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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불 밝힌 홍도 등대' 르포

  • 기사입력 : 2006-11-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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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깎아지른 절벽위 `바다 길잡이'

    거센파도 바람소리만 귓전에... 모진 풍파 겪은 모습 대견


    지난 20일 오전 거제 예구항에서 마산지방해양수산청 항로표지과 직원 배성부씨와 등대를 점검·수리하는 외주업체 직원들과 함께 홍도행 배에 올랐다.

    거제에서 직선거리로 약 20㎞. 쾌속선으로 40분 거리지만 홍도행 뱃길은 만만치가 않다. 외도와 해금강의 아름다운 풍광을 뒤로 하자 금세 파도가 거칠어진다. 멀리 수평선 사이로 봉곳 솟은 섬이 보인다. 홍도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 등대가 우뚝 솟아 있다.

    남쪽으로는 대마도가 50㎞ 거리에 있어 맑은날에는 육안으로도 볼 수 있는 요충지다.

    3만평 바위섬에 자리잡은 백색의 등대는 아름답다. 그러나 오르는 길은 경사가 급해 아찔하다.
    겨울철이라 괭이갈매기도 없다. 거센 바람소리와 파도소리만 귓전을 스친다.

    등대까지의 높이는 110m로 300여 계단을 밟아야만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다. 아찔한 절벽. 옛 등대지기들은 식료품과 장비들을 어떻게 이곳까지 들고 왔을지 의문스러울 정도이다.
    흙이라고는 한 줌도 없고 물 한방울 나지 않는 절해고도 무인도에서의 등대지기 생활은 한마디로 고통이었을 것이다.

    수일 전에 만난 옛 홍도 등대지기 박모(72·마산시 완월동)씨로부터 들은 경험담이 실감났다. 그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4차례에 걸쳐 약 8년간 홍도 등대에서 근무했다. 박씨는 “예전에는 마산항에서 배를 타고 4시간여만에 홍도에 도착했을 정도로 먼 곳이었다”면서 당시를 회고했다.

    한번씩 가고싶은 생각이 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괭이갈매기가 보고 싶어 간혹 가보고 싶은 생각이 나지만 그때마다 고생했던 기억이 앞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모진 풍파를 겪으면서도 늘 그 자리에 우뚝 서 있는 홍도 등대의 모습은 언제 봐도 대견스럽고 한때나마 홍도 등대를 관리한 사람으로서 보람도 느낀다”고 홍도 등대 점등 100년을 맞은 소감을 밝혔다.

    거제의 서이말등대에서 원격으로 제어하는 홍도 등대는 태양열을 이용하여 불을 밝히고 있다. 또한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자동적으로 불이 켜지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석유등을 사용하던 시절과 수동으로 불을 밝히던 시스템과 비교하면 많은 발전을 거듭한 것이다.

    점검반은 약 4시간에 걸쳐 등명기와 전력관련 시스템을 수리했다. 그동안 홍도 주변 항로를 따라 컨테이너 선박 등이 수차례 드나들었다.

    배성부씨는 “홍도 등대는 2차대전 중에 일본이 항로표지(등대)를 전쟁을 위한 군사시설로 이용하였기 때문에 폭격당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해방 후 방치되어 오다 1954년 11월 24일 신축. 유인등대로 운영되어 오다가 1996년 10월 해양수산부 지침에 의거. 무인화 됐다”고 등대의 연혁을 설명했다.

    곧 날이 저물고 등대의 불빛이 밝아졌다. 그리고 앞으로 100년을 또 밝힐 홍도 등대의 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이종훈기자 leej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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