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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는 설날을 - 목진숙(논설주간)

  • 기사입력 : 2007-02-16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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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부터 사흘간 설날 연휴가 시작된다. 전국 각 지역의 도로에 통행차량들이 크게 증가하는 등 귀성(歸省)은 벌써부터 시작됐다. 명절을 고향에서 가족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야 어찌 동서고금(東西古今)이 다를까 싶다. 그중에서도 우리 한민족의 귀소(歸巢)의식이 유별난 것은 그만큼 근본을 잊지 않고 핏줄을 생각하는 마음이 지극하기 때문임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이같은 마음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옅어지는 듯해 안타깝다.

    올 설날 귀성객들은 예년에 비해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고향에 가고 싶지만 가계 사정이 여의치 못해 움직일 형편이 못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란다. 이것은. 경색된 경제가 좀처럼 풀리지 않음으로써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여전히 어려움에 처해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뿌리의식이 느슨해지고 있는 것도 명절 귀성객 감소의 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사회복지시설을 찾는 발길이 뜸한 가운데서도 경남지체장애인연합회 마산지회에서 설을 앞두고 중증장애인과 독거노인 등 어렵게 살아가는 50여 가정에 ‘사랑의 쌀 나누기’를 펼치고 있어서 잔잔한 감동을 준다. 사람들은 바쁘고 빠듯한 살림살이에 복지시설 방문할 시간도 경제적 여유도 없다고 항변할지 모르겠지만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이며 자기자신이란 존재도 사회공통체의 일원으로서 그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 그렇게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은 물질적 양보다도 그 정성이 더 소중한 법이다. 따라서 돕겠다는 마음만 있다면 각자 형편에 따라 도울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부유한 삶을 언제까지이고 누린다는 보장도 없다. 따라서 누구나 할 것 없이 잠재적인 빈자(貧者)라 할 수 있을 것인 바. 형편이 닿을 때 도움을 주게 되면 자신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남들이 도와 주게 될 것이란 점을 알아야 한다. 즉. 어려운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곧 미래의 난관에 처할 수 있는 자기자신을 돕는 일이 되는 것임을 명심할 일이다.

    그런데 백화점에 마련된 고급 선물세트들은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과도한 선물은 ‘뇌물’이 되기 때문에 그야말로 성의만 표할 수 있는 것을 서로 주고 받는 것이 미덕이라고 목청 돋워 보았자 가진자들에게는 허공의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내 돈으로 비싼 상품 사서 선물하는 것도 죄가 되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지만 힘들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고 있다면 그런 행태를 보이지는 못할 것이라고 본다. 공항에는 명절 연휴를 포함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조상에게 올리는 차례(茶禮)도 지내지 않을 것인가 하는 의문도 들지만 상당수는 양력 설을 쇠는 사람들이라고 하니 일면 이해가는 일이다. 개중에는 외국 여행지 숙소에서 간편하게 차례를 올리려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며. 이것마저도 아예 생략해 버리려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외국인들이 우리를 보고 동방무례지국(東方無禮之國)이라 비난하더라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바쁜 삶을 살다보면 혈족간에도 자주 보기가 쉽지 않다. 설날을 기해 고향에서 반갑게 만나 그동안의 안부를 물으면서 각자 애로사항을 털어놓다 보면 자연스레 서로 도울 방도도 모색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가까운 일가친척일지라도 자주 못 보면 서먹해진다. 이러한 감정을 해소하고 핏줄의 소중함과 뿌리의식을 회복하는 명절이 되기를 바란다. 특히 형제자매지간에 다소의 섭섭함이 있더라도 자녀들 앞에서 싸우는 등 불화(不和)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될 일이다.

    조상의 음덕을 기리고 가족 서로간 화목을 다지면서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이웃들과 함께 하는 명절이 되기를 희망한다. 가진 것을 서로 나눈다면 비록 그 양은 많지 않을지라도 마음만은 풍요로울 것이라고 믿는다. 물질의 부유함보다 마음의 여유가 더 큰 재산임을 깨닫고 만족할 줄 아는 삶을 살았던 선조들의 안분(安分)을 본받았으면 한다. 그리고 그 여유로움을 설날 이후 경제난 극복의 에너지로 활용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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