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 "기숙사도 집처럼 편해요"
- 기사입력 : 2003-05-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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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기숙사에서 지내는 게 편해요.』
경남체육고등학교의 풋내기 서현선(1년·양궁)·김난희(1년·양궁).
집 떠나 고교기숙사에 자리를 잡은 지 2달. 고교에 진학할 당시 경남체
고 입학을 무척 망설이게 했던 주요 원인이었던 감옥같던 기숙사. 그 군대
같이 느껴지던 기숙사는 이제는 집처럼 편하다.
그런 마음을 갖기까지 간단치 않은 문제가 많았다.
실제 이들이 경남체고 기숙사에 발을 들인 것은 지난해 말. 경남체고 입
학이 결정된후 기숙사에서 숙식을 하며 훈련을 했지만 당시에는 정식 학생
도 아니고 간섭도 심한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3월 입학후 상황은 많이 달랐다.
우선 심적 부담이 많아졌고 엄격한 규율에, 군대같은 숙소생활. 패기발랄
을 무기로 톡톡뛰는 신세대들에게 기숙사 생활은 구속 그 자체였다.
그래서인지 처음엔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눈물로 밤을 지샌 적이 하
루이틀이 아니었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야 하고, 정해진 시간에 아침을 먹고, 정해진 시간
에 잠을 자고●.
가슴을 쬐어오는 시간적 압박은 훈련 보다도 더 힘든 일이었다.
이들이 이런 어려움을 떨치고 체육고등학교 학생으로 설수 있었던 것은
선배들과 친구들, 그리고 따뜻한 선생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선이와 난희는 학교내에서는 선배들이나 친구들의 시샘을 살 만큼 둘
도 없는 단짝이지만 운동할 때는 한치의 양보도 없는 라이벌이다.
집에 가고 싶을때, 부모님이 그리울때, 현선이와 난희는 옆에서 서로를
위로해 주고 눈물을 닦아주며 슬픔을 달래줬다.
또 선배 오빠·언니들의 조언과 부모같은 선생님의 관심 또한 체고인으
로 거듭나는데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학기초 2명의 풋내기들은 단체 생활에 익숙치 않아 좌충우돌.
이에 선배들은 절대 화를 내는 법이 없었다. 대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
넸고 그순간 풋내기들의 가슴은 뭉클해지곤 했다.
이런 역경(?)을 겪은 그들에게서 이젠 중학생이라는 앳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기자가 그들을 만났을 때 빡빡한 훈련일정도 거뜬히 소화낼 정도로 체고
의 악바리가 되어 있었다.
새벽 6시에 기상해서 7시까지 새벽운동. 아침식사후 오전수업 마치고 훈
련, 또 저녁식사후 야간훈련으로 이어지는 고된 훈련의 연속이지만 눈빛만
봐도 서로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룸메이트가 있기에, 먹을 것 잘 챙겨주시
는 선배와 선생님이 있기에 이들의 기숙사생활에 활기가 넘친다. 백철호기
자 tiger@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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