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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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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고속철 시대 랜드마크

  • 기사입력 : 2004-04-23 00:00:00
  •   
  • 이종근(논설위원 겸 기획사업 부국장)

      고속철도로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이 되면서 문화와 생활 풍속에도 변화
    가 일고 있다.

    그 중 공연계를 보자. 지방관객들의 서울 공연 문의가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오는 6월 8∼9일 세계적인 팝가수 사라 브라이트만의 서울 공연에 벌써부
    터 지방 관객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는 것.

    주말 공연에서 가끔 있던 지방관객들의 관람 문의가 이번엔 평일 공연인데
    도 불구, 고속철을 이용한 서울 원정 관람을 하고 싶다는 문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는 것. 공연기획사들은 이참에 고속철 승차권과 공연 관람권을
    연계한 패키지 상품을 내놓고 지방 관객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 오페라 `나비부인`의 홍보대행사는 공연 개막
    일이 고속철 개통일과 겹치자 이같은 패키지 상품권을 선보였다가 예상 외
    의 호응에 놀랐다고 한다.

    내달 공연 예정인 세계적인 마술사 데이비드 카터필드의 내한공연을 준비
    하고 있는 기획사도 부산­서울간 왕복 승차권에 관람권, 서울역사 식당 식
    사권을 하나로 묶어 할인 판매하는 패키지 상품을 내놓음으로써 이같은 전
    략은 일상화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철도청과 협의, 아예 고속철 요금 할인에다 어린이공원이나 서
    울대공원, 역사박물관 등과 연계한 `서울관광 패키지`와 `서울문화여행` `
    맞춤관광`등 다양한 관광 패키지 상품을 내놓고 서울로의 국내 여행객 유치
    에 적극적이다.

      이뿐만 아니다. 고속철 개통 이후 지방 고객들의 서울 유명 백화점에서
    의 원정 쇼핑으로 `고속철 특수`를 빚는 현상도 같은 맥락이다.

    이같이 서울 나들이가 단시간내 저렴한 비용으로 가능해진 것은 분명 반
    길 만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황폐화의 기로에 선 지방의 내일이 걱정되
    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인체로 비유하자면 서울지방은 전국이 하나가 되는 집중화의 두부(頭部)
    라면 경인지방과 신수도 이전이 가시화된 중부지방은 가슴 부분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고속철로 불과 1시간30분∼ 2시간30분 거리인 대구와 부산지방은 그 다음
    인 허리부분에 해당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부산이나 중간 기착지인 밀양역
    까지 연결하는데도 1시간 이상 소요되는, 창원·마산 등 중부경남일대는
    아마 하지부분에 속할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이 곳은 지리적으로 볼 때 그만큼 고속철로 인해 지방 소외
    가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이미 서울과 출퇴근 거리가 돼버린 충청지방만 하더라도 역세권을 중심으
    로 지역 개발의 붐을 타고 있다.

    기업들은 공장 이전을 서두르면서 출퇴근 임직원들에 대해선 고속철 이용
    료를 보조해주고 있는 형편이다.

    단적으로 말해 고속철 개통으로 전례 없는 지역발전의 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그같은 일들이 경남사람으로선 다 먼나라 얘기 정도로 들릴 뿐이
    다.

    고속철로 인해 얻는 것 보다 오히려 잃는 것이 더 많지 않을까 하는 걱정
    과, 상대적 박탈·소외감이 앞서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지방인들 스스로 문제점을 인식하고 유인책을 마련하는 길 외엔 소외에
    서 벗어날 확실한 방도는 없다.

    고속철이 오는 2008년엔 마산까지 연장되고 2010년까지는 진주까지 추가
    연장되는 계획이 실현된다고 한들 현재와 같이 별로 보여줄 것 없는 도시
    로 있는 한 소외의 그늘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마치 숙녀가 가장 자신 있는 신체부분을 남들이 봐주길 은근히 원하듯,
    지방의 중소도시도 나름대로의 매력 포인트를 갖지 못하면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을 것임을 알아야한다. 서울이 첨단 양식과 건물로 도심을 치장하
    듯, 이에 질세라 수도권 많은 도시들도 제각기 상징물인 랜드마크 조성에
    한창인 게 오늘의 추세다.

      랜드마크가 반드시 초고층일 이유는 없다.

    도시의 개성을 상징하고 공감을 줄 수 있으면 충분하다. 진주나 밀양시가
    남강과 남천강을 낀 호반도시답게 랜드마크 조성계획을 세우고, 창원시가
    도내 유일의 컨벤션센터 건립부지에 50층 짜리 고층 건물을 건립하기로 한
    계획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마산시 역시 3.15의거의 고장 답게 품격에 맞는 랜드마크 건립이 필요한
    때이다.

    외국의 예도 그렇듯 그 도시에 사는 다수의 시민이 정서를 공유할 수 있
    는 상징적 건물 보유는 이제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요건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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