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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경남도 '용꿈'을 꾸자 / 이선호

  • 기사입력 : 2007-03-02 09: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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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상도 기질을 각종 문헌에서 태산준령(泰山峻嶺)에 비유한다. 큰 산과 험한 고개처럼 선이 굵고 우직하게 보이지만 믿음직스럽다는 의미다. 여기서 뚝 떼어 경남사람의 기질은 어떨까. 딱히 표현하긴 어렵지만 성격이 급하고 무뚝뚝하며 이른바 `욱'하는 성깔도 있으나 기개가 곧고 화끈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억센 고집과 은근한 뚝심도 보태진다. 좀 더 세련되게 말한다면 자기확립의 개성이 강하고 시류에 쉽사리 영합하지 않는 절의(節義)의 기풍이 높다. 이런 기질은 일찍이 진주민란과 진주형평(衡平)운동 등으로 표출됐고 가까이는 3^15의거와 10^18 마산항쟁과 같은 액티비즘(activism)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다.
     
    대선 광풍이 너무 빨리 불었나. 용들의 전쟁이 뜨겁다. 빅3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에 연일 도배되고 한편에선 당을 쪼갰다 보탰다하면서 그럴싸한 인물들이 오르내린다. 지지율을 보면 어느 한 분은 따 놓은 당상처럼 보인다. 그러나 어쩌다 나오는 경남사람의 이름은 한편에 보일 둥 말 둥 하고 지지율도 가물가물하다. 도민들은 대선가도의 언저리에서 박수나 치고 구경꾼의 모양새다. 경남에 그렇게도 `감'이 없는가. 경남은 역대 3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곳이다. 합천의 전두환, 거제의 김영삼, 김해의 노무현은 누가 뭐라해도 경남의 품에서 나왔다. 이승만 대통령 이후 9명의 대통령 중 경남이 3분의 1을 차지한다.
     
    물론 이들 세 분의 過(과)를 간과할 순 없다. 경남사람의 기질상 功(공)은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겠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광주사태는 씻을 수 없는 과오다. 김영삼 전대통령 시절엔 경제가 `갱제'가 됐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 4년간의 평가는 곱지 않다. 이른바 대통령학을 연구하는 모 교수는 역대 대통령을 `가부장적 권위주의형'(이승만), `교도적 기업가형(박정희), `저돌적 해결사형'(전두환), `공격적 승부사형'(김영삼) 등으로 평가 분류한 바 있다. 각자 재임기간 중 어찌됐든 대통령의 역할에 충실하려 애썼음을 알 수 있고, 이승만의 독재를 비롯 박정희, 김대중, 노태우 등등도 공과를 따지고 보면 양면의 얼굴을 볼 수 있다. 
     
    작고한 모 언론인의 표현을 빌리면 지역의식은 `나는 어디 사람이다'라는 자각이다. 누가 `지역감정'이란 자극적인 용어를 쓰기 시작했는지 뿌리까지 캐고 싶은 심정이지만 이런 지역의식과 지역감정은 다르다. 슬기로운 지역의식은 건전한 향토의식에서 발전한다. 씨름판을 벌이더라도 못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윗마을, 아랫마을이 서로 응원전을 펼치고 A군과 B군이 합쳐 같은 선거구가 되었을 때 같은 값이면 자기 군에 연고를 가진 사람이 이기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요, 그게 바로 향토애다. 산수에 따라 사람들의 기질이 형성되고 전통이 더욱 이를 돋보이게 하며, 이를 바탕으로 오히려 긍지를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문제는 지나친 지역의식이 지방색으로 변질돼 상대방을 적대시한다는 데 있을 것이다.
     
    경남의 道花(도화), 道木(도목), 道鳥(도조)는 그냥 정한 게 아니다. 장미는 향기로운 꽃내음이 보는 이들을 매료시키며 강인한 도민정신에 정열을 더한다. 느티나무는 목질이 강하고 수엽이 풍성해 예부터 주민들이 즐겨찾는 모임의 장으로서 민주주의의 실천의지를 나타낸다. 백로의 우아하고 고귀한 자태는 누구에게나 친근감을 주며 청결, 강직하고 주체성이 강한 성질은 경남인의 기질과 흡사하다. 굳이 이를 옮긴 것은 경남인의 참모습과 닮았기 때문이다. 경남인의 불굴의 기상이 시대정신과 맞아 떨어져 경제를 일으켜 세우고 흐트러진 민심을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이다.
     나라를 이끌 인물은 지역을 초월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작금에 대선가도에 들어선 이들의 면면이 보기에 따라선 고만고만하다. 혹자는 차기 대통령감은 정책과 비전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과거에 부끄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해 볼 만하다. 언저리에서 박수나 치고 구경이나 할 때가 아니다. 경남의 잠룡들도 이제 기지개를 켜라. 경선에 못 뛰어들 게 없다. 경남도 `용꿈'을 꾸자.

    이선호 /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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