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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42)`족집게`보다 참신한 글은...

  • 기사입력 : 2006-10-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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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과 동화에서 글감 찾아내기>

    글샘: 오늘은 신문의 칼럼이나 동화를 활용하는 논술 기법을 알아보기로 하자.

    글짱: 지난 시간에 가르쳐 준 ‘책을 활용한 글감 찾기’와 연계해서 생각할 수 있도록 주제를 ‘세계화’에 맞춰 설명해 주세요.

    글샘: 당연하지. 그러려면 신문을 꾸준히 읽었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해. 하지만 요즘 학생들은 신문 읽기에 투자한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을 거야. 신문 칼럼을 지속적으로 스크랩 해 온 학생도 많지 않을 테고.

    글짱: ‘퓨전형 글쓰기’는 그나마 짧은 시간 내에 논술을 대비할 수 있는 기법이라면서요?

    글샘: 신문 읽기를 제대로 한 학생은 ‘생각 주머니’에 많은 정보가 쌓여 있단다. 급하게 시작한 학생보다는 강점이 있다는 뜻이지. 그래서 어릴 때부터 신문을 읽으라고 강조하는 거야.

    글짱: 그러면 지금 고2 학생은 준비가 늦다는 얘기인가요?

    글샘: 실망하지는 말거라. 미흡하기는 하지만 논술에 활용 가능한 방법을 알려줄 테니. 신문 자료가 축적돼 있지 않은 학생은 인터넷 검색에서 칼럼을 찾아 정리해 보는 게 좋아. 지난 시간에 공부한 것처럼 ‘주제어’라는 큰 가지에서 뻗어 나갈 수 있는 ‘곁가지’을 찾는 방법이지. 먼저 ‘세계화’를 검색어로 입력해 활용 가능한 내용을 뽑아내고. 그 다음에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나 ‘신자유주의’ 등을 검색해 ‘곁가지’로 쓸 만한 글감을 마련하는 게 좋아.

    글짱: 그런 글은 내 생각이 아니라 칼럼을 쓴 전문가의 생각이잖아요?

    글샘: 좋은 질문이야. 신문 칼럼에 나온 글을 그대로 인용한다면 어느 심사위원이 높은 점수를 주겠니? 그런 글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논술의 ‘창의성’ 여부가 판가름 나는 거란다. 자. 글샘이 칼럼에서 뽑은 주요 예문을 소개해 볼게.

    <예문 1>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이라는 특수한 나라와 별 준비도 없이 왜 ‘지금’ FTA를 성급히 체결하려는 것인가.

    <예문 2>

    반드시 지켜내야 할 것들과 꼭 얻어내야 할 것들을 분명히 정하고 이를 협상에서 관철함으로써 성사 가능한 일이다. 예컨대 쌀 등의 민감한 농산품은 자유화 대상에서 제외 또는 유보해야 하며. 주요 공공부문(의료. 교육. 전기. 가스. 에너지. 방송. 통신 등) 투자에 대한 ‘내국민 대우’ 적용은 제한해야 하고.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기조를 해칠 수 있는 다국적 제약회사의 보험약품 선별 및 약가 책정과정에의 참여 요구 등은 수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예문 3>

    전세계적 진보의 위기를 불러온 것이 신자유주의 세계화다. 현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거시적인 변혁이론이나 대항 담론이 사라진 상황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됐다.

    <예문 4>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괴물이며 추종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강박관념으로 우리 사회에 들러붙어 있다.

    <예문 5>

    사회적 안전망을 확장하기는커녕 축소하면서 모든 것을 자본주의적 경쟁법칙으로 몰아넣는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정책 기조가 강화될수록. 승자는 두둑해진 돈지갑을 챙기기에 바쁘지만 패자들은 인생 대역전을 노리며 로또 판매점 앞에서 서성일 수밖에 없다.

    <예문 6>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미국의 헤게모니 아래 진행되는 자본주의의 역사적 변화과정이라는 폭넓은 시야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글샘; 이런 유형의 예문은 대략이나마 알아 두어야 한단다. 논술 시험장에 들어가면 머릿속에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까 말이야. 대학에서 제시한 분량은 맞춰야 하는데. 막상 쓸 거리는 떠오르지 않아 제시문의 내용을 중언부언하는 학생들도 많거든. 여기에서부터 논술의 당락이 갈리기 시작하지.

    글짱: 통합논술이란 게 학교에서 배운 모든 지식을 활용해 논리적 글솜씨를 펼치는 거잖아요?

    글샘: 그렇긴 하지만 실제로는 학교에서 배운 것 외에도 독서나 신문에서 얻은 간접 경험도 들어가야 하는 게 논술이란다. 세계화에 관한 주제로 쓸 때 가공을 통해 퓨전형으로 접목할 만한 구절이 여러 칼럼에 있을 거야. 또 다른 곁가지로는 수험생의 주장이나 생각을 반영할 글감이 필요해. 그 방법은 의외로 일반 수험생들이 잘 쓰지 않는 영역에서 찾는 게 아주 효과적일 때가 많지.

    글짱: 논술학원에서 중점적으로 가르쳐 주는 ‘족집게 예문’ 같은 게 아니란 뜻인가요?

    글샘: 그렇게 생각해도 돼. 물론 학원에서 가르쳐 준 것도 앞에 설명한 칼럼 글처럼 써먹을 수 있어. 다만 독창적인 글이라는 냄새를 강하게 풍길 수 있는 글감을 평소 ‘생각 주머니’에 넣어두었다가 주제에 따라 활용해야겠지.

    글짱: 그런 사례를 들어 주세요.

    글샘: 어느 수험생은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를 고교 때 다시 읽고 그 느낌과 생각을 정리해 두었다가 서울대 논술시험 때 제시문에 맞춰 활용해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하잖아.

    글짱: 그러면 ‘어린 왕자’라는 동화도 ‘세계화’라는 주제에 접목시킬 수 있나요?

    글샘: 생각하기 나름이지. ‘어린 왕자’ 중에서 어느 대목을 자t신만의 색깔이 담긴 글로 활용할 수 있는지 글샘이 실마리만 제시해 줄게.

    <예문 7>

    ‘길들인다는 게 뭐지? 그건 너무나 잊혀지고 있는 거지. 그건 관계를 만든다는 뜻이야’ 어린 왕자는 여우와 꽃을 길들였다. 자신도 알게 모르게 그들을 길들이고는 갈등에 휩싸이기도 했다.

    글샘: 어느 학생이 쓴 독후감의 내용 중에서 뽑아 봤어. 어때? ‘세계화’와 연관지을 수 있겠니? 무슨 얘긴지 짐작이 안 가니? 생각을 조금만 달리해 보면. 세계화라는 것도 힘센 나라가 힘이 약한 나라를 경제나 문화적으로 길들여가는 것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제시문에 걸맞게 ‘어린 왕자’라는 동화를 논술에 접목하는 사고력과 창의력은 학생 스스로의 몫이지만 말이야.

    글짱: 아하! 그렇군요. 그래서 독창적인 논술을 쓰라고 강조하는군요.

    글샘: 한가지 더 거론할게. ‘가장 지방적인 것이 한국적이고.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말이 있어. 논술시험 때 수험생들이 제출한 글을 보면 비슷한 게 너무 많아. 지방신문을 잘 읽어 봐. 가장 지방적인 문제를 세계적인 문제로 영역 확장을 한다면 ‘나만의 참신한 논술’로 쓸 수 있을 거야. 예를 들면 ‘신항’이름을 놓고 경남과 부산이 마찰을 빚은 적이 있어. 경남신문에서 ‘신항’을 검색해 양 지방자치단체의 주장을 서로 비교해 보거라. 다른 수험생이 무심코 넘기는 사안을 경남지역에 사는 학생의 시각에서 ‘세계화’와 연계한 논리를 펼친다면 어떤 평점을 받을까? 어쩌면 논술은 아주 쉽게 쓸 수 있는 글인데, 대학에서 문제를 어렵게 내기 때문에 학생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것인지도 몰라.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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