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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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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인상은 좋은 마음에서 나온다

  • 기사입력 : 2007-04-18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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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성과 한음 이야기로 유명한 백사(白沙) 이항복(李恒福·1556~1618)이 일곱 살쯤 되었을 무렵의 어느 날. 그가 사는 동네에 유명한 관상가가 찾아 왔다.

    소문을 들은 어린 이항복은 관상가가 묵고 있는 주막을 찾았다. “나도 관상 좀 봐 주시우.” 아무리 양반집 자제라지만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것이 다짜고짜 관상을 봐 달라니 나이가 지긋한 관상가는 속이 뒤틀릴 수밖에. “나는 과거를 보아 재상이 되고자 하는데. 어떻소? 재상이 되겠소?”

    “……” 관상가는 항복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고 그저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 그러자 항복은 손바닥을 펴 보이며 다시 물었다. “손금은 어떻소?” 손바닥을 힐끔 쳐다본 관상가는 역시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항복은 황급히 버선을 벗더니 발바닥을 내보이며 다시 물었다. “그럼 발금을 봐 주시오. 재상이 될 수 있겠는지?”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하는 모양을 보니 당찬 구석이 있는지라. 그제야 관상가는 항복의 발을 살펴보았다. 그리곤 또다시 고개를 저었다. 이를 본 항복은 버선을 신을 생각도 않은 채 그대로 주저앉아 혼자 중얼거렸다.

    “어떡하지? 나는 꼭 재상이 되어야 하는데….” 항복의 말을 들은 관상가는 다시 그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본 후 입을 열었다. “그토록 마음이 굳으니. 도령은 다음에 반드시 재상이 되겠소.” 과연 관상가의 말처럼 항복은 후대에까지 이름이 빛나는 명재상이 되었다. (정통관상대백과 인용)
    이항복의 이야기가 사실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타고난 相(상)이 전부는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

    관상(觀相)이란 마음이 밖으로 드러나는 현상을 말한다. ‘나이가 들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유명한 말이 있듯. 그동안 살아오면서 행한 일들이 가슴속에 차곡차곡 저장되었다가 얼굴로 표출되는 것이 상(相)이다. 생긴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대로 생기는 것이다.

    운(運)은 초년 운. 중년 운. 말년 운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중 말년이 편해야 좋다. 젊었을 때 고생을 좀 하더라도 말년이 좋으면 만사가 덮어진다. 얼굴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이목구비(耳目口鼻)인데. 그중 가장 훗날. 즉 말년의 운을 점칠 수 있는 부분이 입(口)인데(56~65세 사이) 입은 출납궁(出納宮)이라고 하고 옛말로는 사의(思義)라고 한다. 입은 말이 나오는 문이자 음식을 받아들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입은 음식을 받아들여 오장에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언어의 문이기 때문에 복과 화를 쥐고 있는 칼자루와도 같고 시비의 근원지이기도 하다. 오행으로 보면 입은 土에 속하는데 위(胃). 비(脾)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위장과 비장에 열이 쌓여 발산하지 못하면 입으로 열이 터져 나오고 그래서 입 주변에 염증이 생기면서 지저분해지면 위. 비의 이상을 감지할 수 있다.

    말이 빠르고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고 발산하는 사람은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위와 비에 쌓이는 열은 신경성에서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입은 또 마음을 표현하는 겉문(外戶)이니 상벌(賞罰)과 시비(是非)의 분별이 입을 통하여 나온다. 입은 단정하고 두터우며 망령되지 않음을 구덕(口德)이라 하고. 남을 비방하거나 쓸데없이 말이 많은 것을 구적(口賊)이라 한다. 그래서 말년에 좋은 운으로 살아가려면 구업(口業-입으로 업을 쌓는 일)을 짓지 말아야 한다.

    얼굴은 식물로 치자면 한 송이의 꽃이다. 그 해의 기후불순이나 영양부족으로 설령 못생긴 꽃이 피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그다지 문제가 될 일이 아니다. 꽃은 시들어도 좋은 환경과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하면 다시 한번 훌륭한 꽃을 피울 수가 있다. 영혼에 좋은 기운을 줌으로써 그 사람의 인생은 되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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