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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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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찢어진 빅텐트- 조광일(남명사랑 공동대표)

  • 기사입력 : 2024-02-25 19: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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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혁신당이 파국을 빚고 말았다. 새정치를 표방하며 제3지대에 모여든 이들이 ‘빅텐트’를 치는가 했는데 정의당 출신 인사의 입당과 공천 문제를 비롯해 총선 지휘권을 두고 주도권 다툼이 점입가경으로 치달으면서 급기야 두 편으로 찢어져 버린 것이다. 합당을 선언한 지 고작 열하루 만이었다. 그들이 새로운 정치를 구현하겠다는 신념으로 개혁의 기치를 들었다면 우선 정체성부터 확립한 다음, 양당 체제에 대응한 정치적 지향점을 제시하고, 장차 무엇으로 중도층의 요구에 부응할 것인지를 어필해야 마땅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번 사태와 관련, 감당할 수 없는 일을 관리할 수 있다고 과신했던 것은 아닌지, 오만했던 것은 아닌지 뒤미처 성찰하게 되었다고 했지만,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괴물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걸 진작부터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도외시한 데에는 무슨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그는 정치 공학적인 이합집산 행태를 ‘프랑켄슈타인’에 빗대곤 했다. 지난 제20대 대선 정국 당시, 페미니스트를 표방하던 신지예 전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를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에 영입한 것과 관련, “20대 남성들이 예를 들어 이준석을 좋아한다. 그러면 우리는 20대 여성만 잡아 오면 돼. 그러니까 신지예 씨 데려와 볼까 이런 거잖아요. 이런 게 프랑켄슈타인 선대위라는 겁니다”라고 비판했었다. “눈이 예쁜 사람의 눈과 코가 예쁜 사람의 코와 입이 예쁜 사람의 입을 합쳐놓으면 프랑켄슈타인이 되는 겁니다”라고도 했었다. 같은 당이면 최소한 노선의 테두리는 공유해야 하는데, 이념적 간극을 너무 쉽게 생각하면 욕만 먹는 ‘괴물정당’이 된다는 의미로 ‘프랑켄슈타인’을 종종 소환했던 그가 빅텐트만 믿고 이념과 철학, 지지기반을 무시한 채 괴물을 만들고, 결국 그로 말미암아 화(禍)를 자초하다니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프랑켄슈타인’은 1818년 영국 작가 메리 셸리가 발표한 고전소설이다. 생명의 신비에 의문을 가진 젊은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시체안치소와 해부실, 도살장에서 재료들을 모아 인간 형상의 창조물(크리처)를 만들게 된다. 하지만 흉측하고 끔찍한 모습 때문에 좌절한 이 생명체는 프랑켄슈타인을 찾아와 그동안 겪은 고통을 호소하면서 자신과 함께 살 배우자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한다. 빅터는 이 일이 장차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에 휩싸인 나머지 거의 다 만들어진 피조물을 부숴버리자 이에 격분한 괴물에게 복수를 당한다는 이야기이다. 이 스토리가 마치 졸속 통합이 빚은 개혁신당의 자가당착적 상황을 예견이라도 한 듯, 어쩌면 이렇게도 실감 나게 묘사하고 있는 것인지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제3지대 정치세력이 뭉친다고 했을 때 중도층 요구에 부응할 것이란 기대감이 적지 않았던 터라 새정치를 염원하는 유권자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겼다. 양당 정치의 폐단을 어떻게 극복하겠다는 것인지 정책 비전과 행동으로 증명해 보이기 바란다.

    조광일(남명사랑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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