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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소방관 울린 ‘갑질·악성민원’- 조광일((사)남명사랑 공동대표)

  • 기사입력 : 2023-12-12 19: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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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다룬 휴먼 실화극 ‘쓰루 더 파이어’를 보다가 감동을 주는 한 장면에 가슴이 뭉클했던 적이 있다. 이 영화는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수호하고자 목숨을 내놓고 뛰어드는 소방관들의 가슴 뛰는 이야기와 감동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다. 용기와 투철한 사명감으로 화마(火魔)와 싸우는 장면에선 가슴을 쓸어내렸다.

    희생과 헌신의 가치를 실현하는 소방관들의 명예로운 영웅담을 보면서 문득, 우리 사회는 과연 이들을 얼마나 아끼고 존중할까? 공무를 정당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안전·보호조치를 강구하고 있나? 했는데 그 염려가 괜한 기우는 아니었던 것 같다. “성실하게 출동한 소방관이 되레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가 징계처분까지 받았다”며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초였다. 그러니까 여름철 수난사고 예방과 풍수해 안전관리를 위해 저마다 여념이 없었을 때로 미루어 짐작된다. 인천소방본부 소속 119구급대원 A는 “열이 오르고 콧물이 나와 병원에 가야 한다. 샤워를 해야 하니 30분 뒤에 구급차를 보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요구한 시각에 맞춰 현장에 도착했으나, 정작 민원인은 10여 분이나 더 미적거리다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 이에 A 구급대원은 “구급차를 이런 식으로 기다리게 하면 안 된다”고 당부한 뒤 그를 병원까지 이송해 주었는데,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을 겪게 되었다고 한다. “모멸감을 느꼈다” “출동한 대원이 친절하지 않았다”며 수차례 민원을 제기하는 통에 병원 신세를 지는 등 곤경에 처한 A 대원은 결국 ‘불필요한 민원을 야기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는 것이다.

    징계 사유가 타당한지, 또 징계 양정은 적정한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절차의 위법은 없는지를 당국이 어련히 살펴 처분을 내렸을까만은 여론은 싸늘하다.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는 “당장 징계를 철회해 달라”고 반발했고 누리꾼들도 일제히 “30분간 샤워하고 나갈 준비할 정도면 응급이 아니지 않나!” “119가 무슨 사설 택시냐” “국민에게 응원받는 이미지에만 집착하다가는 구성원들의 안타까운 희생만 늘게 될 것”이라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정부는 악성·갑질 민원에 대해 강력대응하겠다지만, 공무수행 과정에서 겪게 되는 폭력 피해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고, 엽기적인 민원 신고와 민주적 시민의식이 결여된 민원 등으로 말미암아 소방공무원 4명 중 1명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받고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안위보다 공공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이들의 ‘정당한’ 권위와 사명감을 위협한다면 누가 자신을 희생하며 다른 이들을 지키겠다고 나서겠는가. 공무원은 국민의 봉사자로서 희생과 헌신을 요구할 수 있다 할지라도 이로 인해 제한받는 인권은 명예와 복지로 채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진국일수록 살신성인을 실천한 영웅들에 대한 국민적 인식과 대우가 높고, 이들의 헌신을 잊지 않는 사회적 태도가 더 큰 영웅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경험적 사실을 우리 모두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소방관은 예측할 수 없는 긴장된 상황 속에서 희생을 각오하고 직무에 임하고 있는 국민의 ‘안전지킴이’다. 이들에게 위로와 감사와 존경 같은 심리적 보상은 못 해줄망정 사기는 꺾지 말자. 그들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보다 깊은 애정과 관심이 아닐까 싶다.

    조광일((사)남명사랑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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