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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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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피서문화

  • 기사입력 : 2004-07-30 00:00:00
  •   
  •  나택진 논설위원

     폭염의 위세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피서휴가도 절정을 이루고 있다. 산
    과 바다로 떠나는 수많은 사람들로 민족 대이동이 펼쳐지고 있다. 극심한
    경기침체로 올해에는 피서열기가 예년과 같지않을 것이라는 예측과는 달리
    피서지 현장의 열기는 용광로같은 날씨처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에
    비례하여 건전하고 선진화된 피서문화 정착 또한 우리 사회의 현안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우리의 휴가철 무질서에 대한 비판은 매년 되풀이 돼 왔던 현실이다. 해
    마다 피서철이 되면 엄청난 인구이동에 따라 고속도로가 체증을 겪고 피서
    지마다 혼잡과 무질서가 극치를 이루어 왔던 실정이다. 그들이 떠난 자리
    에 남는 것은 쓰레기뿐이라는 자조섞인 이야기에서 이의 현황을 가늠케 한
    다. 가히 무법천지를 방불케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이어져 왔던 모습이다.
    더욱이 우리 주변에서 시급히 사라져야 할 이러한 행락열풍이 올휴가철에
    도 여전히 재연되고 있음이 그 무엇보다도 경계되어진다.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겪어 오고 있는 피서 행락 무질서는 우리의 부끄러
    운 자화상임은 이제 재론의 여지가 없다. 행락질서 준수여부는 민주시민의
    척도이다라는 말이 암시하듯 이의 문란은 우리가 민주시민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선진사회는 경제적인 성장만으로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음
    을 우리 사회는 철저히 깨달아야 한다.

     이와 더불어 이러한 피서열기의 뒤안길에는 피서휴가를 포기한채 어려운
    현실과 굳건히 맞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활현장에서 비지땀을 쏟
    고 있고 아직도 우리 곁에는 결식아동을 비롯하여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웃
    들이 많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더욱 아니될 것이다. 그러나 이에 역행하
    는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 우리를 안타깝게 하고 있는 처지다. 국제통화기
    금 관리체제 이후 주춤했던 휴가철 해외여행객이 올해 들어 일부 계층을 중
    심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관광업계의 분석이다. 최근 여름 휴가철을 맞아 국
    내 상품 예약률은 바닥을 기고 있는 반면 해외여행 상품 예약률은 거의
    100%를 기록하고 있다는 관련업계의 전언이다. 나홀로 불황이라는 사회적
    추세를 반증시켜주고 있는 셈이다.

     피서휴가를 해외에서 보내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주5일 근무제 확산
    과 자녀들의 단기 어학연수를 겸한 가족단위의 출국자가 증가하기 때문이라
    지만 이는 우리 사회의 빈익빈 부익부현상을 심화시켜 상대적 박탈감을 조
    장할 수 있음이 더없이 우려되는 것이다.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사
    회속에서 이웃의 처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채 내 돈 갖고 내가 즐기는데
    무슨 문제냐 식의 피서행각은 사라져야 할 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현재 처지는 아랑곳 하지 않은채 남 따라 장가는 식의 우
    리 휴가의식도 고쳐져야 할 것이다. 과잉휴가비 지출에 따른 후유증과 함
    께 휴가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죄도 스스럼없이 저질러졌던 선례를 되새겨
    야 한다. 급격한 산업사회의 도래로 남을 너무 의식하는 사회분위기에서 비
    롯되는 이러한 현상은 하루속히 개선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잘못된 피서문화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매년 다짐해 왔지만 별다른 개선
    효과가 없는 오늘이다. 건전하고 선진화된 피서문화를 뿌리내리기 위해 흥
    청망청 쓰면서 실속은 챙기지 못하는 어리석은 낭비를 범하지 않아야 한
    다. 이를위해 사전에 면밀한 검토를 한뒤 계획을 세워 떠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리고 너도 나도 승용차를 몰고 나서는 바람에 겪는 교통대란과 더
    불어 피서지의 무질서도 개선되어야 할 현안이다. 해마다 피서와 관련하여
    질서의식 쓰레기투기 문제에 대한 각성이 촉구되었지만 변함없이 달라지지
    않은채 여전히 고질적인 문제로 우리 곁에 다가서 있음 또한 간과해서도 아
    니될 것이다. 이러한 피서 무질서와 혼잡으로 휴가기분은 멍들었고 고생 끝
    에 집에 돌아 올 때쯤이면 너 나 없이 파김치가 되었던 우리의 예년 피서휴
    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피서휴가는 역경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생활
    의 재충전 기회로 발돋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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