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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존치할 것과 폐지할 것 -최영규

  • 기사입력 : 2007-01-05 10: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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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 들어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되었지만. 종전의 국립공원 매표소에서는 승강이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다. 국립공원 안에 있는 사찰이 매표소를 접수하여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면서. 관람료를 내지 않으면 국립공원 출입을 불허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상당수의 사찰은 문화재관람료를 상당폭 인상하였다고 한다.

    애당초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하기로 한 결정이 바람직한 것이었는지는 의문이다. 국립공원은 자연공원의 일종으로서 자연생태계와 자연 및 문화경관 등을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이용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지정·관리된다. 국립공원의 관리에는 비용이 드는데. 그 비용을 이용자에게서 징수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이는 국립공원을 이용하는 사람이나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나 똑같은 비율로 비용을 부담한다는 의미가 된다. 이것은 비이용자의 입장에서는 불공평한 것이다. 이용자와 비이용자 간의 공평을 위해서는 이용자가 비용의 일부라도 부담하게 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입장료는 국립공원의 이용자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기능도 있다. 입장료가 없다면 필요 이상으로 많은 사람이 입장하게 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자연생태계와 경관의 보전 및 지속가능한 이용이라는 국립공원 설치의 목적에 배치되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적정 수준의 입장료를 징수하는 것은 그러한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입장을 원하는 사람만 입장하게 함으로써 이용자의 수를 제한하여 국립공원의 설치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해주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입장료는 국립공원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하여 오히려 필요한 것이라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동안 국립공원 입장료와 관련된 민원(民怨)은 입장료 자체보다는 입장료와 함께 통합징수하는 문화재관람료를 둘러싸고 제기되어 왔다. 거의 모든 국립공원마다 유명한 사찰을 품고 있고. 그 사찰들이 문화재인 것은 틀림없다. 그렇기 때문에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사찰을 관람하고자 하는 사람은 많으며. 그러한 경우에 일정액의 관람료를 내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사찰 관람을 원하지 않는 사람도 통합징수라는 이름 아래 의무적으로 문화재관람료를 내도록 하는 것은 공권력의 횡포이고 현대판 ‘프로크루스테스의 통행료’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그렇기 때문에 국립공원 입장료의 폐지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도. 입장료가 폐지되면 통합징수도 사라질 것이요. 따라서 문화재관람료는 그 원래의 취지대로 문화재를 관람하는 사람만 내면 되겠구나 하는 기대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러한 기대를 저버렸고. 보도에 의하면 오히려 관람료를 증액한 경우도 많다고 한다.

    사찰측에서는 사찰 경내만이 아니라 국립공원구역의 상당부분이 사찰 소유지이므로 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유지라고 해도 법적 근거 없이 통행료를 받을 수는 없다. 사찰측의 논리대로라면.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극장 앞의 극장 소유지를 지나가는 사람은 관람료를 내야 한다는 결과가 된다.

    문화재관람료 징수의 근거규정인 문화재보호법 제39조 제1항은 “국가지정문화재의 소유자·보유자 또는 관리단체는 그 문화재를 공개하는 경우에는 관람자로부터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는 관람자가 아니면 관람료를 징수할 수 없다는 의미이고. 사실 너무나 당연한 내용이어서 법률규정이 필요없는 상식이기도 하다. 우리 겨레의 자랑스런 문화유산인 전통사찰이 더 이상 프로크루스테스라는 지탄을 받지 않으려면 하루 빨리 관람자에게만 관람료를 징수하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최영규 (경남대 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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