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6일 (금)
전체메뉴

[금요칼럼] 시장실패와 정부실패, 그 근원은 부동자금-서익진(경남대 교수)

  • 기사입력 : 2006-12-01 10:35:00
  •   
  • 며칠 전 투기의 무풍지대나 다름없던 마산시조차 아파트 투기의 소용돌이로 끌어넣었던 메트로시티 청약 광풍은 부동산 투기가 수도권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임을 증거하는 사례로 간주된다. 거주지 제한이 없고 전매가 허용된 지역이라면 전국 어디건 그리고 어떤 아파트건 투기 열풍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동안 아파트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국민의 절반가량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영원히 접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어쨌든 참여정부가 정권의 사활을 걸다시피했던 아파트 가격 안정 정책은 완벽한 실패로 끝났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 정부 실패의 영향은 경제적 차원에 국한되지 않고 여권의 새로운 판짜기를 현실화시킬 정도로 정치적 차원에서도 엄청난 것이었다. 하지만 과연 이 실패를 오로지 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기인하는 것으로 치부해버릴 수 있을까.

    사실 현 정부만이 아니라 역대 정부들은 어떤 식으로든 부동산 시장에 개입해 왔다. 그 까닭은 바로 부동산 시장 자체가 가격 안정과 다수 국민의 내 집 마련이라는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라는 조건은 시장 메커니즘에 의한 아파트 가격의 안정을 허용하지 않으며, 토지 및 주택 공개념의 도입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이러한 시장 실패가 정부 개입을 정당화해 왔다는 점은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 참여정부가 아파트 가격을 잡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올인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은 정작 필요한 조치는 방기해 버렸다. 가격 폭등의 근본 원인이 투기에 있다고 간주한 것은 진실의 반쪽만 포착한 것이다. 투기이득을 거의 전액 환수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매매차익이 이자율을 상회한다면, 보유세건 거래세건 어떤 세금폭탄을 퍼부어도 투기는 근절될 수 없다.

    아파트 투기의 근절과 가격의 안정은 어찌 보면 아주 간단한 일이다. 마산의 메트로시티 사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를 명료하게 보여준다. 분양원가 공개 및 분양가의 적절한 통제, 거주지 요건의 강화, 일정 기간 동안의 전매 금지 조치만 확실하게 시행하더라도 아파트 가격 안정은 잡은 거나 진배없다. 이러한 조치는 팽개치고 세금과 자금추적에만 매달렸으니 실패는 기정사실이었다. 이러한 불가결한 조치들이 취해지지 못했던 것을 모조리 정부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현 정부가 저지른 오류 중 하나는 가진 자와 힘 있는 자들의 집단 거주지인 강남 지역을 공공연한 타깃으로 삼음으로써 이들의 적대감을 조장했다는 데 있다.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보다 근원적인 요인은 부동산 시장에 몰려 있는 `부동자금'의 존재에 있다. 어마어마한 양의 유동성이 때로는 일확천금을, 때로는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기회만 노리면서 항시 대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저축률을 가진 나라이다. 오늘날 저축률은 상당히 낮아졌지만 그 대신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동반 흑자라는 비정상적인 상태가 지속되면서 해외로부터 막대한 유동성이 공급되어 왔다. 과거에는 이른바 관치금융제도가 저축을 거의 반강제적인 방식으로 생산 투자로 배분했기 때문에 부동산 투기는 일반화되기 어려웠다. IMF 위기 전후로 이루어진 금융 자유화와 개방은 이러한 저축­투자 연계 메커니즘을 깨어버렸다.

    이제 저축 혹은 부동자금은 전통적인 재테크 수단인 부동산만이 아니라 주식, 채권, 외환, 보험, 펀드 등 다양한 시장들 사이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찾아 자유롭게 흘러다닌다. 막대한 유동성의 존재와 지지부진한 경기회복은 저금리와 동시에 주식시장의 침체를 초래했으며, 이에 따라 대부분의 부동자금은 부동산 시장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아파트 공급 확대는 투기세력의 좋은 먹잇감이 아닐 수 없다.

    부동산 가격 문제의 근본 해법은 연구개발, 교육훈련·문화 인프라, 환경개선 등 생산적인 투자로 부동자금을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통로와 제도를 개발하거나 아니면 이를 정부가 흡수하여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장치를 강구하는 데 있다. 이 해법이 실행되지 않는 한 아파트 등 부동산 투기 광풍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