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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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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청년실업 문제, 해외에 답이 있다-이선호 수석논설위원

  • 기사입력 : 2007-01-12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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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이여, 야망을 가져라(Boys, be ambitious)!' 어렸을 때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말이다. 하지만 현실을 둘러보면 지금의 젊은이들에겐 가슴에 와 닿지 않을 듯 싶다. 오히려 꿈과 야망이 밥 먹여주느냐고 퇴박을 줄 것 같다. 구직자들에겐 알리고 싶지 않은 소식이지만 대한상공회의소가 내놓은 올해 500대 기업 채용규모를 보면 `괜찮은 일자리'가 더 줄었다. 지난해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 이구백(이십대 90%가 백수)으로 변한 유행어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지난 연말 검찰 관용차 운전기능직 10급 공채에 석사학위 소지자 등 고학력자가 대거 몰려 206대1을 기록한 것도 시대상을 반영한다. 초임이 100만원대이지만 정년이 보장된다는 매력이 젊은이들을 끌어당긴 것이다. 사오정(45세 정년)도 모자라 일부 대기업에선 `사공의 뱃노래'(40세 정년)를 불러야 할 판이라고 하니 안정을 찾는 젊은이들을 무작정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청년실업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등 곳곳의 청년실업이 국제사회의 뇌관이다. 잘 나간다는 중국도 대졸자 60%가 백수고, 여대생들 사이에선 직접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대신 좋은 직장을 가진 남성을 배우자로 맞는 이른바 `곡선취업'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일본도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어 아르바이트나 파트직을 떠도는 `한국형 프리터'와는 다르지만, 프리터(Free+Arbeit+er의 일본식 합성어)족이 200만명이 넘는다. 한술 더 떠 니트족(일하지 않고, 공부도 하지 않으며, 직업훈련에도 참여하지 않는 청년무직자)도 100만명에 달해 골칫거리다. 우리 상황과 오십보 백보인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 젊은이들이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한반도를 벗어나 한번 부딪쳐 볼 만하다. 해외시장에서 기회를 잡는 것이다. 도전정신에 지식과 기술을 합치면 승산이 있다. 세계 경제 서열 11위로 꿀릴 것도 없다. 세계의 젊은이들을 상대로 한판 승부를 벌인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먼저 국제기구와 다국적 기업에 눈을 돌려보라.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기구만도 120여개에 달한다. 해마다 엄청난 분담금을 내고 있어 채용에 우선 순위다. 다국적 기업도 목표를 세우고 철저히 준비한 자에겐 기회가 온다. 몇년씩 골방에 갇혀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것과는 비교가 안된다.

    이게 어렵다면 해외 3D업종을 노려라. 외국어를 몰라도 취업이 가능한 단순노동 업무가 적지 않다. 워킹홀리데이협회나 농협 농업기술교류센터, 키부츠 연합 한국대표부 사이트 등을 뒤지면 도움이 된다. 한국국제협력단과 산업인력관리공단에서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얼마간 적응하다 보면 또 다른 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다. 뜻맞는 친구들과 보따리 무역상도 도전할 만하다. 무역은 무역을 전공한 사람만 할 수 있다는 단견을 버려라. 예컨대 물 사정이 나쁜 캄보디아에서 물통 장사인들 못할 게 없지 않은가. 하기 나름이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다. 당장 숙식해결이 걱정일 것이고, 군 문제도 장벽이다. 하지만 이는 정부와 지자체가 뒷받침을 해줘야 할 사안이다. 정부는 무역진흥공사 해외지사와 우리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곳에 아파트형 기숙사를 짓거나 숙식이 가능한 건물을 매입해 무료 제공을 검토했으면 한다. 해외에 도전하려는 젊은이들에겐 이곳의 관리나 주방일을 맡겨 군복무로 대체하는 것도 고려해봄직하다. 또 국내 인턴제와 같이 일정기간 적응비용 지급도 필요하다. 장래 불안을 덜기 위해 보험 의무가입 등 다양한 인센티브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우리 젊은이들을 해외자산으로 키우는데 이 정도 투자는 할 만하지 않은가. 쌓여 있는 달러의 좋은 소비처로 환율하락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경남도도 도내 기업의 지사를 통해 해외취업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두산중공업만 해도 해외지점과 법인, 합작자회사가 북경, 프랑크푸르트, 두바이를 비롯, 세계 곳곳에 널려있다.

    `우물안 개구리에게는 바다를 이야기할 수 없다. 한 곳에 매여 살기 때문이다. 메뚜기에게는 얼음을 이야기할 수 없다. 한 철에 매여 살기 때문이다.' 새해엔 젊은이들이 莊子 外篇(장자 외편)에 나오는 이 구절을 새겨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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