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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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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전쟁시대 빛과 그림자] (2) 취업 면접스터디 르포

  • 기사입력 : 2007-01-08 09: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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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정' 뭉쳐서 '취업문' 뚫는다


    “중국과 미국이 빅딜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 고구려 역사를 어떤 근거로 우리 역사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까?”. “음…. 면접관님의 질문에 답을 하겠습니다….”

    22일 한 면접장에서 중국의 ‘동북공정’에 관해 프레젠테이션 중인 강덕중(27)씨가 면접관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한 채 쩔쩔매고 있다.

    순간 면접장의 분위기가 긴장감으로 가득 찬다.

    면접자인 강씨의 눈빛은 행여 작은 오점이라도 들킬까 걱정스러움에 가득 차 있는데도 면접관들은 면접자의 프레젠테이션 내용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쏟아낸다.

    숨소리조차 맘 편히 낼 수 없이 진지한 분위기의 이날 면접은 사실 기업체의 실제 면접장이 아닌 창원대의 한 강의실에서 벌어진 상황이다.

    10여명의 젊은 취업준비생들이 ‘2007년 취업’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주 3일씩 빈 강의실을 찾아 ‘면접스터디’를 통해 서로를 담금질하고 있는 풍경의 일부분이다.

    워낙 취업문이 좁아지다 보니 취업을 위한 스터디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미 ‘토익스터디’. ‘자격증스터디’. ‘언론고시스터디’ 등은 스터디의 할아버지뻘이 된 지 오래고. 최근에는 실전감각을 익히기 위한 ‘면접스터디’와 스터디에 모든 것을 걸고 하루 종일 스터디에 전념하는 ‘생활스터디’까지 다양한 형태의 스터디들이 탄생하고 있다.

    취업문이 갈수록 좁아지면서 기업들이 ‘슈퍼엘리트신입사원’을 요구하자 이제 혼자서 취업을 준비하던 시대는 점차 저물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날 역시 한 명의 면접자를 두고 나머지 아홉 명이 면접관이 되어 같은 동료이자 경쟁자를 평가하고 잘못에 대한 지적에 주저함이 없다.

    “그만하세요!” 질문에 대한 강덕중씨의 답변이 길어지자 면접관으로 앉아있던 차유미(24·여)씨가 가차 없이 한마디를 한다.

    강씨는 이날 면접관인 스터디원들로부터 “답변이 길다”는 지적을 집중적으로 받고 나서 스터디원들과 ‘왜 답변이 길어지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내놓는다.

    무척이나 진지해 기자가 장난스레 한마디 끼어들 틈도 주지 않는다.

    가령 면접자가 가상 면접이라는 이유로 조금이라도 흐트러지거나 장난스러운 모습을 연출했다가는 가차 없이 “면접입니다”라는 경고와 함께 벌금을 부여받게 된다.

    서울에서 대학을 마치고 창원에서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차유미씨는 “면접 상황을 반복해서 연습함으로써 실제 면접장에서 범할 수 있는 실수를 최소화시킬 수 있어 유익하다”며 면접스터디의 필요성을 피력한다.

    이날 면접스터디에 참석한 졸업생 김영미(24·여)씨는 “갈수록 면접볼 기회조차 어려워지고 있는데 한번의 면접기회를 살려 바로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 이러한 실전 훈련은 꼭 필요한 것 같다”고 의미를 덧붙인다.

    이제는 면접도 철저한 연습과 준비 없이는 취업의 성공으로 가는 길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지역의 한 건설회사에서 면접을 본 김법중(26)씨는 “비록 가상면접이긴 하지만 면접관으로서 던진 질문이 곧 내가 받을 질문이 될 수도 있어 미리 예상 질문을 마련할 수 있다”면서 “꾸준히 준비하는 사람이 결국은 좋은 기회를 잡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낸다.

    비록 어려운 현실이지만 좌절하지 않고 도전해 성취하고자 하는 젊은 열정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2007년을 기다리는 이 스터디원들의 얼굴에 자신감이 한껏 묻어나는 웃음을 띠는 것은 미리 준비하는 자만이 가지는 특권이다.

    문해기(28)씨는 “지금까지 몇 번의 면접과 서류전형에서 물을 먹었지만 낙심하지 않는다”면서 “비록 한두 번 실패할지라도 기죽지 말고 자신의 미숙한 점을 채워 나간다면 분명 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웃는다.

    3시간 동안의 긴 면접을 끝내고 도서관으로 향하는 예비 직장인 10인의 뒷모습이 당당할 수 있는 이유다.

    2007년 이들이 멋진 정장을 입고 당당히 사회에 나설 수 있는 순간을 기대해 본다. 이헌장기자 lovely@knnews.co.kr

    [사진설명]  창원대 한 강의실에서 모의 면접을 보고 있는 스터디회원들.  /성민건 인턴기자/

     

    [취업전쟁시대 빛과 그림자] (1) 경남은행 신입행원 이용(마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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