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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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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49) 가정과 학교에서 글쓰기 공부

  • 기사입력 : 2007-04-18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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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기와 발표는 논술의 밑거름


    글샘: 지난 시간에 숙제로 낸 ‘아라비아 상인의 유산 분배’ 방법은 알아왔니? 낙타 17마리를 큰아들은 1/2, 둘째 아들은 1/3, 셋째 아들은 1/9을 나눠 가지라는 유언 말이야.


    글짱: 도저히 못 풀어 인터넷 검색 ‘지식인’의 도움을 받았어요. 옆집에서 낙타 1마리를 잠시 빌려 오니까 해결됐어요. 18마리로 만든 뒤 1/2인 9마리, 1/3인 6마리, 1/9인 2마리씩 나눠가지고, 남은 1마리는 다시 옆집에 돌려주는 게 답이더군요.


    글샘: 맞아. 17이라는 수로는 2. 3. 9로 나누어 떨어지지 않아. 1/2, 1/3, 1/9을 정수로 구할 수 없기 때문이지. 이러한 예화를 논술에 응용할 수 있어. 바로 ‘자선의 가치’나 ‘봉사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단다. 내가 가진 것을 남에게 주는 게 ‘손해’가 아니라 다시 내게 돌아올 수도 있다는 교훈을 논술에 담을 수 있거든. 사회 생활을 하며 함께 살아가는 법이 무엇인지 얘기할 수 있잖아.

    <<초등학생들에게 귀찮은 일기? 그러나 글쓰기에선 귀중한 일기!>>


    글짱: 참, 제 늦둥이 동생이 일기 쓰는 걸 싫어해서 큰일이에요. 고등학생인 제가 옆에서 조금 가르쳐 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글샘: 그래. 요즘 아이들은 인터넷 게임이 훨씬 재미있지, 일기는 귀찮은 존재일 거야. 그나마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숙제검사하듯 챙기니까 마지못해 쓰고 있다고나 할까. 좋아, 오늘 논술탐험은 쉬운 주제로 가 보자꾸나. 지난번에 얘기한 ‘아들과 고스톱하는 괴짜 아빠’ 있잖아. 그 친구가 초등생 2학년 아들이 쓴 일기를 살짝 가져왔더라. 아빠로서 그 일기를 읽고 어떤 조언을 해 주면 아이의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지 묻더구나.


    글짱: 정말 세심한 아빠군요. 저는 엄마가 읽고는 ‘왜 솔직하게 안 썼느냐’고 말한 게 기억에 남아요.


    글샘: 사실 엄마나 아빠가 일기를 챙기는 게 쉽지 않아. 학교 담임선생님이 조금만 더 신경 써서 도와주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봐. 그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내 친구 아들의 일기를 적어 놓은 그대로 소개하며 일기쓰기 지도 방법을 살펴보자.


    <4월 9일 월요일- 제목: 늦게왔다>

    오늘 학교를 마치고 바로 안 가고 장훈이와 갔이 개미를 잡아 통에 넣어 주었다.
    그래서 계속 잡으니까 왕개미가 2마리가 되었다.
    하지만 애벌레를 넣었는데 애벌레가 개미가 싸우다 개미 1마리가 죽었다.
    참 재미있었지만 시간이 늦어져서 집에 너무 늦게 왔다.


    글샘: 이 일기 밑에 담임선생님이 '좋은 경험을 했지만 제 시간에 안 오면 부모님이 걱정하시겠지' 라고 직접 쓴 글이 있었어. 바로 이런 거야. 이렇게만 해 주면 아이들이 일기를 갈수록 알차게 써 나갈 수 있단다. 물론 여기선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내용이지만. 담임선생님의 글쓰기 조언이 뒤따르면 금상첨화겠지.


    글짱: 그런데 얘가 쓴 일기 내용이 무엇인지 잘 이해가 안되는데요?


    글샘: 이런 부분에서 부모님들이 욕심을 내지. 너무 요구가 많아 어른들의 생각을 쓰게 하는 오류를 범하는 거야. 그냥 궁금한 점만 자연스럽게 물어보면 돼.

    <<담임선생님이 일기 밑에 달아주는 `댓글'은 최고의 선물>>

    글짱: 이 일기에서는 어떤 게 있을까요?


    글샘: 글짱의 얘기처럼 이해가 안되는 부분 말이야.  ‘애벌레가 개미가 싸웠는데 애벌레가 어떻게 이겼어?’ ‘개미를 풀어주고 오지 그랬어?’ 식으로 접근하는 거야. 그러면 아이는 자기가 본 대로 더 얘기할 거야. 그때 ‘밑에 한 칸 남았는데 그 얘길 한 줄 써볼래?’라는 얘기를 해 주는 방식이란다.


    글짱: ‘느낌’을 쓰도록 하는 것은 어때요?


    글샘: 그게 가장 위험해. 초등생의 일기에선 느낌이란 그렇게 쓰는 과정에 조금이라도 담기면 되는 거야. 그래서 초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의 일기 댓글이 그 무엇보다 효과있는 글쓰기 공부가 되는 셈이지. 하버드 대학의 어느 교수는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이메일로 질문을 하면 바로 수강 학생 전원에게 답장을 한다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어. 대학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때 일기 지도를 세심히 해 주는 선생님이 있다면. 아이들이 중·고교에 가서도 논술 고민을 하지 않을 텐데.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수업하랴, 잡무 처리하랴 매우 바쁘지만. 한 번쯤 새겨 들었으면 좋겠어. 일기 한 편을 더 예로 들어 볼게.


    <4월 1일 일요일- 제목: 목욕탕>

    오늘 목욕탕에 억지로 갔다.
    그런데 가다 형아 때문에 아빠가 모르는 사람이 됐다.
    아빠가 모르는 사람이 되어서 형아가 내 머리 깜아주고 때를 밀어 주었다.
    아빠가 하는 것보다는 더 빨랐다.


    글짱: 무슨 일을 썼는지 대충은 알 것 같네요. 그래도 앞의 일기처럼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인데요?


    글샘: 당연하지. 초등 저학년 일기에서 흔히 보이는 현상이지. 이런 일기에 담임선생님이 댓글을 달아 주면 얼마나 좋을까?  ‘목욕탕 가다가 아빠하고 무슨 일이 있었니? 그걸 적어 놓았으면 참 좋았겠다’ 정도로 말이야. 부모님이 조금 여유가 있다면 ‘형이 때를 밀어주었으니까 아빠가 편했겠구나. 그런데 아빠가 해 줄 때보다 때가 많이 안 나왔지?’식의 질문을 던지고 그 대답을 추가해 적도록 하면 도움될 거야. 물론 그 정도 조언은 글짱처럼 고교생 형이 대신해 주어도 괜찮아.


    글짱: 그러면 중학생들의 논술 기초 쌓기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수업시간에 자신있게 손을 들어 발표하라!!>>

    글샘: 중학생인 글샘 아들의 담임선생님이 지난 겨울방학 때 논술지도 연수를 받고 와서 학부모들에게 당부한 얘기가 있어. ‘자녀들이 학교 수업 때 자신감을 갖고 손을 들어 발표하라는 얘기를 많이 해 주세요. 말하기가 논술의 밑바탕이 되거든요’ 라고 말이야.


    글짱: 그건 맞아요. 발표를 하려면 이미 머릿속에 대략은 할 말이 정리되어야 하거든요.


    글샘: 발표 불안에서 벗어나야, 글쓰기 공포 또한 사라진단다. 학교 선생님은 학생들의 답변이 말이 되든 안 되든 주저없이 질문을 하는 걸 원해. 물론 참을성 있게 들어 줄 거야. 사람마다 시각은 다르다고 하지. 논술도 마찬가지야. 생각이 다양하니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단다. 생각의 차이를 말로 표현할 수 있으면. 논술이라는 글의 장르로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겠지. 학생들이 ‘논술’이라고 하면 지레 겁부터 먹으니까 우리나라에서 논술은 ‘천덕꾸러기’취급을 당하는 게 아닐까. 글쓰기를 접하는 시기인 초등학교 때 일기 지도에 적극적인 담임선생님이 있다면 나중에 아이들이 중·고교에서 논술을 두려움 없이 만날 수 있을 거야. 괜히 고생하시는 초등학교 선생님들에게 부담을 주는 얘기를 한 건 아닌지 모르겠구나. 오늘 논술탐험은 여기서 멈추자.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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