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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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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취재] 공무원노조 부패감시단 "선물관행 여전"

  • 기사입력 : 2004-01-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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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와 별반 달라진게 없네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본부(본부장 김영길)가 지난해 추석절에 이어 이
    번 설명절에도 선물·떡값 「안주고 안받기 운동」을 전개하면서 부패감시
    단을 편성해 암행감시에 나섰다.

    기자는 19일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12시간동안 부패감시단 밀착감
    시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이날 오전 10시 시군 지부별로 선발된 감시대원들은 경남본부 사무실에
    서 전략회의를 가졌다. 조편성과 함께 감시대상자의 기본정보, 감시포인
    트, 주의사항 등을 점검했다.

    모두 17명의 대원을 2개조로 편성, 1조 9명은 A시를, 2조 8명은 B군을 맡
    기로 하고 현장이동. 기자는 1조와 동행했다. A시 지부에서 넘겨받은 자료
    에는 인사, 인·허가부서 등 이른바 「물 좋은」 부서의 부서장 집주소와
    약도, 차량넘버가 상세히 나와 있었다.

    조장 임모(44)씨의 책임하에 다시 4개팀으로 나눠 1팀은 시청, 2팀은 C국
    장 아파트, 3팀은 D시설공단이사장 집을 지키기로 했다.

    1팀은 시청 주차장에서 잠복근무에 들어갔다. 선물을 들고 나르는 사람
    을 체크했다. 부패추방 공개선언을 한 탓인지 선물을 가져오는 사람은 거
    의 없었다. 오후 4시께 고급차에서 선물가방 4개를 내린 사람이 청사안으
    로 들어갔다. 감시단이 급히 뒤따랐지만 어느 방으로 들어갔는지 확인을 못
    해 놓쳤다.

    5시께 고급승용차에 선물꾸러미를 싣는게 목격됐다. 현장을 덮쳤다. 의회
    의장 차량이었다. 신분을 밝히자 순수히 트렁크를 열어주었다. 사과 1박스
    에 모 조합장 명함이 붙어있다. 사회단체 명함이 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없
    는 선물박스도 있었고, 국산 술도 1병 보였다. 의회의장은 『기관장끼리 명
    절 인사정도 하는 것도 문제가 되느냐. 나도 보내고 받았다』고 말했다.

    퇴근시간이 넘어 C국장 감시팀과 합류하기 위해 이동했다. 이동 중간에
    한 감시단원에게 전화가 왔다. 17일 암행감시에서 포착된 E과장의 전화. 처
    음에는 자기집이 아니라고 하더니 증거가 있다고 하자 『잘 봐달라』며 통
    사정이다.

    C국장댁 현관입구와 아파트 통로에서 감시중이다. 눈치를 챘는지 전혀 소
    득이 없다고 귀뜸했다. 하지만 같은 라인에 사는 교육청 고위공무원 집에
    선물이 2개나 들어갔다고 했다. 사과 1상자는 모초등교 교감이, 한과 1상자
    는 학부모로부터 받았다고 시인했다.

    한편 D이사장 집앞. 초조하게 기다리던 감시대원의 시야에 선물세트를
    든 사람이 이사장집으로 들어갔다. 전달하고 나오는 순간 잡고서 신분을 확
    인하니 음식점 사장이었다. 선물은 전복세트, 이사장집에도 확인을 마쳤
    다. 그리고 5분도 안돼 이 선물은 되돌려졌고 그후 두차례나 다른 사람의
    선물전달이 있었지만 모두 돌려보내는 것이 확인됐다.

    이 팀은 인사부서 F과장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F과장은 지난해 적발된 주
    요 감시대상. 이날 세 사람이 선물박스를 들고 들어갔으나 어쩐 일인지 1명
    은 그냥 들고 나왔고, 두사람은 두고 나왔다. 전달자 1명은 승진을 앞둔 부
    하직원. 「열심히 하라」는 F과장의 격려목소리가 문틈으로 새어나왔다.

    잠복근무는 9시30분까지 이어졌고, 감시대원들은 이날 평가를 마친뒤 다
    음날 감시장소를 선정한뒤 10시께 헤어졌다.

    조장 임씨는 『2~3만원짜리 선물은 그냥 인사치레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
    이 많지만 이런 것 하나라도 결코 대가성 없는 것이란 없고, 또한 「안주
    고 안받기」 분위기를 유도하는 것이 취지』라며 『하루 단속에 8건이나 적
    발된 것을 보면 크게 나아졌다고 보기 어려우며 여전히 관행이란 이름으로
    선물이 오간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공무원사회의 자정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고액 뇌물과 이권개
    입 등 은밀한 거래를 적발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이에대한 대비책을 강구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경남본부는 21일까지 밀착감시를 한후 선물을 받은 사람은 감사부서
    에 공무원행동강령 위반으로 통보할 계획이다. 공무원행동강령에는 직무관
    련자로부터 선물을 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학수기자 leehs@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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