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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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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김혁규 전 지사

  • 기사입력 : 2004-05-28 00:00:00
  •   
  • 박승훈 사회부 차장대우

     짧은 민주정치 역사에서 한국인만큼 많은 정당을 만들고 없앤 국민들도
    별로 없을 것이다. 자유당·민주당·민주공화당·민주정의당·평화민주당·
    민주자유당·새정치국민회의·한나라당·열린우리당. 정치사에 여·야의 핵
    심정당으로 제법 이름을 올린 정당만 해도 4∼5년 단위로 쉴 새 없이 생겼
    다. 그러나 `자유`와 `민주`로 표현되는 이 정당들의 정강 정책 차이를 잘
    알기는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은 김대중(DJ)당 김영삼(YS)당 하
    는 식으로 정치지도자를 중심으로 정당을 이해했다. 정치 보스를 따라 이합
    집산하는 정치 구조 속에서 이 방식이 정당을 구별하는데 오히려 더 쉬웠
    다. 그래서 `누구는 아무 사람이고 아무는 누구 계열`이라는 설명이 `그 정
    당은 이런 정강을 갖고 있고 저 정치인은 이런 정책을 주장한다`고 하는 것
    보다 명확했다.

     그래서 당의 얼굴이 바뀌면 당 전체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지지가 바뀐
    다. 정치인들은 4∼5년 단위로 새 정당이 생길 때마다 새 논리를 내세우며
    이리저리 몰렸다. 내가 가면 결단이고 네가 가면 철새라는 식의 변명과 비
    난이 어지럽게 쏟아졌다. 이때마다 국민들은 그저 침묵하는 다수로 있었
    다. 그리고 선거 때가 되면 남몰래 투표장에서 그 동안 혼자서 생각했던 마
    음을 조용히, 그리고 엄격히 나타냈다.

     김혁규 전 경남지사가 총리후보로 거론되면서 그의 열린우리당 입당을 두
    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 강한 어조의 반박 성명들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공천으로 경남지사에 내리 세번 당선된 김 전지사가 돌연 경남지
    사 자리를 버리고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에 입당했을 때 도민들은
    그저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제 유력한 차기 총리로 거명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김혁규 전지사를 `배신자`라고 비난하며 총리불가론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여권이 김혁규총리카드로 경남·부산지역의 6·
    5 재·보궐선거에서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우려한
    다. 청와대와 여당은 전혀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 전지사의 경영·행정적
    역량을 평가했다는 것이다. 또 김 중앙위원이 문제가 있다면 한나라당이 경
    남지사로 어떻게 세번이나 공천을 할 수 있었느냐며 역공하고 있다. 김 전
    지사는 `과거 한나라당`과 `지금 한나라당`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만큼 달
    라졌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열린우리당이 자신이 몸 담았던 `과거 한나
    라당`과 유사점이 더 많다고 생각했는 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의 정치적 소
    신이 변한 것인가.

     그러나 김 전지사의 열린우리당 행(行)을 한국 정치적으로 생각한다면
    이해가 오히려 쉽다. 그는 당초 김영삼 전대통령 사람이었다. 김 전지사는
    지난 86년 정치활동 금지에서 풀려난 뒤 YS가 미국에 갔을 때 처음 만났
    다. 당시 미국 뉴욕사회에서 성공한 한국인으로 꼽혔던 그는 YS의 민주화추
    진협의회 활동을 재정적으로 도왔고, 92년 입국한 뒤 YS의 사조직의 하나
    였던 나라사랑운동본부의 본부장을 맡았다. 92년 대선이후 김 전지사는 청
    와대로 들어가 민정비서관 등을 지낸 뒤 관선 경남지사를 거쳐 95년 6월 직
    선 경남도지사 후보로 출마, 내리 세번 당선됐다. 그는 YS가 퇴임한 후에
    도 YS 모시기에 어긋남이 없었다. 도지사의 바쁜 업무에도 마산 홍조옹 문
    안과 거제 YS모친 산소 성묘에 빠지지 않았다. 그가 선택한 것은 민자당도
    한나라당도 아닌 정치인 YS였다. 정치인 YS를 위해 전력투구했고 스스로 기
    업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그랬던 김 전지사가 이제는 또 다른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을 선택했다.
    그의 선택이 열린우리당이라기보다는 노 대통령이라고 하는 것이 더 설득
    력 있다. YS가 기업가이던 그를 정치인으로 만들었고, 이제 노 대통령은
    지방자치단체의 수장인 그를 중앙정치의 핵심으로 이끌려고 하고 있다. 김
    전지사의 선택이 또 성공할 지는 미지수다.

     김 전지사가 당적을 바꾸는데 정당 내부의 변화, 정치적 소신의 변화는
    큰 고려의 대상이 아닐 수 있다. 김영삼 전(前)대통령과 노무현 현(現)
    대통령은 `그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
    다만 65세의 나이에도 올인할 수 있는 그의 기업가적 승부정신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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