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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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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이라크 추가 파병 재검토해야

  • 기사입력 : 2004-05-14 00:00:00
  •   
  • ======= 박승훈(사회부 차장대우)

     미국은 지난해 3월 이라크 공격을 대량살상무기로 세계평화를 위협하고
    소수파에 의지해 무력으로 다수 국민을 억누르는 사담 후세인 독재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징벌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주장은 영국을 비롯한 핵심
    우방의 지지를 받았다. 우리나라도 제마부대를 파견해 한미동맹에 따른 임
    무에 충실했다. 전쟁초기에는 석유자원 확보와 재건사업 참여 등 경제적 이
    익에 대한 욕심으로 조바심마저 냈다. 미국은 비 전투부대에 이어 전투부대
    의 추가 파병을 요청했고 우리정부는 국가이익이라는 판단근거를 제시하며
    파병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16대 국회는 가결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단
    체 등은 이라크 파병 불가를 주장하며 반대했지만 무시됐다.

     개전 1년이 지나면서 이라크의 상황이 바뀌었다. 대량살상무기는 없고 박
    해받는 다수파라던 시아파 이슬람은 반미저항세력의 중심으로 등장했다. 미
    군이 이라크에 진주할 때 `지금 꽃을 던지는 사람들이 나중에 폭탄을 던지
    게 될 것`이라고 한 말이 현실화되었다. 급기야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벌어진 미군에 의한 이라크 포로의 학대 사실이 전세계에 알려지면서 미국
    의 도덕성은 땅에 떨어졌다. 발가벗긴 포로들에게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가
    하는 장면들은 왜 미국이 이라크에서 전쟁을 시작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
    졌다. `이라크의 자유(Freedom of Iraq)`라는 이라크 공격 작전에 대한
    냉소가 전 세계에 퍼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전투병 파병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정부 여당은 파병지역 선정문제로 고심을 거듭했다. 좀 더 안전한 곳
    을 찾겠다는 논리다. 여러 지역을 검토한 결과, 쿠르드 자치지역인 아르빌
    주를 최종 선정해 검토 중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희망한 한국군 파병환
    영과 공항인근지역 주둔 등의 문제에 대한 쿠르드 자치정부의 답변이 흔쾌
    하지 못해 정부는 여전히 파병시기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전쟁 중인 나
    라에 전투병을 파견하는 것은 군인이 죽거나 다칠 가능성을 처음부터 인지
    하고 진행하는 것이다. 파병이 꼭 필요하다면 군인의 희생은 감수한다는 것
    이 이미 파병동의에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전투병 파병의 명분과 이익이
    점차 희석되고 있다는 점이다.

     파병 재검토의 논점은 변화된 이라크의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의 문제
    다. 시아파와 수니파가 힘을 합해 미국의 군사적 지배에 반대하고 미군이
    이라크 저항세력에 대해 야만적 학대를 하는 현실에 대한 인식이다. 이라크
    의 질서회복에 실패하고 여전히 군사력으로 이라크를 지배하려는 미국은 자
    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독재자 사담 후세인의 자리로 가고 있다. 국제적
    십자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미군의 포로학대가 개인적인 행위가 아닌 광
    범위하고 조직적인 행위의 일부`라고 밝혔다.

     열린우리당은 파병 재검토를 주장하는 이미경 중앙상임위원을 위원장으
    로 `국민통합실천위원회`란 별도기구를 구성해 이라크 파병에 대한 국민여
    론 수렴에 들어갔다. 한나라당도 원희룡의원 등 소장파의원들을 중심으로
    파병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당초부터 파병반대였다. 정부
    여당의 움직임을 보면 공식적으로 전투병 파병을 계속 준비하지만 내부에
    서 방향이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제1야당인 한나라당이
    파병을 계속 주장하고 있고 한미동맹의 현실적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어 운
    신의 폭이 매우 좁다.

     정부 여당은 17대 국회가 개원해 파병불가가 당론인 민주노동당이 파병철
    회안을 제출해 줄 것을 기다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 여당의 자
    세는 국회과반수를 획득한 집권세력으로서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주
    기 십상이다. 상황이 바뀌었거나 초기의 상황판단이 잘못이었다면 국민에
    게 솔직히 고백하고 새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게 책임지는 자세이다.
     미국과 영국에서도 이라크전쟁 종식 여론이 높고 이미 파병했던 스페인
    이 철군한 마당에 우리 국군의 이라크 파병으로 얻을 명분과 이익이 무엇인
    가. 이것을 국민에게 명확히 설명할 수 없다면 전투병 파병은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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