념이나 섣부른 지식을 바탕으로 해석한다면 잘못 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따라서 [가] [나]를 참고해 [다]에 나타난 합리성을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즉. ‘사회적 합리성’의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설명되나. ‘문화적 합리성’의 측면에서는 부정적으로 설명된다. 속도를 높이기 위한 모든 것을 갖춘 맥도날드의 효율적인 시스템. 즉 제한된 메뉴. 입구에서 탁자와 쓰레기통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계산된 동선. 고객들이 직접 음식을 받고 쓰레기를 치우는 셀프서비스. 나아가 드라이브인(drive-in) 창구 등은 위에서 살펴본 사회적 합리성이 극대화된 모습이다.

    그러나 문화적 합리성이라는 측면에서 이것이 인간의 인간에 대한 직접적이고 자의적인 지배로부터 해방된 자율적인 인간을 출현시키는 것은 아니다. 계산과 예측이 가능하고 표준화된 이러한 체계는 오히려 인간을 통제하고 인간의 자율성을 억압한다. 수단의 효율성 이외에 인간이 마땅히 추구해야 할 가치는 사라지고 만다. 따라서 [다]에 나타난 합리성이 갖는 특성을 설명하는 데 두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 논술문 작성 방향

    제시문 [다]에서처럼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합리성인 사회적 합리성. 즉 도구적 합리성은 현대사회의 관료제에서 볼 수 있는 정밀성. 효율성. 예측·계산 가능성 등을 달성했다. 특히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어떠한 일을 수행하는 데 효율성과 생산성을 극대화시켰고. 이를 통해 현대 자본주의사회는 놀랄만한 물질적 풍요를 이뤘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합리성의 극대화는 ‘가치상실’과 ‘자유상실’이라는 문제를 야기했다.

    사회적 합리성이 실현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목적 자체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 오로지 수단의 효율성에만 매달리게 된다. 이 때문에 이전의 숭고한 가치들은 우리 삶에서 사라지고(가치상실). 합리화 과정에서 생겨나는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체계들이 개인의 자율성과 창조성을 억압하면서 인간 자신을 기계화하고 비인간화(자유상실)한다.


    학생들은 이러한 비판의 지점들을 고려해 특정의 구체적인 사례에 나타나는 합리성과 그 이면에 숨은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비판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패키지여행’을 생각해 보자. 패키지여행 상품은 우리에게 가장 ‘효율적’인 여행을 선사한다. 많은 시간을 들여 숙소와 교통편을 알아보고 불편한 현지 음식과 문화에 적응할 필요 없이 우리는 ‘원하는 곳’에 곧바로 가 즐길 수 있다. 그러나 패키지여행에서 우리는 여행의 진면목을 놓치게 될 공산이 크다. 낯선 여행지에서의 설렘. 느낌에 따라 여행을 계획하고 도전하며 배우는 여행의 매력이 편리하고 효율적인 패키지여행 상품에는 없다.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하도록 표준화·계량화된 맥도날드화는 생각보다 더 일상화돼 있다. 취업에서 자격증을 ‘몇 개나 갖고 있는가’를 중요시하고. 교수의 평가도 ‘얼마나 많은 논문을 썼는가’가 중요한 변수가 되는 데에서 이런 경향을 분명하게 엿볼 수 있다. ‘얼마나 많은’ 논문을 썼느냐가 연구의 질과 성과를 보장하지 않는데도 계량화된 연구실적 평가에서는 그것이 전부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오래 공들인 연구가 설 자리를 잃을 수 있으며. 오히려 학문의 참다운 가치와 목적이 자리 잡지 못할 수도 있다.  / 경남초암아카데미 제공 /


    # 고려대 2002학년도 정시 논술 제시문(원문)

    [가] 독일의 사회학자 베버는 서구 근대사회의 진행 과정을 합리화의 과정으로 파악하고 있다. 베버에게서 합리화는 두 가지 차원을 지니고 있다. 하나는 문화적 합리화이다. 이 경우 합리화는 탈마술화. 즉 미신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이성적인 사고가 확대되어 가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하나는 사회적 합리화이다. 이것은 주어진 목적에 가장 적합한 수단을 선택하는 경향의 확대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자본주의 경제구조와 관료적 근대국가가 모두 이 합리화의 결과로 파악되고 있다. 합리화의 결과 근대사회에서는 자율적인 인간과 인간의 인간에 대한 직접적이고 자의적인 지배로부터 해방된 인간이 출현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합리화가 항상 긍정적인 측면만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 고등학교 교과서 《사회·문화》

    [나] 우리의 의지는 실제로 소망과 가치에 의해 이미 확정되어 있다. 그것은 오직 수단 선택 및 목표 설정 대안들의 측면에서만 더욱 상세하게 규정될 수 있다. 관건이 되는 것은 ― 자전거 수리이든 아니면 병의 치료이든 간에 ― 오직 적당한 기술과 돈을 마련하는 전략이며. 휴가 계획과 직업 선택을 위한 기획이다. 예를 들면 합리적 선택이론의 형태가 그것이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의 물음이 실용적 과제들과 관련될 경우에는 효율성의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관찰과 연구. 비교와 계산이 적절하다. - 위르겐 하버마스. 《담론윤리의 해명》

    [다] 맥도날드는 들어오는 것에서부터 나가는 것에 이르기까지 속도를 높이기 위한 모든 것을 갖추었다. 인접한 곳에 설치된 주차장은 고객이 차를 쉽게 댈 수 있도록 해 준다. 계산대까지는 몇 발자국이 채 안 되며. 가끔 줄을 서기도 하지만 음식은 대체로 빨리 주문되고 전달되고 계산된다. 그리고 매우 제한된 메뉴는 먹는 사람의 선택을 쉽게 하여. 다른 식당에서의 다양한 선택과 대조를 이룬다. 음식을 받으면 식탁까지 몇 걸음 걸어가서는 곧바로 식사를 할 수 있다. 식사를 마치면 머뭇거릴 여지가 없기에 고객은 남은 휴지. 스티로폼.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아 가까운 휴지통에 버리고 자동차로 돌아가서는 다음 활동(대개의 경우 맥도날드화된) 장소로 이동한다.
    근래에 패스트푸드점 경영자들은 이 모든 과정에 있어서 운전자용 창구의 설치가 좀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맥도날드는 최초의 운전자용 창구를 1975년 오클라호마시에 설치했고. 4년 만에 전체 점포의 절반 정도에 설치하였다. 주차를 하고. 카운터까지 걸어가서 줄을 서고 주문하고 계산하고. 식탁으로 음식을 가져가서 식사하고. 또 식사 후 쓰레기를 휴지통에 버려야 하는 귀찮고 비효율적인 과정을 거치는 대신. 운전자용 창구에서는 고객이 창구에 차를 세우고(물론 차도 줄을 서야 할 때가 있다) 주문과 계산을 마친 후. 음식을 받는 대로 다음 목적지로 향하면 된다. 보다 효율적이기를 원한다면 운전하면서 먹으면 된다. 운전자용 창구는 패스트푸드점의 입장에서도 효율적이다.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주차 공간. 식탁. 종업원의 필요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더욱이 고객이 쓰레기를 가지고 떠나기 때문에 별도의 쓰레기통을 설치하거나 정기적으로 쓰레기통을 비우는 사람을 고용할 필요도 없다.
    - 조지 리처.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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