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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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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숲 내음 없고 삼겹살 냄새 진동-피서철 몸살 공원.계곡 르포

  • 기사입력 : 2006-08-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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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기 굽는 냄새 때문에 공원 산책을 망쳤어요.”
    “한 사람이 쓰레기를 버리면 그곳은 금방 쓰레기장이 돼버려요.”
    본격 휴가철과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도심공원과 인근 계곡 등이 피서 시민들이 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주춤했던 도심공원의 취사행위도 늘어 더위를 식히려 나온 시민들의 눈살을 지푸리게 하고 있다.
    더운 여름 가족과 함께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고 고기를 구워먹는 것은 작은 기쁨일 수 있는 만큼 일정구간을 취사행위 지역으로 지정하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일 저녁 8시 창원의 대표적인 도심공원인 용지공원. 인근 주민들이 가족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고기를 굽거나 취사행위를 하고 있는 광경을 여기저기서 목격할 수 있다.

    이들은 가스버너는 물론 화덕까지 동원해 고기를 굽는 바람에 냄새와 함께 연기까지 피어올리고 있어 저녁 산책을 나온 시민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고 있다.
    또 돝자리를 펴고 밤늦게까지 놀다 돌아갈 때는 신문지, 음식물 찌꺼기, 맥주병 음료수병과 찢어진 돝자리 등을 가리지 않고 마구 버리고 있다.
    실제로 용지공원의 경우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 지난달 말부터 3일까지 일주일동안 수거한 쓰레기는 1일 평균 420㎏으로 평소 1일 평균 발생량 260㎏을 크게 웃돌고 있다.

    최근 비가 많이 내려 수량이 풍부한 인근 계곡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김해 창원은 물론 인근 부산 강서구 하단지역에서까지 피서객이 몰려 평일 2만명이 피서를 즐기고 있는 장유 대청계곡.
    3일 오후 2시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대청계곡으로 진입하는 길은 몰려든 차량으로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붐볐다.

    차량을 몰고 10여분쯤 올라가자 계곡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신록의 내음'이 아니라 `삼겹살 냄새'로 인해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계곡에서의 명당 자리인 `다리밑 그늘'에서 흐르는 계곡물을 배경삼아 삼겹살을 구워 먹는 모습이 보였다.
    돼지기름이 그대로 계곡으로 유입되고 있었지만 단속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삼겹살 냄새를 뒤로 한 채 계곡물길을 따라 걸어내려왔다. 계곡에서 마냥 즐거운 듯 물장난을 치고 있는 아이들 뒤편 숲속과 바위틈 사이사이로 피서객들이 먹고 버린 수박껍질, 치킨 뼈 등 음식 잔해들이 숨어 있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 치우거나 신경쓰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특히 오래된 음식물은 부패해가고 파리떼가 윙윙거리고 있었다.

     올해부터 시가 대청계곡을 직접 관리하면서 입장료 대신 일반쓰레기 봉투와 재활용쓰레기 봉투를 피서객들에게 나눠줘 하루 10t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이 쓰레기를 버리면 옆에 있는 사람도 거기에 쓰레기를 버려 금방 쓰레기더미가 생기곤 한다.
    장유 대우3차 아파트에 살고 있는 양종길씨(58)는 “쓰레기 냄새가 바람을 타고 인근 아파트 단지로 날아온다”며 “밤마다 술취한 피서객들의 고성방가 때문에 잠을 설친다”고 말했다. 계곡서 8년간 장사를 한 박동인씨(42)는 “재미있게 즐기고 가는 것은 좋지만 스스로 치우고 정리하는 시민의식이 부족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해시도 이러한 피서객들의 무질서한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공공근로 8명, 일신사역 20명, 공익 2명, 시청 공무원 4명 등 총 34명을 대청계곡에 배치했다. 하지만 평일 2만명, 주말 3만명이 찾는 대청계곡을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3일 오후 7시 창원 용추계곡.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긴 하지만 아이들은 물놀이를 하고 어른들은 여기저기서 고기를 굽거나 취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쓰레기를 되가져 가고 있지만 계곡물에 그릇을 씻거나 인근 숲속에 남은 음식물 찌꺼기를 버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와 관련, 용추계곡에 피서를 나온 한 시민은 “여름철 계곡에서 고기를 굽는 행위를 근절시키기는 어려운 만큼 가족들끼리 점심이나 저녁을 해먹을 수 있도록 취사구역을 지정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수 있다”며 “취사구역에 간단한 시설물을 마련하면 전체 계곡 관리도 훨씬 용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대·주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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