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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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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 양식장 폐사확산 현황 및 대책

  • 기사입력 : 2004-10-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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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복구비 `뒷짐' 어가 `허탈'




    남해안 특산물인 멍게와 굴이 폐사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으나 피해복구비 지원이 안돼 양식어가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당어가와 조합 등은 한일어업협정과 어자원부족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업인들의 경영난을 감안. 피해규모가 큰 경우는 일부 규정에 예외를 두더라도 피해복구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멍게 물렁병 확산= 지난 96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멍게물렁병이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물렁병은 딱딱해야 할 멍게의 바깥살이 허물허물해지며 죽어버리는 현상이다. 올해만해도 통영과 거제지역 양식 물량 1천466대의 82%인 1천201대가 폐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 96년부터 1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연도별로는 96년 당시 46%이던 것이 97년에는 55% . 98년 76% . 99~2001년 79% . 2003년 84% . 2004년 80~90%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으로 통영멍게수하식수협의 주장이다.


    수협위판장에 출하되는 멍게의 규모도 지난해부터 평년의 70~8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조합측은 지난 95년에는 멍게 1만2천t를 생산. 139억원의 위판고를 올리기도 했지만 지난해는 겨우 2천805t을 생산해 53억원의 위판고를 올리는데 그쳤다고 밝혔다.


    올해도 상황이 개선된 게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내년도 생산물량인 종묘가 대거 폐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협 관계자는 “이번주쯤이면 전체 해역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될 예정이지만 현재까지 나타난 것으로 봐도 80%정도는 폐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멍게의 경우 12월부터 종묘를 생산하고 1년간 가이식을 했다가 11월쯤에 본격 양식에 들어가는만큼 일단 상황은 지켜봐야겠지만 현재까지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국내산 멍게의 폐사가 진행되자 반사작용으로 일본을 비롯한 외국산 멍게수입도 늘고 있어 어가로서는 엎친데 덮친격이 됐다. 지난 8월말까지 수입된 일본산 멍게의 규모는 이미 국내 생산량을 크게 넘어선 5천532t에 달한다는 게 관계당국의 집계다. 현재 통영을 비롯한 남해안 일대에서 멍게양식을 하는 어가는 1천500여가구로 양식면적은 449건. 1천455㏊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종묘생산 및 판매에도 1천가구가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물렁병의 피해가 지역경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는게 현지 관계자들의 얘기다.


    ◇굴 폐사= 멍게에 이어 굴양식장에도 폐사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남도는 현재까지 고성군 자란만에서 21억원 정도의 양식굴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통영과 여수 등에서도 일부 피해가 나타났지만 그다지 규모는 크지 않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이같은 폐사현상은 수온이 내려가면서 더이상 피해지역이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아직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만큼 속단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피해복구비 지원사각= 물렁병과 관련. 국립수산과학원 양식환경연구소 등에서 멍게물렁병과 폐사원인 등에 대한 연구조사를 시행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양식환경연구소의 한 연구관은 “멍게물렁병 등은 워낙 많은 요인들이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명확하게 무엇이 문제라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인근 일본의 일부 해역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발생한 것을 직접 확인한만큼 보다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굴의 경우는 이미 폐사가 진행되고 난후 원인조사에 들어간만큼 실제 원인이 이상조류 때문인지 등을 명확히 규명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장 피해어가들이 피해복구비를 지원해달라고 호소할 근거가 마땅찮다.
    현행 농어업재해대책법은 자연재해로 시군당 3억원이상의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만 복구비를 지원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자연재해 때문인지 어병 때문인지 불분명한 상태에서는 보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어병 때문이라면 해당어가의 관리소홀로 책임을 돌릴 수밖에 없어 복구비지원은 불가능하다.


    경남도는 현재 진행중인 조사가 마무리되면 굴의 경우는 중앙정부에 복구비 신청을 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멍게의 경우는 조사연구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별다른 방안을 강구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 10년 가까이 멍게물렁병이 발생했는데도 아직 한건의 복구비도 지원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대책요구= 어민들은 적조피해시 복구비지원은 하면서 같은 바다에서 발생한 대규모 피해는 외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멍게수하식수협관계자도 “원인이 불분명하더라도 피해규모가 크다면 복구비지원대상에 포함시켜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또 “일본산 멍게에 대해 현재 20%에 불과한 조정관세를 대폭 상향조정해줄 것을 당국에 건의했지만 아직까지 실현되 게 없다”고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제 더이상 힘이 없다”는 말로 힘겨운 현실을 압축했다.

    허충호·통영=신정철기자 chhe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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