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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의 NIE] (56) 세계화 두 얼굴

  • 기사입력 : 2007-03-28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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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TA 바로 보기 - 유혜경(부산·경남 NIE연구회 회장)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영화 ‘일번가의 기적’을 보았어요. 코믹영화인 줄 알고 봤다가 엄청 울었어요. 이 영화는 철거 예정지에 강제로 동의서를 받으러 들어간 양아치(임창정)가. 그곳 아이들과 여성 복서(하지원)에게 정이 드는 과정을 그린 휴먼 드라마예요.


    동네엔 하나뿐인 ‘푸세식’ 화장실에. 수돗물도 안 나오는 열악한 환경에서 그래도 이 마지막 터전에서 쫓겨나지 않으려고 악을 쓰는 그 사람들을 보면서 ‘보상금 받고 나가서 더 좋은 곳에 가서 살면 좋을 텐데. 왜 저렇게 버틸까’ 라는 생각도 잠시 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곧 아이들도 아는 현실을 내가 인식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미안하더군요.
    그들은 알고 있어요. 보상금 수백만원으론 월세방 얻기도 빠듯하며 그들의 수입으로는 조만간 월세를 감당치 못하고 다시 쫓겨날 것이란 사실을. 그들의 가난은 무지나 의지 부족 탓이 아니라 최소한의 사회안전장치도 없이 벼랑 끝까지 내모는 사회적 폭력에 의한 것임을….


    요즘 우리 사회의 문제점으로 많은 사람들은 양극화 현상을 지적하지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안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고요. 지구촌 남북간의 격차. 남쪽의 많은 사람들은 지금도 죽어가고 있는 것이 오늘날 지구촌의 현실이기도 하지요. 어떤 책에서 읽은 내용인데. 한번 생각해 보세요.

    “지금의 세계를 100명이 사는 한 마을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이 마을에 57명의 아시아인. 21명의 유럽인. 14명의 아메리카인. 8명의 아프리카인이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마을에는 70명의 유색인종이. 30명의 백인이 살며. 마을 인구 전체의 70%가 기독교인이 아닙니다. 89명이 이성애자이며. 11명이 동성애자이지요. 그런데 단 6명이 부의 59%를 차지하고 이들은 모두 아메리카 국적을 지니고 있습니다. 80명이 표준 이하의 거주 환경 속에서 살며. 50명은 영양실조의 고통을 겪으며. 1명은 빈사 상태입니다. 단 1명만이 대학 교육을 받으며. 개인 컴퓨터를 소유한 사람 또한 단 한 사람에 지나지 않습니다.” (- ‘만약 지구에 100명의 인구가 산다면’ 중에서)

    이런 지구촌의 현실. 그리고 영화 ‘일번가의 기적’과 같은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나라. 많이 닮아 있지요?


    언젠가부터 세계화라는 용어가 친숙하게 되었어요. 미국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만은 “빈곤은 개발이 안 되어 생기는 것이지 착취의 결과만은 아니다. 세계화는 기술과 자본의 이전을 통해 못 사는 나라들의 빈곤을 몰아낼 수 있다”며 세계화를 옹호했어요.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세계화는 신자유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명분일 뿐이라고 이야기해요. 신자유주의자들은 1970년대부터 등장하여 복지국가의 비효율성을 비판하며 노동자들에게 허용했던 권리를 다시 회수해 가고. 기업이 해고와 임금삭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 효율성이 높아지고. 기업이 좋아지면 고용이 늘어나서 사회 전반의 경제적 성과가 좋아질 거라 말하죠.


    이런 신자유주의로 인한 세계화 질서는 이미 우리 생활 전반에 침투해 있어요. 그러나 세계화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주장과는 달리 빈부격차는 늘었고. 노동대중의 삶은 파괴되었고. 이런 상황은 미국과 영국에서도 예외는 아니예요. 경제는 분명 개혁되어야 하지만 신자유주의적 처방이 지금도 옳은 것일까요?


    이달 31일이 바로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되는 날이라고 해요. 세계화의 한 부분으로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많은 나라들은 다자간 무역협상을 통해 무역했어요. 하지만 다자간 무역협상을 통한 이익이 주로 선진국 중심으로만 흐르자 이에 대한 반발이 심해졌고 결국 다자간 무역협상은 이렇다 할 협상 결과를 내지 못하고 결렬되었어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일대일 협상인 FTA이에요.


    다자간 협상은 개도국끼리 공동 대응하고 연대하여 불이익을 최소화하거나 국제사회의 여론을 형성할 수 있으나. 이에 비해 일대일 협상인 FTA는 단 두 국가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므로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국가가 손해를 보기 쉽고. 자국의 취약한 부분을 지켜내려면 다른 영역에서 양보해야 한다는 딜레마가 있어요.


    이런 일방적 세계화에 대한 대안으로 대안적 세계화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어요. 오래된 미래의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작은 것을 사소한 것으로 인식해 잃어버리도록 만드는 것이 세계화라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지역화를 주장하기도 했고요. 시민사회의 국가 간 연대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아르헨티나의 ‘수평적 시민운동’. 인도의 ‘생태환경운동’. 미국의 ‘지역농업운동’. 이탈리아의 ‘슬로푸드 운동’. 세계적인 ‘공정무역 운동’등이 사례로 제시되고 있어요.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야! 임마. 강변에 있는 아파트가 얼마나 비싼 줄 알아?”
    (-영화 ‘일번가의 기적’ 중에서)

    우리 아이들이 소박하게 바라는 꿈들이 누군가의 현실 논리로 빼앗기지 않는 세상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 논술 공부를 위해 신문을 읽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논술에서는 신문에 실린 정보나 자료를 단기적으로 학습하여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평소 뉴스나 신문을 보면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논제에서 원하는 것은 얼마나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고 어떤 매커니즘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를 묻는 것입니다. 체계적인 사고란 짧은 기간에 생겨나는 것이 아닙니다. 게다가 FTA는 길게 보면 우리 친구들의 삶과도 전혀 무관하지 않은 일입니다.


    [ 생각해 보세요 ]

    1. FTA와 관련된 신문 기사(논조가 다른 두 개 이상의 신문 비교하며) 읽어 보세요.

    2. 세계화의 현상이라고 생각되는 기사를 꾸준히 스크랩하여 세계화의 두 가지 면을 생각해 보세요.(노동. 문화. 경제. 정치 등으로 )

    3. 대안적 세계화에 대한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시민운동과 관련된 기사를 스크랩하여 우리나라 시민운동과 이를 바라보는 시각을 알아보세요.

    ◇필자 유혜경 약력 ▶ 한국NIE협회 부산·경남 책임강사 / 신문방송학 석사 / 동아대·신라대 사회교육원 출강 /한국신문협회 ‘NIE 커뮤니티’(http://pressnie.or.kr) 부산·경남 지역커뮤니티 관리자
    ◇부산 경남 NIE 연구회 홈페이지=
    http://www.yni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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