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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대학 통합 논리의 허구성 /민병기

  • 기사입력 : 2007-03-09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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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부 산하 대학구조개혁추진단은 전국에 있는 46개 국립대를 16개로 줄일 장기 계획을 세우고, 이른바 `1도 1국립대'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이미 12개 국립대가 6개로 합병되었다. 강원대·삼척대, 강릉대·원주대, 전남대·여수대, 부산대·밀양대, 공주대·천안공대, 충주대·청주과학대가 강원대, 강릉대, 전남대, 부산대, 공주대로 통폐합되었다.(한 대학의 명칭은 없어졌으니 통합보다 통폐합 혹은 흡수통합이란 말이 적절하다) 현재 전북대와 군산대와 익산대의 통합이 추진 중에 있다. 또 강원대와 강릉대가 다시 대통합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대와 제주교대의 통합은 난항을 겪고 있고, 충남북대의 통합은 무산되었지만, 중단된 창원대와 경상대의 통합도 차기 총장들의 의지에 따라 재추진될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대학 지원자가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에 지역 특성을 살려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명분 아래 현재 교육부는 국립대 통합을 대학에 강요하고 있다. 3 대학의 통합엔 400억, 2 대학의 통합엔 200억 지원을 약속하며 통합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대학들도 예산을 따내기 위하여 정부의 눈치를 살피며 앞 다투어 통합을 서두르며, 그 경쟁 대열에서 낙오되지 않으려고 안달하는 실정이다.
     
    문제는 국립대 통합이 대학 발전을 위한 최선의 길이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대학통합이란 국립대 구조조정이니, 대학 수를 줄이고 경쟁력을 높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통합을 강력히 추진하며, 왜 울산에 국립대를 신설하고, 또 통합하는 대학에 막대한 예산 지원과 교수 증원이란 특혜를 주는가. 이는 교육부의 통합 정책에 원칙도 철학도 없음을 분명히 드러낸 처사이다. 대학을 길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예산을 배정하고, 그것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국립대 통합이 추진된다면, 그것은 교육의 질을 개선하는 데 효과는 없고 행정력과 예산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구성원은 그대로인데, 대학만 합친다고 교육의 질이 개선되고 그 경쟁력이 강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이 진정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학교보다 학과통합을 우선해서 추진해야 된다. 유사 학과를 합치고 비인기 학과를 없애는 것이 진정한 대학 구조조정이다. 시대 변화에 맞추어 혁신적으로 운영을 잘 해서 우수한 학생이 몰리고 실적이 좋은 대학 순으로 교육부는 성과에 따라 지원을 확대하고 그렇지 못하면 지원을 삭감하여, 대학이 자연 도태하도록 유도하는 자유경쟁 원칙에 따라 지원하면 된다.
     
    국민의 요구는 교육 개혁이니 여기에 투자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따라서 교육예산을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혁신하는 데 집중적으로 배정해야 된다. 그것은 바로 사이버 강좌의 개발이다. 공교육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면 인터넷 활용도를 높이는 방법이 최선이다. 사이버 강좌는 현대에 가장 효율적인 공교육 방법이기 때문이다. 사이버 강의는 시공을 초월하여 언제라도 누구에게나 그 내용이 인터넷으로 공개할 수 있으니, 공교육의 기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학구열과 실천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배울 수 있게 제공되는 것이 공교육의 목표이기에, 선진국일수록 사이버 공교육을 강화하는 추세이다. 또 사이버 강의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기에 공개경쟁이 불가피하니까, 강의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큰 효과가 있다.
     
    만약 경상대와 창원대 통합에 소요되는 모든 예산을 사이버 강좌 개발에 지원하고, 그 내용을 사이버 상으로 통합 공개하여 두 학교 학생들이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게 한다면, 강의 내용과 학습의 질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 이런 향상 효과는 경남권에 그치지 않고 다른 지역까지 확대될 수 있으니, 그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물론 공개경쟁을 하기 위해 교수들의 피나는 노력이 요구되지만. 그러나 개발로 인한 경제적 보상과 보람이 따른다.
     
    획일적인 통합 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교육부는 시대 흐름과 국민의 요구에 맞추어 대학 운영의 자율권을 인정하고, 자유경쟁 논리에 따라 공교육의 질이 향상되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 맞추어 사이버 공교육을 강화하여, 교육의 자율권(중등생의 학교 선택권, 대학교의 신입생 선발권)이 보장될 수 있는 교육 여건을 갖추는 데 집중 투자해야 된다.

    민병기 / 창원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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