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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3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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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흔들 그네- 김송현(진해무지개어린이집 원장)

  • 기사입력 : 2024-05-12 19: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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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흔들 그네를 탄다. 낮에는 아이들이, 새벽이나 저녁에는 새들이 타고 길냥이가 탄다. 이 친구들이 자리를 잠시 비운 사이 내가 앉는다. 바람이 살포시 다가와 나의 등을 살짝 밀어주기라도 할 때는 어느새 사뿐해진 몸은 허공을 가른다. 이때는 흔들흔들 마음이 출렁인다. 지그시 눈을 감고 몸을 맡길 곳도 찾는다. 흔들 그네가 떠안은 공간에는 꿈이 떠다니고 희망이 떠다닌다. 그러니 흔들림은 떨림이다. 꿈도 희망도 살아있을 때 떨린다. 이 얼마나 떨림의 존재가 신비롭고 아름다운가.

    자신을 바라보는 흔들 그네는 경계선이다. 30년 전 청춘을 소환한 경계선은 칠흑에서 빛나는 별처럼 밝게 빛났다. 지금의 나는 별이 잘 보이지 않는다. 세파에 시달리고 맞서다 보니 꿈이라는 별이 조금씩 멀어져 갔다.

    아이들의 흔들 그네는 언제나 시소게임을 한다. 퍼드덕 날아오를 때는 친근한 비둘기처럼, 나뭇가지에 햇살이 걸칠 때는 먹이를 채운 참새들처럼 재잘거린다. 흔들리면서 커가는 아이는 흔들리면서 중심을 잡는다. 지혜의 싹이 자라고 경험의 싹이 자라면서 어느새 평행을 이룬다.

    아이들은 꽃비가 내리는 놀이터에서 춤추고 노래 부른다. 스스로 흔들 그네가 되어 벌과 나비와 어깨동무를 하면서 하늘을 난다. 파란 하늘의 뭉게구름이 손짓할 때는 두 손을 들고 ‘안녕’이라고 인사한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안녕’이라고 말하는 것은 추억을 소환해 흔들 그네를 타고 있다는 말간 신호다. 어른이 된 지금도 쉬 잠들지 못하고 흔들 그네를 탈 때가 있다. 잠을 뒤척이는 흔들 그네야말로 촉촉하게 젖은 눈물 그네다.

    혼자의 시간이다. 어린이집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정겹다. 흔들거림은 ‘무엇을 할 것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이어주는 생각의 공간이지 삶과 죽음의 경계선이 아니다. 흔들리는 생각이 삶과 삶의 경계선을 잇는다.

    가만히 있으면 바람 소리가 스친다. 달빛을 받은 저녁이면 나무도 동물도 나도 그네도 안식을 얻는다. 유년 시절이 떠오른다. 추억이 서린 초등학교에는 그네가 2개 있었다. 그네를 잘 타는 친구들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아이들이 떠난 후 텅 빈 운동장에서 종종 그네를 타기도 했다. 팔과 다리에 힘을 주고 무릎을 굽히고 엉덩이를 쭉 내밀어 힘껏 하늘을 날았다. 수업을 파한 어느 봄날로 기억된다. 교장 선생님께서 사택에 있는 그네를 타게 해주셨다. 처음 보는 그네였는데 그것은 흔들 그네였다. 나는 흔들 공주가 되었다.

    어린이집 원장이 된 지금도 그네를 보면 심장이 쿵쾅거린다. 지난 가을에 어린이집에서 숲 로프 체험할 때도 긴 밧줄 그네를 탔다. 아이들이나 학부모님들은 말괄량이 원장님이라고 함박웃음을 터트리면서 손뼉을 쳤다. 고백하자면 외로움이 떠난 적이 없어서 그렇다. 오늘도 일과가 마무리되면 어린이집 놀이터에서 흔들 그네를 탄다. 사월의 연초록도 떨림으로 바람 그네를 탄다. 그네가 흔들릴 때마다 아이들은 스스로 중심을 잡는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그윽한 사랑도 중심을 잡는다.

    김송현(진해무지개어린이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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