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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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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성매매 단속 첫날 밤
불꺼진 윤락가 '적막강산'

  • 기사입력 : 2004-09-23 15: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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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일부터 시행·발효된 `성매매특별법'의 파장으로 전국의 집창촌은 일대 변혁의 회오리가 몰아치고 있다. 한때 60∼70여개 업소에 종사원만 300여명이 넘었다던 지역 내 대표적 윤락가 마산 신포동 일대 역시 된서리로 적막감이 감돌기는 마찬가지. 정부가 강력한 성매매 근절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가운데 지금은 그야말로 `빈사상태'에 직면해 인적마저 끊겨버렸다.


     어스름이 깔리는 22일 오후 8시 신포동 골목. 듬성듬성 불이 꺼진 업소들 사이에선 서서히 `붉은' 전등이 켜지기 시작했으나 `짙은 화장'의 아가씨들의 모습은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다. 호객행위와 영업은 커녕 맨바닥에 퍼질러 앉아버린 평상복 차림의 J업소 두 아가씨. 4시간 뒤에 있을 `특별법' 발효 얘기를 들먹거리자 쥐고 있던 파운데이션부터 내려놓았다.

     서울 룸에서 일하다 1년전 마산으로 왔다는 김모(25)씨. "가뜩이나 장사가 안돼 온통 말아먹은 판인데, 대책도 없는 특별단속은 곧 `몰래 하라'는 의미일 뿐"이라고 성토했다.

     김양을 취재하는 동안 여기저기서 몰려오는 업주들. 이들 모임의 산파역이라는 정모(42)씨는 새 법조문부터 조목조목 반박했다. "윤락여성들을 `피해자'로 전제하는 것부터 잘못이에요. 지금 포주와 윤락녀는 동업자 관계입니다" 그는 "업주나 종사자들 얘기는 들어보지도 않고 책상에 앉아 자기네끼리 만든 탁상공론식 법"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나 업주들 대부분은 종전 `눈가리고 아웅' 식의 집창촌 단속과는 달리 성매매 관련법 시행에 따른 위기감이 엄청나다며 심각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신포동서 5년째 영업한다는 업주 박모씨는 "처음 갖고 들어온 7천만원은 모두 날리고 빚만 수억원 졌다"고 한탄하며 "여기서 나가라면 대체 어딜 가라는 얘기인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속이 타 소주 한잔 마시고 왔다는 한 업주는 "일단 움츠리지만 아예 집어치울지는 추석 이후 결정하기로 했다"며 "전쟁에서도 치고 빠지는 묘책은 다 있게 마련"라며 신종업태로의 급선회를 암시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성매매특별법 시행을 10여시간 앞두고 마산과 창원 등에서는 성매매 근절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마산YWCA와 경남여성회 부설 성가족상담소 등 지역여성단체들은 이날 오후 2시 마산 신포동에서 성매매 특별법 내용을 담은 유인물을 배포하는 성매매 없는 평등세상 캠페인을 펼쳤다.

      창원시 상남동 상남시장 앞에서는 오후 8시 창원여성의 전화 부설 성폭력상담소가 주최하고 창원여성폭력방지협의체가 후원한 `성매매 없는 창원만들기 캠페인'이 벌어졌다. 이날 행사에서는 상남동 일대 유흥주점과 시민들을 상대로 성매매방지법 시행에 따른 홍보와 성매매 STOP 100인 남성 서명전이 펼쳐졌다.

     또 `성매매없는 세상' 몸 짓패 공연, `격파 성매매' 합기도 시범 공연이 열렸으며 성매매 여성 인권보호를 위한 거리행진도 이어졌다.

     한편 경찰과 NGO 단체는 성매매특별법 시행에 맞춰 23일부터 내달 22일까지 성매매알선, 성매매목적 고용, 모집 등 불법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단속할 예정이다. 갈태웅기자 tukal@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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