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부모가출 멍든 동심-동보원 르포

  • 기사입력 : 2002-11-04 00:00:00
  •   
  • 『엄마 아빠 보고싶어요. 빨리 데리러 오세요.』
    부모들의 경제난, 원인모를 가출(실종) 등으로 많은 가정의 자녀가 올바
    른 교육과 보호를 받지 못해 동심이 멍들고 있는 가운데 창원시 사파동
    「사회복지법인 동보원」에는 가출한 부모가 하루빨리 찾아 오기를 기다리
    는 어린이들이 문밖만 내다보고 있다.

    지난 2일 동보원에서 만난 김수란(8·초등1년·이하 가명) 용일(4·유치
    원) 용문(3·놀이방) 3남매는 2년전 어머니 김미영(30·창원시 소답동)씨
    가 불륜으로 가출하자 어버지 김규식(31·노동)씨도 「객지에 다녀온다」
    는 메모만 남기고 떠나자 오갈데 없는 처지가 됐다.

    진주시 칠암동에 사는 할머니도 재혼한 상태여서 주민들의 신고로 동보원
    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막내 용문이는 갓 돌이 지난후 버려져 부모의 사랑과 지도를 받지 못한
    탓인지 3살인 지금도 언어장애를 심하게 격고 있어 영아기 부모의 보살핌
    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동보원 강의실 한켠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는 홍정연(7·초등1년)은 2년
    전 아버지 상식(36·창원시 반림동)씨가 무기수로 교도소에 수감되자 어머
    니 최복이(34)씨 마저 가출,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버려졌다.

    버림받을 당시 다섯살바기인 정연이는 온몸이 모기에 물린채 거리를 울면
    서 배회했고, 이를 발견한 사람들이 정연이의 연락처를 찾기 위해 옷을 뒤
    져 고모댁의 주소쪽지를 찾아 수소문했지만 이미 고모마저 거주하지 않는
    등 고의로 버려진 것으로 밝혀져 비정한 세태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올초 동보원에 보호된 이성일(6·놀이방)군은 3년전 부모의 가정불화로
    어머니가 가출하자 3형제중 형님 2명은 외할머니댁에 맡겨지고, 아버지에
    맡겨진 자신은 경제적 사정으로 동보원에 의탁하게 됐다.

    성일이는 『엄마 아빠가 뭘하고 있기에 데리려 오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집에 돌아가 노래도 부르고, 아빠가 사주는 과자도 먹고 싶은데... 크리스
    마스를 엄마 아빠 형님들과 함께 지냈으면 좋겠어요』라고 소망했다.

    동생들을 돌보고 있는 수란이는 『부모님 보고 싶은 마음으로 저도 힘든
    데, 동생들이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엄마 아빠를 찾을때 정말 참기 힘들어
    요』라며 동생들에서 등을 돌린채 울어버렸다.

    동보원 김영남(54) 원장은 『10년전만해도 가정불화를 겪는 부모들이 서
    로 아이를 데려가려했는데, 최근에는 서로 아이를 안맡으려해 큰 사회문제
    가 되고 있다』면서 『살기 좋아진 세상이지만 오직 나밖에 모르는 개인주
    의가 팽배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김 원장은 『자녀가 재혼의 걸
    림돌이 된다는 이유때문인지 요즘에는 아버지 보다 어머니가 더 비정해졌
    다』고 소개했다.

    김 원장은 『아픔을 지닌 어린이들이지만 건강하고 착하게 자라고 있어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조윤제기자 cho@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