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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3불정책(三不政策)'에 숨겨진 진실 - 민병기(창원대 교수)

  • 기사입력 : 2007-04-06 09: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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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불정책(三不政策)’ 폐지 요구의 여론이 높아지자 교육부가 그 수습에 나섰다. 이메일 홍보를 통해 그 폐지론이 사회적 요구가 아니라. 일부 언론사들이 정부를 공격하기 위하여 부각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OECD의 ‘한국 고등교육 보고서’ 내용을 보수적 언론사가 왜곡 보도함으로 비롯된 사건으로 돌리고. 철폐를 요구하는 대학 측의 주장을 묵살한 채. 교육부는 그 정책을 계속 고수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

    본고사. 기여입학제. 고교등급화를 금지하는 ‘3불정책’은 모두 대학의 신입생 선발에 관한 내용이다. 이 말은 교육부가 내세운 새론 정책이 아니라. 규제 일변도의 강압적 교육부 태도를 꼬집기 위하여 언론인들이 사용한 신조어이니. 그 속엔 교육 개혁을 외면하고 기존 평준화정책을 계속 유지하는 보수적 관료주의를 비판하는 뜻이 담겨있다. 따라서 이 정책의 유지는 곧 교육개혁의 포기를 의미한다.

    평준화제도의 골격은 중고등학교 학군별 추첨제이다. 중학교는 60년대 말에 고교는 70년대 초에 시행된 이 제도는 제3공화국 시절에 정착된 것으로 지극히 전제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재능과 인성을 조화시켜 계발하는 전인 교육을 외면하고. 오직 입시를 위한 수단의 교육. 즉 문제풀이 방식의 학습과 과외 열풍의 피해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평준화제도가 등장했다. 독재시대의 유물인 이 제도는 취지는 좋았지만 많은 결점을 지니고 있다.

    평준화제도는 자유경쟁의 시장 원리가 아니라 정부가 교육을 관리 배급하는 공산주의 원리에 기초를 둔 지극히 획일적이라는 결점을 지니고 있다. 개인(학생과 학부모)의 교육 선택권을 박탈한 비자율적 제도이기에 개인의 재능을 개발하는데 비효율적이다. 현재 정치나 경제 사정은 많이 발전ㆍ성장했는데. 교육은 독재시대 잔재의 틀에 얽매여 있으니. 국민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그래서 유학 인구가 증가하고 사교육 열풍이 일고 있다.

    현재 평준화제도는 껍질만 남아있다. 전국의 과학고. 지방의 자사고. 서울권의 외고. 일반고로 고등학교는 이미 서열화되었다. 또 사교육 시장은 더욱 호황을 누리고 있다. 유신시대보다 공교육은 상대적으로 더 부실해져 재학생들의 사교육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고. 해외 유학생이 급증했다. 사교육비와 유학비 총액 폭등이 이를 방증(傍證)한다.

    내신도 수능도 믿을 수 없으니 명문대일수록 신입생을 주관식 본고사로 선발하려 한다. 그래야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이 스스로 교육시킬 신입생을 선발하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임무이며 권리이다. 그것을 가로막는 철책이 바로 ‘3불정책’이다. 이 정책을 유지하려는 교육부의 속셈은 따로 있다. 그것은 혁신을 거부하고 안일하게 기득권(학교 인허가권. 공립학교 재정ㆍ인사권. 초중등 교육과정과 교과서 결정권. 교육 평가ㆍ감독권. 신입생 선발권 등)을 유지하려는 관료적 이기주의 속성이다.

    그 중에 최소한 신입생 선발권을 학교에. 그리고 상급학교 선택권을 학생들에게 주어야 한다. 우리 헌법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이 모두 보장되어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대학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문제도 자유롭게 출제할 수 없고. 교육부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 실정이다. 이렇게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이 보장되지 않는데 어떻게 대학이 발전할 수 있겠는가.

    4년 전에 ‘기술혁신이론’의 창시자인 폴 로머 스탠퍼드대 교수가 한국을 방문했다. 이때 그는 “혁신이 경제성장을 이끌고. 그 기반은 교육이다. 20세기에 미국이 교육에 과감한 투자를 한 덕분에 영국을 추월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미래를 위한 가장 유망한 투자처는 바로 교육사업”임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국도 경제성장의 동력인 교육에 투자의 초점을 맞춰야 된다.”라며. 한국 교육이 “문제해결 능력이나 창의력 배양보다 암기식 지도에 너무 치우친 것 같다.”며. “수능시험을 창의력 중심의 측정 시험으로 바꿔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영어실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영어가 이미 세계어로 자리 잡은 현실에서 영어 실력은 무역이나 과학을 비롯한 모든 분야의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현재 명문대들이 영어 원강수업을 확대하려는 이유도 여기 있다. 교수가 원강을 하려면 그것을 들을 수 있는 학생들을 뽑아야 한다. 영어 실기 능력이나 문제 분석력이나 창의력을 측정하는 가장 적절한 시험이 바로 주관식 본고사이다. 이 본고사를 교육부는 막지 말고. 오히려 그것이 합리적으로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획기적인 지원을 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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