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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5월 2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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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 법수 수해현장 르포 - 제방만 보면 울화통 터져

  • 기사입력 : 2002-08-15 00:00:00
  •   
  • 14일 닷새째 물난리를 겪고 있는 함안군 법수면 일대. 고립마을을 찾아가
    는 길은 간단치가 않았다.

    법수면사무소 앞에 설치된 재해대책본부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5분정도 올
    라가 다시 다른 보트로 옮겨타고 15분 정도 올라가니 고립된 내송마을과 대
    평마을이 보인다.

    물이 전날보다 1m정도 빠졌다고는 하나 띄엄띄엄 보이는 비닐하우스 천
    장 개폐창을 보면서, 전선밑을 지날때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이곳에 물이
    얼마나 찼는지 가늠할 수 있다. 야산 한쪽에는 마을 돈사에서 떠내려온 돼
    지떼 30여마리가 여전히 구조를 기다리며 울부짖고 있다.

    『논농사 50마지기, 비닐하우스 10동을 짓고 있습니다. 1년농사를 하루아
    침에 다 망쳤습니다.』 내송마을 전용화(67)씨는 무릎만큼 차오르는 도로
    에 나와 물에 잠겨버린 들녘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쉰다.

    또 다시 보트를 타고 5분가량 올라가니 백산제가 눈에 들어왔다. 곳곳에
    죽은 돼지들이 떠밀려 있다. 돼지 3천마리를 잃었다는 대평마을 은정축산
    입구에서 내렸다. 군장병과 경찰병력 100여명이 산으로 피난한 돼지를 물빠
    진 돈사에 몰아넣느라 애를 먹고 있다.

    『백산제만 보면 울화통이 치밉니다. 제방이 붕괴되기 이틀전에 조짐이
    보였어요. 관계기관에 신고를 했는데 아무도 안왔습니다. 제방 터지기 직전
    에 현장을 둘러보러 왔는데 이미 낙동강에 물이 불어 포기하고 돌아갔습니
    다.』

    대평마을 한 주민은 수해로 다 썩은 고추를 만지며 제방 시공사와 함안군
    에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봄 언땅에다 제방 보강공사를 했습니다. 땅이
    녹으면서 지반이 침하됐고 약한 부위에서 물이 샜습니다.』 한마디로 부실
    공사며 인재라는 얘기다.

    붕괴된 제방은 50여m. 이 곳을 통해 낙동강물은 법수면 6개마을과 농경
    지 330ha를 다 집어삼켰다.

    돌아내려오는 보트에서 소방대원은 『경북 임하댐에서 물을 방류했으니
    이곳에는 언제 물이 빠질 지 알 수 없습니다. 주민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지요.』

    어둠이 내리는 법수면 수해현장은 물에 잠긴 거대한 섬으로 남은채 쥐죽
    은 듯이 고요했다. 비는 다시 세차게 내리고 경북 상주에서 지원나온 소방
    대원들의 보트가 마을로 올라가고 있었다. 이학수기자 leehs@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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