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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새해는 `快晴甘雨(쾌청감우)'의 한 해가 되기를-목진숙 논설주간

  • 기사입력 : 2006-12-22 09: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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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교수들이 2006년 한 해의 한국사회를 정리하는 함축적인 의미를 담은 사자성어로 ‘密雲不雨(밀운불우)’를 선정했다고 한다. 교수신문에서 이 신문 필진과 국내 각 일간지에 칼럼을 쓰고 있는 교수 208명을 대상으로 하여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48.6%가 이 용어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密雲不雨(밀운불우)’. 주역(周易)의 ‘소축괘(小畜卦)’에 나오는 이 말은 흔하게 쓰이는 사자성어는 아니다. ‘하늘에 짙은 구름이 잔뜩 끼어 있지만 비가 오지 않는다’는 의미로서. 어떤 일의 징조는 나타나지만 정작 그 일은 이루어지지 않음을 비유하는 뜻이라 하겠다.

    교수들은 올 한햇동안 국내외 전 분야에서 제대로 풀리는 일이 없고 마치 우리 사회가 체증에 걸린 듯이 뭔가 곧 터질 것만 같은 불안감이 팽배한 듯해 이 말을 선정한 것이라 한다. 그 이유로. 남북관계의 고착. 부동산정책 실패. 황우석 전 교수 논문조작사건. 노무현 대통령 정치적 리드십 위기.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졸속추진 등 안타까운 일들의 발생을 꼽았다. 그리고 ‘2006년의 기쁜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에 응답자 절반이 ‘없다’고 답했으며. 그 나머지는 ‘반기문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유엔사무총장 당선’. ‘수출 3천억달러 달성’. ‘WBC대회 한국 선전’ 등을 지목했다고 한다.

    교수들은 ‘密雲不雨’ 이외에 어슬프게 개혁한답시고 각 분야의 안정성을 뒤흔들어 오히려 더 큰 우를 범하고 말았다는 뜻에서 ‘교각살우(矯角殺牛)’를 꼽은 사람들(22.1%)도 많았으며. 이밖에도 사회 각종 모순들이 해결 난망 현상을 빚고 있음을 빗대어 ‘만사휴의(萬事休矣)’를 선택한 경우(11.1%)도 상당수였고. 개혁과정의 미흡한 전략전술로 철옹성 같은 기득권층을 혁파하려 한 행태를 비유해 ‘당랑거철(螳螂拒轍)’을 택한 사람(9.1%)도 더러 있었다는 것이다. 그 나름대로 올해의 한국사회를 풍자하는 사자성어로서의 의미를 갖는 용어라고 생각한다.

    지난 5년간 가장 많은 교수들의 선택을 받은 사자성어를 가까운 연도별로 살펴보면 ‘상화하택(上火下澤)’·‘당동벌이(黨同伐異)’·‘우왕좌왕(右往左往)’·‘이합집산(離合集散)’·‘오리무중(五里霧中)’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용어만 살펴보아도 그동안 우리 사회가 얼마나 심각한 갈등과 반목으로 점철돼 왔으며. 제대로 이루어 놓은 게 하나도 없었는지를 한눈에 알게 된다. 즉. 불은 위에 있고 물은 아래에 있으니 어찌 물이 끓을 턱이 있겠는가. 따라서 제각각 따로 노는 형국의 갈등관계가 곧 ‘상화하택’이 아니던가. 옳고 그름과는 상관없이 같은 패거리면 돕고 다른 패거리라면 무차별 공격한다는 ‘당동벌이’가 아닌가. 좌우로 왔다갔다하며 중심을 잡지 못하고 허둥대는 모습이 ‘우왕좌왕’이다.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흩어졌다가 모였다가 하는 것이 ‘이합집산’이며. 사방에 안개가 가득 끼어 사물의 실체와 그 방향을 알 수 없는 것이 ‘오리무중’이다. 지난 수년전부터 지금까지 갈갈이 찢겨지고 분열되어 희망이 실종된 나라꼴이 계속돼 온 셈이다.

    한 해의 끝자락이다. 우리 모두는 연초부터 지금까지 숨가쁘게 달려왔다. 당초 세운 계획들을 점검해 볼 때 아마도 이루지 못한 것들이 더 많으리라고 본다. 그렇지만 너무 실망할 일은 아니다. 무엇지 목표달성에 차질을 빚게 했는지를 꼼꼼이 살펴 다음해에 못다 이룬 일을 완료하면 된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경제 사정이 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좌절해서는 안된다. 온 국민이 하나로 뭉친다면 그 어떤 난관이라도 그뜬히 헤쳐나갈 수가 있다.

    그러려면 국민 여론을 하나로 묶어 통합을 이루어 내는 일이 매우 긴요하다. 이것은 대통령을 비롯한 전 각료들과 정치인들이 국민의 한결같은 여망에 부응해 일치단결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국민들도 소아(小我)를 버리고 대의(大義)를 쫓아서 국난 극복에 총 매진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밝아오는 정해년(丁亥年) 새해에는 암운(暗雲)이 말끔히 걷히고 온 세상의 생명을 살리는 단비가 대지를 흠뻑 적지는 ‘쾌청감우(快晴甘雨)’의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목진숙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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