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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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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글쓰기 7 ] 생활글(1)

  • 기사입력 : 2005-11-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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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활글이란 ‘사는 이야기’를 꾸미지 않고 그냥 솔직하게 쓴 글을 말한다. 보통 글을 쓴다고 하면 시나 소설을 연상하는데. 실제 우리가 살아가며 쓰는 글은 생활글이 많다. 저녁 먹다 가족끼리 그날 있던 일을 이야기하는 것도 생활글이고. 친구에게 전화 걸어 수다 떠는 것도 생활글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생활글은 일기와 크게 다른 점이 없어 보인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일기는 날짜를 꼭 써야 하지만 생활문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기글은 자신에게 쓰는 글이므로 기록된 형태의 글이 되지만 생활글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므로 글 자체가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된다는 점이 다르다. 그러나 초등학생에게 타인이 본다는 것을 의식하게 하고. 그것으로 인해서 구성과 틀을 강요하다보면 오히려 어린이의 자연스러운 글쓰기를 방해할 수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어떤 틀이나 구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일상 속에 있었던 상황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여유를 우선 길러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생활글 쓰기는 어린이에게 어떤 점이 좋은가? 먼저 어린이가 자기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인식하도록 돕는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직 통찰력이 부족한 어린이들은 자기 경험에 갇혀 있어 제대로 된 자기 인식이 불가능하다. 이렇게 자기를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면 스스로를 지나치게 미화하거나 매사를 자기 변명으로 일관할 수 있어 진실성이 결여되기 쉽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관찰하기 위해서는 제3자의 시각에서 자기를 바라보는 능력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 생활문은 자기의 경험과 느낌을 바탕으로 쓴다는 점에서 자기를 세상의 질서와 공간 속에서 객관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자기와 세계를 재인식하고 재발견하면서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이런 점에서 생활문 쓰기는 정체성 형성을 위해 꼭 필요한 글쓰기라고 볼 수 있다. 자기 체험을 정직하게 표현하는 글쓰기는 자기를 재해석하고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능력은 아이들이 성장하여 청소년기가 되었을 때 자아정체성의 위기에 대응하여 새로운 자아를 형성해 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렇게 생활글을 쓰면서 어린이는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 놓여진다. 이것이 어린이에게 생활글을 권장하는 궁극적인 이유이다. 다음 주부터는 생활글을 지도해 나가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김영성 (글쓰기·독서논술 전문 ‘나랏말씀’ 대표) 홈페이지 www.bbul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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