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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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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나이 든 경험자가 있어야 한다

  • 기사입력 : 2004-07-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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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사회에 거세게 몰아쳤던 퇴출의 바람은 아직도 그 기세가 수그러들
    지 않고 곳곳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56세까지 직장생활을 하면
    도적에 속한다는 `오륙도`, 45세가 정년이란 뜻의 `사오정`, 그 정년이
    더 아래로 내려와 38세에 선을 긋는다는 의미의 `삼팔선`, 20대 태반이 백
    수, 즉 실업자란 뜻의 `이태백`이란 사회 풍자 신조어가 아직도 널리 회자
    되고 있음을 볼 때, 적어도 먹고 사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직장을
    얻는 다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들며, 직업을 갖고 있는 것자체가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어쩌다가 이 지경에까지 다다랐는가. 고도 경제성장으로 세계인들이 부
    러워하던 우리가 아니었던가. 70·80년대 산업화의 길로 총력 매진하면서
    우리는 뒤돌아볼 여유도 없이 앞으로만 달려왔다. 그렇다고 하여 어디 우리
    에게 변변한 자원이 있었던가. 모든 악조건하에서도 우리는 허리띠를 졸라
    매고 열심히 일했다. 가진 것이라고는 `하면 된다`는 의지와 `산업역군
    들`뿐이었다. 이들이 오늘의 한국을 일구어낸 주역들인 셈이다. 그런데 지
    금 그들은 현업에서 퇴출당해 그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 어느 곳 할 것 없이 연령층이 고루 본포돼 있
    어야만 그 사회가 건강하고 안정감 있게 유지돼 나갈 수가 있다. 그러나 현
    재의 일터에서는 경험 풍부한 나이든 전문가가 없다. 전문가는 하루 아침
    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랜 세월을 갈고 닦은 다음에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이들이 지닌 풍부한 노하우를 잘 활용하면 시행착오를 미연에 방지
    할 수가 있다. 난관에 봉착했을 때 이들의 지혜를 통해 그 해법을 찾을 수
    가 있다. 그렇지만 천금과도 같은 경험자들의 노하우가 그대로 사장(死
    藏)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안타깝기 그지 없다.

      국가경제 파탄국면을 맞아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을 받은 것을 기점으로
    하여 우리사회는 실로 엄청난 시련과 변화를 겪었다. 어쩌면 이것은 필연적
    으로 닥칠 수밖에 없는 과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별다른 대비 없이 성장일
    변도의 경제가 계속될 것이라 믿어온 자만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하늘끝까지 닿겠다는 인간의 오만이 만들어낸 바벨
    탑이 일시에 무너져 내렸듯이 말이다.

    그 결과 보장된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실로 수많은 사람들이 연령순서대
    로 직장을 그만두어야만 했다. 이 나라 산업입국의 가장 큰 공로자요 주인
    공들인 이들이 아닌가. 그런데도 저항의 목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추풍낙엽
    처럼 우수수 떨어져 퇴출의 뒤안길로 휩쓸려 나가야만 했다. 이들이 떠난
    자리에는 젊은 층들이 앉아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역시
    언제까지 일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지금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이공계
    기피 현상도 따지고 보면 한창 일할 나이에 직장을 그만 두어야 하는 산업
    현실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불확실성의 시대가 초래된 데 대한 가장 큰 책임은 국가에게 있
    다. 외환위기가 오기 전에 충분한 대비책을 세울 수 있었음에도 정부와 정
    치인들은 그 경고음을 무시하지 않았던가. 그 결과 우리 국민들은 얼마나
    참담한 고통을 겪었던가. 중산층이 무너지고 극빈계층이 증가해 빈부격차
    는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가정이 해체되고 자살률이 급증하는 이 기
    막힌 현상은 지금도 계속되는 현재진행형이다. 청년실업 문제는 조금도 나
    아지지 않은 그대로이다.

      이러한 제반 문제는 경제회생이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풀어낼 수가 없
    다. 정부는 땜질식 미봉책으로는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
    해야 한다. 경제를 온전하게 회생시키려면 우리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한
    해외변수가 존재하지만, 그렇다고하여 불황을 외부 요인 때문인 것으로
    전가하려 해서는 안된다.

    우선은 기업이 미래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정부는 제반 지원을 다해
    야 한다. 외국자본도 경제 살리기에 큰 힘이 되므로 외자유치에도 더 많은
    정성을 쏟아야 한다. 그리고 해외 일자리 찾기에도 적극 노력해 실업 인력
    을 세계 각국 일터에서 일할 수 있도록 주선해 주어야 한다. 근로 능력과
    의지가 있는 국민들에게는 연령을 초월해 일자리를 제공해 주어야 하는 것
    이 국가가 이행해야 할 책무다.

    특히 경륜과 경험을 통한 노하우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나이 든 50·
    60대 해당분야 전문가들을 다시 산업현장에 초빙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부
    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수십년간 쌓인 경험자의 경륜을 국가경
    제 회생을 위해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국력신장에도 도움되는 유
    익한 일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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