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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火魔 꺼진 김해 분성산

  • 기사입력 : 2004-02-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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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으로 집중 포화를 맞은 황폐한 야산의 모습이었다. 뼈대만 앙상히 남
    은 소나무, 검게 그을린 바위들, 타버린 조상의 산소들, 봄날 개화만 기다
    리던 야상화와 잡초들의 실종.

    누구에 의해, 어떤 원인으로 17일 저녁 무렵 김해시를 병풍처럼 안고 있
    는 분성산이 화마에 휩싸였는지 모르지만 작은 실수로 인한 피해는 40만 김
    해시민을 심리적 공황상태로 몰아 넣었다.

    18일 낮 화마가 쓸고 간 김해시 구산동 2구마을에는 산 중턱 집 2m위까
    지 죽음의 공포가 남아 있었다. 주민들은 생업을 놓은 채 잿더미로 변한 분
    성산만 바라보고 넋을 잃었다.

    그나마 정신이 온전한 젊은이들과 주민들이 산불진화대와 함께 잔불과 뒷
    불 정리를 도왔다.

    주민 박모(47)씨는 『불이 꺼진 오늘도 피어오르는 연기와 물통 달린 헬
    기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고 불안해 했다.

    정모(35·여)씨도 『불이 나자마자 몸만 겨우 빠져나와 새벽까지 시커먼
    연기를 마시며 벌벌 떨었다』며 『아직까지 불안해서 가스불도 못켜고 온몸
    에 힘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주민들은 3년전에도 분성산 활천동 어방동
    쪽에서 대형산불이 생겨 많은 피해를 봤다며 당시를 상기했다.

    주민들은 일부 꺼지지 않은 잔불에서 연기가 또다시 피어오르자 어제의
    악몽을 우려하며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

    산불 발생당시 긴급대피한 서재골 11가구 주민들은 『새벽이 넘도록 소방
    대원과 경찰, 시청공무원들이 남아 불이 집에 옮겨붙는 것을 막아줘 생명
    과 재산을 지킬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산불이 발생하자 시청공무원, 경찰, 소방대, 39사단 등 이틀에 걸쳐 5천
    여명이 동원됐으나 진화에 큰 애를 먹었다.

    하지만 사소한 작은불씨로 인한 대형화마는 늘 울창한 산림과 재산·목숨
    을 노리고 있어 당국의 대책과 주의가 촉구된다.

    도내 20개시군에는 일반감시원, 산불전문 예방진화대, 공공근로, 공익요
    원 등 2천763명이 주요 등산로에 배치돼 있으나 2002년 양산 5건, 고성 창
    녕 각 4건, 합천 3건, 진주 밀양 하동 함양 거창 각 2건 등 모두 32건의 산
    불이 발생, 15여ha를 태워 없앴다.

    또 지난해에도 양산 5건, 산청 합천 각 3건, 밀양 2건, 김해 1건 등 모
    두 23건의 산불로 환경재앙을 자초하고 있다.

    산불예방이 산불감시원의 임무만이 아닌 만큼 경남도에서는 「산불예방
    강화 도지사권한대행 특별지시」를 시달, ▲산연접지 농산폐기물 쓰레기 태
    우기 일체금지 ▲입산통제 감시원 고정배치 ▲감시원 일몰 연장근무 등을
    지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산을 사랑하는 등산객, 산 인접지에 살
    고 있는 주민들의 조심성』이라는게 소방당국의 촉구이다.

    김해시청 관계자도 『행정기관이 산불대책을 마련해도 시민과 등산객의
    협조와 경각심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며 『등산객의 담배꽁초, 쓰레기소
    각의 작은불씨 하나가 많은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노린다는 것을 확인한 것
    이 이번 분성산 산불의 교훈』이라고 말했다. 김해=조윤제 차상호기자
    cho@knnews.co.kr

    [사진설명] 18일 발생한 김해 분성산 화재로 일대 산이 완전히 잿더미가
    됐으며, 간신히 화를 면한 김해천문대 아래 산자락은 모두 타버리고 말았
    다. /차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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